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가 둥근지 평평한지 궁금하기도 전에 둥글다고 배웠어
아쉽지만, 무식하게 땅 끝으로 걸어가 볼 생각은 하지도 않았지
오른손잡이에게 왼손을 써보라고 하지도 않고
잎 없는 꽃에게 예쁘다 말하지도 않지
시시하지만 이건 나를 생기게 한 힘!
후우-후
내 입김이 조금이라도 하늘을 뿌옇게 만들 수 있을까
가만히 서서 정성을 다해 몇 번 뱉어보는 숨
소용없는 줄 알면서도 버리지 못하는 내 낡은 방법이었다
이것마저 포기한다면 세상은 너무 재미없을 것 같아
이다음에 흰 염소를 보러갈 때는 펜이랑 종이를 가져가자
손가락 발가락 사이사이 입속 그득그득
들어차있는 그것들을 뱉어내고 싶으니까
그럼 졸린 눈을 하고선 그걸 다 먹어치워 주겠지
누가 보기 전에!
내일은 부디 이런 하루가 아니어라
(사진출처: 월간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