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일에 끝은 없다
2018년 5월 24일 메모의 존재를 처음 만난 뒤, 매일 두줄 메모하려고 노력했다. 위대한 천재들은 하나같이 메모광이었다는 사실을 책을 통해 알게 된 나는 욕심이 생겼다. 그들처럼 되고 싶었다.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했나, 방법이 중요한 게 아니었다. 그냥 메모 습관을 장착하고 싶었다. 천재는 모르겠고 메모광부터 일단 되려고 했다.
하루 두줄 메모를 시작한 지 336일이 지난 2019년 4월 25일, '석헌님 문장 자판기 되심'이라는 칭찬을 받았다. 당시 두 번째 책 <<메모 독서법>>을 출간한 신정철 작가님의 칭찬이라 더 뜻깊은 날이다.
물컵에 물을 계속 부으면 어떻게 될까? 넘치게 된다. 메모를 시작한 지 1년이 되지 않았지만 그동안 쌓은 메모는 넘치기 시작했다.
같은 동네에 사는 운동 마니아인 철홍이 형이 그랬다. 수영을 막 시작한 시점이었는데
"일단 시작했으면 1년은 죽었다 생각하고 하는 거야. 그래야 이게 맞는지 안 맞는지 알 수 있지 않을까?"
그 말을 들으면서 오류는 생각했다. '1년은 넘사벽.'
그런 오류였는데, 메모가 사람을 바꾼 것일까. 책 속에 내 이야기가 실렸다.
새로운 별명이 하나 더 생겼다. 문장 자판기. 버튼을 누르면 툭하고 문장이 나온다고 해서 생긴 별명이다. 신정철 작가님이 만든 독서 모임, 성장판 회원분들이 나를 그렇게 부르기 시작했다. 책 덕분이다. 그러니까 시작은 독서지만 책만 읽고 끝낸 것이 아니라 읽고 메모한 덕분이다. 어떤 이끌림인지 모르겠지만 나를 위한 첫 투자 메모 습관반 덕분이기도 하다. 이유가 뭐가 됐든, 선택하고 실행한 덕분일 수도.
매일 최소 하루 2쪽 책을 읽었고 하루 2줄 메모했다. 하루 한 시간이 아닌 하루 10분, 하루 한 페이지 쓰기가 아닌 겨우 2줄 쓰기였다. 2분 규칙의 힘인가. 덕분에 계속할 수 있었다. 스티븐 기즈의 <<습관의 재발견>>에서 이런 말을 했다.
조금 더 하려고 할 때 우리 뇌는 고집을 부린다
(습관의 재발견, 118p)
40년 살면서 '꾸준함'이란 단어는 나와는 어울리지 않는 단어였다. 하지만 책을 읽고 작은 단위 습관을 지속하면서 삶이 조금씩 나아지기 시작했다. 지금 나는 생각한다. 나에게 가장 잘 맞는 단어가 '꾸준함'이라고. 작게 매일 하다 보니 자연스레 재미가 따라왔다. 재밌으니 계속하게 됐고 더 잘하고 싶은 욕심도 생겼다. 어떻게 하면 더 잘할 수 있을까를 생각하며 다양한 책을 찾아 읽었다.
예를 들어 습관에 관심이 생기면 습관 관련 책들을 검색해 같은 주제의 책들을 동시에 읽었다. 인간관계 문제에 관심이 생기면 관계 문제를 다룬 책들만 읽었다. 책은 읽으면 읽을수록 관심사는 늘었고 궁금증은 더 많아졌다. 관심사는 계속 변했다. 습관에서 심리학으로 심리학에서 글쓰기로 글쓰기에서 문학으로 문학에서 철학으로. 책들이 내 몸을 통과할 때마다 생각과 태도가 1도씩 바뀌었다.
