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날의 도전들
사계절 중 유독 여름을 싫어한다. 몸에 지방이 많은 덕분에 남들보다 더위를 많이 타고 땀을 비 오듯 흘리기 때문이다. 가장 싫어하는 건 여름날 동남아 여행이다. 해마다 여름휴가철이 되면 가만히 앉아서 어서 빨리 무더위가 지나가길 바랐고 가만히 할 수 있는 시원한 무언가를 찾아다녔다.
그렇게 시작한 것이 사진 편집, 영상 편집이었다. 지금은 나의 유일한 돈벌이 수단이 되었다. 합창, 살사도 시작했다. 그것들은 지금 내 삶을 풍성하게 해주는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되었다. 올여름엔 드론을 시작했다. 이상한 일이다. 여름이 싫다면서 가만히 있지 않고 무언가를 배우러 다녔으니 말이다.
싫어하는 여름이지만 올해 여름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수련처럼 말이다. “물과 태양의 순결한 처녀”로서 빛과 함께 되살아나는 수련은 우리에게 “여름이 다시 돌아오지 않으리라는 것”을 보여주는 꽃이기도 하다. 올해 여름에 본 수련은 작년의 여름에 본 그 수련이 아니라는 뜻이다. 수련이 지고 나면 여름도 끝나고, 그 여름은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다. 수련도, 여름도 한 번으로 족한 것이다.
바슐라르의 미술론을 모은 책『꿈꿀 권리』는 수련의 아름다움을 세상에 통지하는 문장으로 시작한다.
"수련은 여름 새벽이 일으키는 기적이자 바로 미적 계시의 순간이라고. 그토록 많이 되찾아진 젊음, 낮과 밤의 리듬에 대한 그토록 충실한 복종, 새벽의 순간을 알리는 그 정확성, 이것이야말로 수련으로 하여금 바로 인상주의의 꽃이 되도록 한 이유인 것이다. 수련은 세계의 한순간이다. 그것은 두 눈을 지닌 아침이다. 그것은 또한 여름 새벽의 놀라운 꽃이다."
여름날의 도전 덕분인지 할 수 있는 잡기가 늘었다. 잡기술이 늘수록 삶의 재미도 늘었다. 앞으로도 계속 이 패턴을 유지할 것 같다. 여름날 도전이 어떻게 삶의 재미의 꽃을 피우는 걸 보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피아노에서 시가 도를 지나면 다른 옥타브를 만나게 되듯 여름날의 새로운 시도가 또 다른 삶으로 나를 이끌어주리라 믿는다. 여름날 뜨거운 태양 아래 도전은 어쩌면 나를 향한 스포트라이트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