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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류 Sep 01. 2022

좋아한다 말하면 이상해지는 취미

살사 아무에게도 들키고 싶지 않고 들키고 싶은 길티 플래저

나에겐 길티 플레저가 있다. 네이버 어학사전은 길티 플레저를 ‘죄책감을 느끼거나 하면 안 된다는 것을 알지만, 자신에게 만족감을 가져다주는 것, 또는 그러한 행위.'라고 정의한다. 자신에게 만족감과 죄책감을 동시에 주는 아이러니한 것이 바로 길티 플래저인 것이다. 


좋아하면서 일종의 죄책감을 느끼는 나의 길티 플래저는 바로 살사다. 살사는 하면서도 하고 나서도 약간 이상한 기분을 느끼게 한다. 왜일까. 혼자 즐기면서 즐기지 못하는 다른 사람에게 느끼는 미안한 죄책감일까, 아니면 사람들은 의아한 눈빛을 받으면서도 만족감을 얻어서일까.  


아마 둘 다 일 것이다. 내게 취미가 뭐냐고 물으면 난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말한다. '살사요.'라고. 이렇게 말하면 사람들의 반응은 대개 두 갈래로 나뉜다. '그거 이상한 거 아니냐'라고 묻는 쪽과 '대단하다'며 놀라는 쪽이다. 


나조차도 처음 살사라는 단어를 들었을 땐 이상한 거라고 생각했었다. 살사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내 머릿속에 제일 먼저 떠올랐던 건 '제비'였다. 무슨 이유인지 몰라도 난 이미 살사는 카바레 혹은 나쁜 곳으로 정의 내려 버렸다. 물론 직접 그 나쁜 곳을 경험하기 전까지만 말이다.  


'대단하다'며 놀라는 사람들 쪽도 다 이유가 있다. 130kg 육중한 풍채를 지닌 사람의 입에서 나와선 안 될 단어가 툭 튀어나왔고 어딜 봐서도 춤과는 1도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 한 말이기 때문이다. 말을 들은 열에 아홉은 내 말을 믿지 않을 것이다. 


이런 이유들로 말하면서 죄책감도 느끼고 만족감도 느끼는 것 같다. 그럼에도 살사는 나의 즐거움이다. 그리고 죄책감이다. 아무에게도 들키고 싶지 않은 하지만 들키고 싶은 길티 플래저. 이제부터 나는 그런 이야기들에 대해 써보려고 한다.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내 즐거운 죄책감과, 죄책감이 드는 즐거움을 고해바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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