읽으며 약이 되는 문장은 훔쳤다. 손으로 쓰기도 하고 디지털로 타이핑하기도 했다. 종이 노트와 에버노트 앱에 2줄씩 차곡차곡 모았다. 그렇게 모은 문장들은 삶을 지탱해줄 친구가 되었다. 친구들은 모두 작가라는 공통점을 가졌다. 하버드 심리학과 교수, 노벨 평화상 수상자, 아마존 CEO, 전직 대통령, 세계 최고의 부자, 철학자, 운동선수, 화가 등 다양하다. 나는 보잘것없어도 그들은 그렇지 않았다.
책을 읽는 사람들은 비슷한 이유로 책을 읽지만 읽지 않는 사람들의 이유는 다양했다. 몽테뉴는 말했다. 젊은 시절에는 ‘남들에게 보이려고’ 자랑삼아 뻐기려고 읽다가 훗날에는 좀 더 지혜로워지려고 읽었고, 이제는 만족을 위해서 더 많이 읽었지, 절대로 어떤 목적이나 이익을 위한 것은 아니었다.
남들에게 책 읽는 남자로 보이려고 SNS에 열심히 사진을 올리다 자괴감이 든 적이 있었는데 몽테뉴가 자괴감을 날려 주었다. 대문호도 처음의 시작이 나와 같았다니. 더 열심히 SNS를 했다. 보이려고 한 독서가 서서히 방향을 틀었다. 이젠 더 이상 유익만을 쫓지 않게 되었다. 책을 읽고 메모한 것들을 SNS 올리며 '오늘 나에게 꼭 필요한 내용이었다.' '이 책 꼭 읽어볼게요 감사해요.' '저도 실천할게요.'라는 댓글이 계속할 수 있는 힘이 되기도 했다.
이젠 누가 시키지 않아도 자발적으로 계속하게 된다. 운동도 꾸준히 해야 근육이 생기는 것처럼 메모도 마찬가지다. 점차 메모 근육이 늘어나니 체력도 늘고 재미도 늘었다. 재밌으니 시간이 날 때마다 계속하게 된다.
<<메모 독서법>> 책을 권하고 싶다. 읽고 따라 해 보라고 얘기하고 싶다. 해보지 않고선 알 수 없으니까 말이다. 옷을 입어봐야 그 옷이 나에게 맞는 옷인지 안 맞는 옷인지 알 수 있듯 뭐든 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다. 책을 읽고 남는 게 없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실천하지 않은 사람들이 아닐까. 실천하지 않았기 때문에 결국 경험도 못하게 된 것은 아닐까.
삶을 변화시킬 수 있는 언어의 힘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먼저 내가 이용할 수 있는 언어가 풍부해야 합니다. 독서 노트는 내 삶을 변화시키기 위한 언어의 원석을 캐내는 채굴장과 다름없습니다. 독서 노트에서 채굴한 언어를 삶에 녹여내고 담금질하면 비로소 자유로운 삶을 쟁취하기 위한 무기로 탈바꿈할 수 있습니다.
(메모 독서법 P112)
메모 독서를 통한 언어의 채굴 행위, 즉 문장 수집을 통해 나는 내 주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문장을 나눠주는 사람으로 서서히 변해가는 중이다.
메모 독서의 꽃은 글쓰기라고 이야기하는 신정철 작가님의 말처럼, 내 삶을 위한 글쓰기가 언젠가 꽃이 되길 희망한다.
책을 계속 읽다 보면 어느 순간 글을 쓰고 싶은 욕구가 생긴다. 내 삶이 변해가는 과정을 글로 쓰고 싶기 때문이다. 물론 글 쓰는 전업 작가가 아니기 때문에 잘 쓰지는 못한다. 하지만 쓰게 된다. 잘 쓴 글은 아니지만 잘 못 쓴 내 글을 한 명은 읽어보고 자극을 받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도 있고 내 글의 첫 번째 독자인 나를 위해서 기도 하다.
좋아하고 동경하는 은유 작가가 어느 인터뷰에서 그랬다. <<글쓰기의 최전선>>에서 자기가 쓰고도 너무 좋은 문장이 있다고. 그 문장을 약간 변형해서 마무리하려고 한다. 생에 모든 계기가 그렇듯 책을 읽고 메모한다고 달라지는 것은 없다. 그런데 전부 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