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y Dacus의 날카로운 감성

Modigliani(모딜리아니), 그리움에 담긴 따뜻한 고백

by kas
(출처: Boygenius 인스타그램 계정)

Boygenius(이하 보이지니어스)는 세 명의 여자 솔로 아티스트인 Lucy Dacus, Phoebe Bridgers, Julien Bakers(이하 루시, 피비, 줄리엔)로 구성된 밴드이다. 이 셋은 모두 친구 사이로 끈끈하기로 유명하다. 나는 피비 브리저스를 시작으로 보이지니어스를 알게 되었고, 이를 통해 루시 데이커스라는 아티스트를 또 발견하게 되었다.


솔로 아티스트로서의 루시보다 그룹 보이지니어스로 더 익숙한 사람들이 더 많을 것이다. 나도 그랬으니까. 아무튼, 오랜만에 루시의 솔로 앨범이 발매되었다.


보이지니어스가 2023년 음악씬을 여러모로 휩쓸었기에, 그룹이 아닌 솔로로 돌아온다는 소식이 의외였지만 앨범을 접하고 나니 바빴던 와중에도 열일해 준 루시에게 고마움만 남았다.

(출처: Lucy Dacus 인스타그램 계정)

Lucy Dacus의 4집 'Forever Is A Feeling'은 총 13곡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그동안 루시가 해왔던 음악 스타일과 비교했을 때 더 대담하고 솔직한 이야기들로 채워져 있다. 최근 줄리엔과 진지한 관계를 맺고 있다고 공개하며, 앨범의 몇몇 곡들은 줄리엔을 향한 노래라는 점도 암시했다.


이번 앨범은 기교를 부리지 않고 덤덤하게 본인의 감정을 드러내는 곡들이 대부분이다. 개인적으로 루시의 저음과 담백한 목소리를 좋아해서인지 보컬과 가사가 또렷이 들리는 이번 앨범이 유독 내 스타일이다.


사실 어느 한 트랙을 꼽기엔 13곡 모두가 좋지만, 내 마음을 유독 후벼 판 곡이 있다. 바로 5번 트랙 'Modigliani(모딜리아니)'. 처음엔 저음의 멜로디 위로 쌓이는 루시의 목소리가 몽환적이고 감성적이게 다가와서 그저 좋다고 느꼈는데, 계속 듣다 보니 가사에 푹 빠져버렸다.


'Modigliani'는 위 언급한 보이지니어스의 멤버인 피비 브리저스에게 바치는 곡이다. 이 곡을 쓸 당시 피비가 싱가포르에서 투어 중이었기에, 피비가 너무 그립고 보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리운 마음을 가득 담아 곡을 쓰며 감정을 해소했다고 한다. 이 에피소드를 알고 다시 곡을 들으니 감동이 더 컸다.


울컥했다. 어떻게 이런 가사를 쓸 수 있을까? 지난 며칠간 모딜리아니를 반복해서 들으며 루시의 작사 능력에 다시 한번 감탄했다.


코러스에 이런 가사가 나온다.

Trying to fall asleep, back flat on the floor
나는 바닥에 등을 붙이고 누운 채 잠들려 애쓰고
While you were eating continental breakfast in Singapore
너는 싱가포르에서 유럽식 아침을 먹고 있지.
You make me homesick for places I've never been before
너는 내가 가본 적도 없는 장소들을 그리워하게 만들어.
How'd you do that?
어떻게 그런 걸 해냈어?
How's tomorrow so far?
거기서의 내일은 어때?

곡에서의 설정을 보면 피비는 싱가포르에, 루시는 아마도 미국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서로 지구 반대편에 있어 루시의 '오늘'을 피비의 시점에서 '내일'이라고 표현한 점이 섬세하다고 느꼈다.

(출처: Lucy Dacus 인스타그램 계정)

그다음 코러스도 인상적이다.

Modigliani melancholoy got me long in the face
모딜리아니*의 우울감이 내 얼굴을 길게 만들고 있어.
But I feel better when you call just to tell me how you are
그래도 네가 전화로 어떻게 지내는지 말해줄 땐 조금 나아져
How'd do that?
어떻게 그런 걸 해내지?
How's tomorrow so far?
거기서의 내일은 어때?

루시는 자신의 우울감을 이탈리안 화가 모딜리아니*의 인물화에 빗대어 표현했으며, 이 곡의 영감도 그의 그림에서 비롯되었음을 알 수 있다.


이외에도 피비의 배경과 상처를 비롯한 모든 것을 품어내는 루시의 따뜻함이 느껴지는 곡이다. 피비에 대한 단순한 그리움을 넘어 그녀가 존재하는 시간, 그 공간 자체가 보고 싶고 그립다는 마음이 느껴진다.


이런 감정을 단 3분짜리 곡으로 표현해 내는 루시의 날카롭고 섬세한 감성이 정말 대단하다. 무엇보다 이런 우정을 공유하는 루시와 피비가 부럽기도 하고, 넓게는 줄리엔까지. 보이지니어스 세 멤버가 공유하는 우정이 진심으로 부럽다.


최근 며칠간 모딜리아니를 들으며 나의 친구들, 주변인들에 대해서도 깊게 생각해 보았다. 루시처럼 섬세하게 표현하진 못하지만, 이 곡으로 마음을 대신해 봐도 좋지 않을까 라는 생각도 함께.


모딜리아니를 제외한 다른 트랙들도 깊이 탐구해 볼 생각이다. 루시가 개인적으로도 매우 만족한 앨범이라, 각 트랙의 가사에 담긴 작은 의미들까지 음미해보려 한다!!

Lucy Dacus 'Forever Is A Feeling' Tracklist
1. Calliope Prelude
2. Big Deal
3. Ankles
4. Limerence
5. Modigliani
6. Talk
7. For Keeps
8. Forever Is A Feeling
9. Come Out
10. Best Guess
11. Bullseye (with Hozier)
12. Most Wanted Man
13. Lost Ti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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