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나베이킹 #4. 카스테라
하다하다 내가 카스테라를 만들게 될 줄이야...
레시피
달걀 4개
설탕 80g *덜 단 기준
밀가루 90g
식용유 쪼로록
우유 쪼로록
바닐라액기스 6-7방울
고통의 서막
카스테라 레시피는 생각보다 간단했다.
다만 만드는 과정이 조금 까다로웠는데,
까다로운 이유는 바로 머랭치기 때문.
블로그나 유튜브를 뒤져보면 보통 핸드믹서기를 활용해서 풍부한 머랭을 만들고
그 머랭이 카스테라가 부푸는 원리인 것 같았다.
하지만 모든집에 핸드믹서기가 있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우리집엔 없었다 이말이다
믹서기 없이 손으로만 카스테라를 만들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았고,
손으로 머랭을 친 후 베이킹파우더를 살짝 넣어서 굽는 것이 그 방법인 것 같았다.
일단 달걀을 깨 흰자와 노른자를 분리한 후
거품기로 흰자를 힘껏 휘저었다.
처음엔 나름 재미있었다.
계속계속 휘저었다.
뭐가 달라지는 건지 모르겠지만 일단 계속 저었다.
달고나커피와 수플레 만들기가 유행일 때도 해볼 생각조차 하지 않았는데
이제서야 그 고생을 하고 있는 내가 조금 웃겼다.
불가피한 타협
처음엔 열정적으로 휘저었는데 팔이 너무 아팠다.
오른손으로~ 휘젓고~
왼손으로~ 휘젓고~
농~심 ㅅ ㅐ....가 아니고 이리저리 다르게 휘저어봤지만 정말 노동이긴 했다.
'이 정도면 되지 않을까..?'
끊임없이 내 자신과 타협하며 한 15분? 여의 머랭치기를 종료했다. (체감 30분)
유튜브 전문가들의 머랭치는 영상과 비교하면 한 눈에 봐도 부족해보이긴 했지만
뭐 완벽하진 않더라도 대충 카스테라 느낌이 나지 않을까 싶었다.
그게 문제였다.
사진으로도 보이듯이 반죽이 제대로 부풀지 않고 아랫부분에 단단히 뭉쳐있다.
반죽이 뭉쳐있다보니 식감도 일반적인 카스테라의 포실포실한 식감이 아니라 뭔가 단단한 떡?같은 느낌이랄까...
당시엔 전혀 영문을 모르다가 나중에서야 알게 되었다. 머랭치기가 충분하지 않으면 오븐에서 제대로 부풀지 못해 반죽 밑부분이 뭉친다는 사실을..
그래도.. 빵은 빵이지 않은가?
반죽이 조금 뭉치긴 했다만 참 맛있게 다 먹었다.. 헤헿
제 2차 카스테라 전
그리고 며칠이 지났다.
이번엔 어떤 빵을 만들어볼까 룰루 하는 마음으로 베이킹 레시피를 뒤지다가,
문득 나의 첫번째 카스테라가 '실패'했다는 그 사실이 마음 한 켠에 찝찝하게 남아있단 것을 느꼈다.
이대로는 내가 어디가서 '나 카스테라 만들 줄 안당ㅎ'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없을 것 같았다.
이럴 바엔 제대로 다시 도전해보자. 하는 생각이 들었고, 나(a.k.a소비요정)는 쿠팡에 들어가 가장 저렴한 핸드믹서기를 주문한다. 나름 좋은 평이 많았던 '오펠(offel) 핸드믹서기'.
다음날 바로 배송된 믹서기로, 나는 제 2차 카스테라 베이킹을 시작한다.
재료와 계량은 1차 때와 비슷하게,
그리고 머랭은 든든한 핸드믹서기로 진행했다.
위잉~~~~!! 하는 힘찬 모터소리와 함께 미친듯이 흰자를 섞어주는 믹서기가 너무 대견했다. 육아는 템빨, 베이킹도 템빨인가 싶었다.
너무 기쁜 마음에 템빨 머랭의 온전한 모습을 촬영하는 것을 깜빡하긴 했지만,
밀가루가 섞였음에도 단단한 머랭의 모습을 보아라.
손으로 머랭을 쳤을 때와는 차원이 다른 단단함이었다.
와 이 이정도면 왠지 성공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다소 들뜬 마음으로 틀에 넣고 180도로 예열한 오븐에서 170도로 40분 굽기 시작.
그리고 결과는 성공!
1차 카스테라가 틀의 절반정도 밖에 부풀지 않았던 것을 감안하면 굉장히 많이 부푼 모습이다.
사실 틀을 조금 넘치면서 빵빵하게 부풀 줄 알았는데.. 그것에 비하면 다소 우스운 모양새긴 하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만족이다.
틀에서 꺼내 단면을 잘라보니 밑부분에 반죽이 뭉치지도 않고 골고루 잘 익었다.
이 정도면 이 빵을 '카스테라'라고 우기면 그렇다고 해 줄 사람이 꽤 있을 것 같았다.
확실히 설탕을 덜 넣었더니 너무 달지도 않았고. 포슬포슬 부드러운 카스테라의 식감이 나에겐 딱 좋았다.
(보통 레시피의 설탕량은 120~140g정도인데, 나는 80g 정도"밖에" 넣지 않았다)
한 번의 실패에 굴하지 않고 한 번 더 도전하는 불굴의 의지 덕분에
나는 지금 컴퓨터 앞에서 만족스러운 '홈메이드 카스테라'와 함께 이 글을 쓰고 있다.
베이킹 하는 건 좋은데 적당히 먹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