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첩에 묵혀있는 사진을 보면서,
어딘가에 올려 그 사진들을 풀어주고 내 사진첩에서 놓아주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사진에 집착하는 스타일이 아닐 뿐더러, 오히려 사진 아래에 주저리주저리 쓰는 글에는 더더욱 취약하다.
그래서 마땅한 플랫폼을 찾지도 못한 것이리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진들을 쨘! 풀어주고 싶은 심정이 드는 것은 참 아이러니하다.
그냥 삭제해버리기에는 무언가 아깝고, 그렇다고 영영 가지고 있기는 답답한 마음이 든다.
사진을 유난히도 좋아하는 친한 동생이 있다.
그녀를 보러 스페인에 놀러 갔을 때, 민지는 끊임없이 그녀의 핸드폰으로 순간 순간을 담았다.
지켜보던 나는 민지에게 그토록 사진을 많이 찍는 이유를 물었고,
그녀는 이 순간이 지나면 쉬이 까먹게 되기 때문이라 말했다.
그 순간의 공기, 그 순간의 감정을 후에 사진을 보며 떠올릴 수 있기 때문이라는
그녀의 대답을 들으니 일련 고개가 끄덕여졌다.
사진을 보면서 어느 순간을 기억하는 일.
일기장을 보면서 어느 감정을 기억하는 일.
별반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진 찍을 시간에 그 순간을 눈에 담고, 마음에 담아두라고 이야기하는, 나.같.은. 사람들이 있다.
사진에 집착하지 말라고.
그러나, 기록해두지 않으면 쉬이 잊혀지기 쉽다는, 그녀의 말이 머릿속에 맴돈다.
그렇게 또 하나를 배우고,
그렇게 나도 사진 한 장을 더 찍어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