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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Eun Mar 04. 2017

너의 흔적

내가 아직 지우지 못한 그의 흔적 하나는,

그가 보내준 자신이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는 동영상이다.


얼굴이 나오지 않은 채로, 나만을 위해 노래를 불러 찍어 보내준 3분여의 동영상을,

다른 누군가의 사람이 된 그대임에도 아직 간직하고 있는 것은,


그 때의 그대가, 내가, 우리가 참 예뻤어서.


'다시 사랑한다 말할까'

그 노래를 선곡했던 너는 분명 큰 의미 없는 선곡이었겠지만,

이 동영상을 헤어지고 나서 수십번 다시 돌려 들으면서

그렇게 말하며 네가 다시 돌아올 것만 같았다.


비록 너는 다시 돌아오지 않았고,

다시 사랑한다 말해주지 않았지만,

사랑해주어 고마웠고,

사랑을 많이 주고 싶은 사람을 만나게 해주어 고마웠다.


그 때의 나는 왜 그토록 뜨거웠는가.

그리고 너는 왜 그토록 단단했는가. 


하지만, 그래도 고마운 것은

오래도록 기억할 수 있는 시간을 주어서.


아무리 안 좋은 끝이었어도

함께한 시간 내내 수없이도 싸웠어도, 

나 누군가를 진심으로 온 맘 다해 사랑해 본 적 있다고

말할 수 있게 해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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