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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발 May 25. 2024

[주말드라마] #8

소농삼총사2

구좌하면 떠오르는 것은 단연 당근이다. 영양가도 높고 국내 생산량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소농삼총사가 추구하는 당근은 유기농이다. 대량 생산도 좋겠지만, 이들은 손수 농사지어 만든 소량의 당근에 가치를 두고 있었다. 그들은 당근을 잘 활용해 부가가치를 높이고 싶어했다.

그 과정에서 나온 아이디어가 바로 집에서 네모난 박스의 텃밭 상자로 꼬마 당근을 키워보는 것이었다. 당근 씨앗과 심을 수 있는 키트 구성품이 포함된 세트였다. 이미 주변에 조언을 구한 소농삼총사는 나에게도 해당 아이템의 가능성에 대해 물어보았다. 좋다 나쁘다의 명확한 답변을 하긴 어려웠다. 나는 당근을 키워본 적도 없고, 마트에서도 다른 식재료는 종종 사지만 당근을 구매한 기억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주요 소비자가 아니기에 나의 경험조차 이야기하기 어려웠다.


비즈니스 관점에서 시장과 제주 지역 상황에 대해 조사한 후 이야기를 나누어야겠다고 생각해 우선 그들의 이야기를 충분히 듣기로 했다. 두 번의 만남을 통해 이들의 철학과 삶의 지표, 현재의 고민에 대해 솔직한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비즈니스 관점에서 분석하기보다는 실행력이 강한 이들이기에 그들을 믿고 해보면서 방법을 찾아가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집에서 당근을 한 번 키워보고 싶은 젊은 여성 타겟과 학교에 교육용으로 키트 개념을 파는 방법으로 진행했다. 나름 대상의 반응이 있었다. 문제는 생산에 있었다. 키트를 위한 텃밭 상자를 버려진 감귤 상자를 수거해 분해하고 세척하여 다시 만드는 과정은 시간과 힘이 많이 드는 일이었다. 너무 미안했다. 가능성은 있었지만, 이들에게 시간과 자원이 매우 한정된 상황에서 보다 좋은 방법을 함께 찾았어야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실험 차원에서 당근 키트는 일단 멈추게 되었다. 하지만 이들은 과정을 통해 즐거워했고 스스로에게 여러 메시지를 얻은 듯했다. 첫 인상과 당근 키트에서의 경험을 통해 소농삼총사를 더 잘 이해하게 되었고, 오히려 이들에게서 많은 것을 배우는 시간이었다.


소농삼총사는 이런 과정을 수없이 경험하며 성장해왔을 것이다. 내가 도움을 주고 싶었지만, 이들을 통해 삶의 가치에 대해 많은 것을 배웠다. 소농삼총사는 새로운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었다. '칸트의 식탁'도 꾸준히 이어갔고, 감자농사도 매년 잘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들은 본인들의 공간도 직접 만들었다. 정말 대단한 사람들이었다.

너무 궁금하여 그들의 공간을 찾아갔고 오랜만에 이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듣는 시간만 4시간이 넘을 정도로 신비한 경험이 또 이어졌다. 이들과의 만남은 늘 새로운 배움과 감동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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