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아침 해 먹이고 아이가 씻고 옷 갈아입으며 학교 갈 준비를 하고 있는 동안에 브런치에 글 발행을 해놓고 왠지 모르게 나만의 숙제를 완성한 듯한 뿌듯함을 느끼던 순간이었다.
"엄마, 책 비닐에 넣어줘!"
아들이 나가기 전에 나에게 명령(?) 같은 부탁을 했다.
가방은 다 챙겼는데 급하게 책을 넣으려다 보니 엄마의 도움이 필요했나 보다.
책을 비닐에 넣어달라는 이유는 가방에 넣어서 가지고 다니다가 책에 이물질이 묻거나 가방에 있는 물병에서 물이 새어서 책이 젖는 걸 방지하기 위한 아들만의 책 보호 방식이다.물병에 물이 웬만하면 잘 새지 않는데 이상하게 꼭 한 번씩 새는 경우가 있어서 만일의 사태에 대한 예방차원에서 본인의 소중한 책을 보호하기 위해 꼭 비닐에 넣어서 가져간다.
책을 소중히 여기고 깨끗하게 보려는 아이의 성격은 전적으로 엄마의 영향을 받았다는 걸 나도 잘 알고 있다.
내가 한글을 떼고 책을 혼자 읽기 시작했을 때부터 난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책을 보물처럼 관리했다.우리 엄마는 첫째가 책을 좋아해서 집에 책이 잔뜩 있으니까 둘째도 누나를 따라서 책을 저절로 읽을 거라 생각하셨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남동생은 책에 별 관심도 없었고, 그래서 내 책은 나 아니면 읽는 사람이 없으니까 항상 깨끗하게 관리되어 있었다. 그 결과 현재 우리 집 책장에 있는 몇몇 전집 세트는 대를 이어 읽고 있는 중이다.
친정에서 가져와서 아들 책장에 정리되어 있는 내 책들. 지금은 아들이 읽고 있다. 아직 못 가져 온 책이 있어서 이번 김장때 가면 더 가지고 올 예정이다.
아이가 아기였을 때는 내가 책을 읽어줬으니까 책을 찢을 일이 없었고 크면서 혼자 읽게 된 후부터는 독서 교육을 할 때 엄마는 책 찢는 게 제일 싫으니까 책은 소중히 다루라고 자주 말해줬다.
다행스럽게도 아들치고는 성향이 얌전한 편이어서 아들이 유치원 다녔을 때에도 책을 험하게 다루는일이 거의 없었다. 초등학교 입학하면서부터는 알아서 책 관리를 잘하니까 더욱 신경 쓸 필요가 없어졌다.
그런데 가끔씩 학교에서 물 마시고 뚜껑을 제대로 맞춰서 닫지 않거나 예상치 못하게 비가 많이 쏟아져서 책가방이 비에 젖어버리면 가방 안에 들어있는 책 끝부분이 살짝 젖어버려서 집에서 말리느라 몇 번 애를 먹은 적이 있었다. 그 이후부터는 책이 젖어버릴 일이 생기지 않도록 꼭 위생팩에 넣어서 가지고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