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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류 Dec 15. 2024

연애를 책으로 배운 남자

즉흥적, 무계획, 분위기 파악 못하는 남자는 어떻게 연애를 시작해야 할까

내 이름은 오류. 키는 178cm, 몸무게는 130kg다. 나이는 47세, 아직까진 싱글이다. 부모님은 이미 10년 전 나의 연애에 관심을 끊었다. 그리고 나 또한 이번 생에 연애는 글렀다 생각했다.


10년 전, 무역 회사 재직 시절 때,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경으로 맞선을 100번 넘게 봤었다. 일주일에 많게는 3번, 적게는 1번씩. 100번의 맞선 중 마음에 드는 상대가 3명 있었지만 연애를 시작도 못해봤다. 반대로 상대가 나를 마음에 드는 경우도 있었다. 딱 1명. 그러나 상대가 너무 적극적으로 나오니 거부감이 생겨 또 연애를 시작하지 못했다. 


해마다 벚꽃이 피고 거리엔 연인들이 팔짱을 끼고 꽃구경을 갈 때면, 난 속으로 '몽땅 망해라.'라고 생각했다. 설레는 가을바람이 내 몸을 흔들 때도 마찬가지였다. 연말연시 거리에 캐럴이 울려 퍼지면 '아, 외롭다.'며 연애를 좀 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많이 했다. 그 생각의 끝엔 언제나 술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 고민은 일평생 해결되지 않았고 난 여전히 술만 마시다 이번 생에 연애를 시작도 못하게 될 상황이다.  


그러다 갑자기 이런 생각이 나를 찾아왔다. 5년 전 12월. 갑자기 연애를 책으로 배우면 되지 않을까? 란 기가 막힌 생각을 해냈다. 그래서 곧바로 서점으로 향했다. 서점가의 매대를 휘저으며 내 눈에 띄는 책을 찾아 헤맨 지 1시간. 눈에 띄는 연애 서적은 딱히 없었다. 정확히는 눈에 띄는 제목이 있었으나, 막상 손이 가지 않았다고나 할까. 


'무슨 책으로 연애를 배워? 연애는 이론이 아니라 실전이지.'

내 안의 내가 나를 방해하기 시작했다. 책으로 배우려 하지 말고 상대를 찾아 고백하라고 나를 꼬드겼다.


맞다. 연애를 시작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바로 '고백'. 인정한다. 하지만 그 고백에도 타이밍이 필요하단 걸 몸소 겪어보고서야 깨달았다. 무작정 길 가던 사람에게 고백을 한다면, 처음 보는 상대에게 고백을 한다면 결과는 뺨을 맞거나, 미친놈 소리를 듣게 될 것이다. 만약 썸을 타고 있는 상대가 있다 하더라도, 분위기가 안 좋은 날 고백한다면 성공 확률은 제로다. 이런 타이밍은 그냥 생기지 않는다. 계획해야 한다. 물론 계획대로 되리란 법도 없다. 뿐만 아니라 나는 계획은 완전 잼뱅이다. 난 즉흥적인 성격이고 분위기라면 술 마시는 분위기 밖에 조성할 줄 모르는 남자다. 물론 연애 세포도 제로다. 


그렇다. 난 즉흥적이고 지극히 본능적이며 분위기 파악도 잘 못하는 연애 고자다. 이런 나는 이번 생에 연애를 포기해야 할까? 매번 지나가는 연인들의 여자친구에게 눈길을 주면서 부러워만 해야 할까? 이런 나 같은 사람은 연애를 어떻게 해야 할까?  


알려주는 사람이 없으니, 스스로 찾아보는 수밖에. 그래서 내 안의 나의 말을 무시하고, 책에서 답을 찾기로 했다. 과연 책이 알려주는 답으로 연애가 시작될 수 있을지.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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