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완주 비행에서 배운 것들

'정렬'과 '정지'의 필요성

by 오류 정석헌

첫 완주 비행을 마쳤다. 비행이 어떻게 끝났는지 전혀 알 수 없었다. 유일하게 기억하는 건 이륙 레버를 올린 것, 그리고 땀을 비 오듯 흘리며 배터리를 탈착 한 것 2가지뿐이었다. 풍속은 1미터, 가시거리도 1km로 비행하는데 지장이 없었다. 단 나의 머리만 빼고.


연습 비행 때는 각각의 코스를 연습했다면 완주 비행은 코스 전체를 돌아야 한다. 당연히 처음부터 잘될 리 없다. 코스 하나가 끝나고 멍 때리는 시간이 생겼다. '다음 코스가 뭐였지' 머릿속에 있는 걸 끄집어내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시간이었다. 낮 기온이 30도라면 내 머리의 온도는 36도로 올라갔다. 이마에서 땀이 비 오듯 쏟아졌고 이내 주황색 안전모 아래로 사방팔방으로 하강을 시작했다. 이런 나를 드론은 공중에서 가만히 안쓰럽게 내려보면서 기다려주었다. 어서 다음 코스로 이동해야지라며 보채는 일도 없었다. 한 사람이 더 있다. 드론뿐만 아니라 교관님도 내 옆에서 조용히 기다려주었다.


이런 기다림 덕분에 무사히 첫 완주 비행이 끝났다. 기쁜 마음에 조종자 퇴장을 외치고 조종기와 배터리를 꼭 안은 채 대기실로 들어서니 시원함이 나를 반겼다. 무인멀티콥터 1종 조종자 시험 첫 완주 비행에서 배운 것은 두 가지다. 바로 '정렬'과 '정지'다.


'정렬'은 조정자 입장에서 중요하다. 기체가 틀어진 상태에서 조종하면 기체는 잘못된 방향으로 날아간다. 기체가 만약 1도 틀어진 상태라면 도착 지점에선 내가 생각했던 지점과 10도 이상 벌어진다. 목표한 지점에서 한참이나 벗어난 꼴이 된다. 이는 시험에서 감점의 요인이 되며, 시간 초과의 이유가 될 수 있다. 때문에 하나의 코스가 끝날 때마다 정렬이 필수다.


'정지'는 평가관 입장에서 중요하다. 조종자가 외치는 '정지' 구호를 듣고 평가관은 현재 조종자가 어떤 상태에 놓여 있는지를 파악할 수 있다. 조종자가 '정지'를 외쳤다는 건 조종자가 봤을 때 드론이 정위치에 있다는 의미다. 조종자가 외치는 '정지' 구호를 듣고 평가관은 점수를 매기기 시작한다. '정지' 구호를 외치지 않을 시엔 감점 요인이 된다.


'정렬'과 '정지'는 드론을 조종할 때만 쓰이는 게 아니다. 전문 요리사들도 '정렬'과 '정지'를 사용한다. 요리사들은 음식을 만들기 전 모든 재료와 도구를 자신만의 순서로 먼저 '정렬' 한다. '정렬'이 완료되면 조리를 바로 시작하지 않고 잠시 '정지'한다. 다음 요리에 필요한 절차를 머릿속으로 그려보기 위해서다. 또한 재료와 도구를 사용할 순서를 미리 구상하기 위해서다. 모든 조건이 잘 '정렬'되어 있고 이미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을 해봤으니 물 흐르듯 뚝딱 음식이 만들어진다. 제대로 된 맛은 덤일 테다.


서점도 '정렬'과 '정지' 기술을 사용한다. 서점에 있는 책들은 유사 주제별로 '정렬'돼 있다. 서점에서 관심 있는 '주제'를 만나면 자연히 우리의 발길은 '정지'한다. '정렬'과 '정지' 덕분에 우리는 관심 있는 관련 텍스트들을 동시에 검토해 볼 수 있으며 현재 지식 시장에서 해당 주제를 바라보는 주요 관점들에 대해 배울 수 있는 것이다.


'정렬'과 '정지'는 드론뿐만 아니라 삶의 곳곳에서도 반드시 필요한 것임을 깨달은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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