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속에서 나는 특별한 애였다. 아니 세상 가장 특별한 사람에게서 연필 쥐는 법을 배운 애. 그런 그에게 혼이라도 나는 날엔, 내가 평범한 사람일까 불안에 떨던 애. 자존심은 죽어라고 세서 손끝이 하얘질 만큼 연필 끝을 꾹꾹 눌러 쓰던 애. 기어코 뒷장까지 자국을 남기고야 말던 애. 종이 밑으로 닭똥같은 눈물을 스미는 대신. 이제 완전한 문장으로 내 의사를 표현할 수 있게 되었을 때는 오히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거기서는 내 속 안에 있는 그 대단한 것들을 고작 너희들에게 보여주는 것이 굉장히도 가치 없는 일로 느껴졌으니까. 나는 내가 시인인 줄 알았다.
꿈 바깥에 천재는 많았다. 무려 용꿈을 나의 태몽으로 꿔주신 할아버지는 내가 왼손으로 연필 쥐는 것을 보기도 전에 돌아가셨다. 나는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 몸부림을 문장으로 터뜨렸다. 사실은 제일 가난한 감정마저 소모하는 짓이 글 쓰는 것임을 알면서도. 눈사태가 마을을 덮치기 직전에 멈춘다면 그건 부자연스러울 뿐만 아니라 부도덕하기까지 하다*고 여기는 것처럼, 나를 덮치는 불안들은 어쩌면 도덕적으로나 필연적으로 시어가 되어야했다. 그러나 여기서는 도무지 해결되지 않는 특별함에 대한 집착.
진실은 매력이 없었다. 나는 다시 꿈속으로 돌아가고 싶은 애. 눈을 감고 그때의 풍경을 잠시 고민한다. 거기서 묻히고 온 바람 냄새로 입술 끝은 마르고 수분감을 가진 단어들은 뻑뻑한 눈꺼풀 사이로 파고들었다. 몸 안을 돌고 도는 그것들을 밖으로 내지 않고 가만히 혀로 굴려본다. 이것은 비명과 닮아있었다. 차라리 사유를 멈추기로 한다.
나는 아빠에게서 세상 제일 많은 걸 배운, 특별한 애
이 세계에 살고 싶지 않으니 다시 연필을 쥔다.
*블라디미르 나보코프의 <프닌>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