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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케이트쌤 Mar 24. 2023

같이 일하기 힘든 M세대와 Z세대

진심으로 Z세대에게 묻고 싶습니다

흔히들 MZ세대라고 부르지만 M세대와 Z세대 사이의 나이가 같이 묶어 놓기에 갭차이가 너무 크다.

나는 M세대이고 Z세대 선생님들과 함께 일하고 있다.

나 또한 젊은 시절이 있었기에 결혼 전에는 막내 선생님과 나이 차이가 많아야 4살이었기 때문에 퇴근 후 같이 술 한잔 하는 게 부담스럽지 않은 나이차이 였는데 이제는 조카뻘 되는 어린 선생님들과 퇴근 후 가볍게 술 한잔 하기에는 그들에게 가벼운 술자리가 아닌 나이가 되어버렸다.


내가 흔히들 말하는 꼰대가 된 건지 요즘 Z세대 선생님들과 일하면서 황당하고 때로는 어떻게 대응을 해야 할지 막막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1. Z세대에게 부탁합니다. 제발 좀 무단 결근 하지 말아 주세요.

모든 직업이 마찬가지 이겠지만 무단결근은 정말 최악 중의 최악이다. 내 돈 주고 내가 술 마시는데 무슨 상관이냐고? 술 마시고 노는 건 그들 마음이지만 사고 치고 경찰서 가서 조사받는 동안 학원은 난리가 난다.


작년까지 같이 일했던 Z세대 선생님 중 한 명은 툭하면 술 마시고 술병 나서 출근을 못하거나 술자리에서 시비가 붙어 경찰서에서 조사받느라 갑자기 무단결근을 했다.

그러면 학원은 대타 선생님이 없기에 원장님과 다른 선생님들의 공강시간을 반납해 가면서 일을 해야 한다. 파트타임으로 출근하는 선생님이 있긴 하지만 수업을 한 번도 안 해본 말 그대로 파트타이머에게 수업을 맡길 수는 없는 노릇이다. 어쩌다 한 번이면 그럴 수 있겠다 싶지만 잦은 결근과 무책임한 태도에 다른 직원들과 원장님의 불만이 사실 이만저만이 아니다.

더욱 가관인건 재계약 기간돌아오면서 원장님께 월급을 올려달라고 했단다. 그것도 인상 금액이 상식을 어난 수준이었다. 화가 난 원장님은 지금 내가 선생님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해야 할 판이라고 하면서 재계약을 하지 않았고, 우리는 다른 선생님을 채용했는데 이 선생님 또한 아프다고 툭하면 당일 통보를 하고 결근해 버린다. 아픈 건 어쩔 수 없다 치더라도 왜 그렇게 자주 아픈지...

학부모의 컴플레인 전화는 당연히 원장님 몫이다. 그래서 다음에 면접을 볼 때는 아주 건강한 선생님을 뽑기로 했다.


2. 두 번째 부탁입니다. 본인 능력 이상의 월급을 요구하지 말아 주세요.

경력직 선생님들은 학원에서 채용 전에 서로 월급을 협의하지만 말 그대로 생초보 선생님들은 오히려 일을 가르쳐 가면서 시켜야 한다. 학원일은 기본적으로 멀티플레이어를 요구한다. 학부모 상담에 아이들 학습태도까지 고려해서 수업을 해야 하니 쉬운 일은 아니기에 상담 시에 주의해야 할 점들이나 수업을 어떻게 진행해야 하는지 하나부터 열까지 다 일일이 가르치고 주임 선생님이 시간 내서 코칭해줘야 한다. 

아이들이 숙제해온 것도 어떻게 채점해야 하는지 컨트롤하지 못해서 수업시간에 단톡방에 누군가 와서 자기 좀 도와달라고 카톡을 자꾸만 날리고 있는데 뭐가 예뻐서 월급을 올려줄까? 성인이고 옆에서 코칭을 해주었으면 수업이 시작하는 순간부터 그 시간은 오롯이 나에게 전권이 있는 내 시간이다.


스스로 생각이라는 걸 해서 수업을 어떻게 이끌어 나갈 것인지를 순간적으로 잘 판단해야 하는데 초보 선생님은 당연히 이런 능력이 부족하다. 처음에는 도와줄 수 있지만 일 년 내내 단톡방에 누가 들어와서 이것 좀 해달라고 올리는 선생님에게 1년 되었다고 월급을 자동으로 올려주는 게 아니다. 나는 이런 선생님은 재계약 기간이 되면 원장님께 월급을 과하게 올려주지 말라고 전달한다. 본인의 업무 역량이 평균미달 수준인데 당연하게도 평가가 좋게 나올 수가 없다.

나 역시 16년 차이지만 나는 아직도 외부 교육을 오전에 시간 내서 따로 듣고 공부도 하고 타 과목 교수님들 강의도 배울 점이 있으면 적극적으로 들으러 다닌다. 아이들이 선생님도 아직 배울 게 있냐고 묻는데 공부는 말 그대로 평생공부이다. 요즘에는 자기 계발이 필수인 시대이다. 월급을 올려 받고 싶다면 최소한 자기에게 주어진 업무의 반이라도 소화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재계약 시점에서 당당하게 자신의 몫을 요구할 수 있는 것이다.

 

3. 학원일이라고 우습게 보지 말아 주세요. 엄연한 선생님입니다.

Z세대 선생님들이 가장 착각하는  중에 하나가 학원이니까 마음대로 행동해도 될 거라고 생각하며 '선생님'이라는 단어의 무게감을 종종 잊어버리는 것 같다.

학교의 경우는 선생님이 교육공무원 윤리 강령에 위배되는 행동을 하면 징계나 면직 처분을 받는다. 물론 학원도 선생님의 행실이 안 좋으면 원장님이 해고통보를 할 수는 있지만 이 해고라는 게 생각만큼 쉽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왜 원장이 해고를 마음대로 못하냐고 물으신다면 마음대로 해고했다가는 노동청에서 담당 직원의 전화에 시달려야 하며, 결국 부당해고로 간주해서 3개월치 월급을 지급해야 한다.  술 마시고 무단 결근 하는 근태도 문제지만 남자친구와 학원건물 근처에서 싸우고 얻어터지는 꼴을 아이들이 보고 선생님 맞고 있다고 원장님에게 전달해서 원장님이 아래층에 뛰어 내려가서 경찰 부르겠다고 한 후에야 사태가 진정된 적도 있었다.

3개월에 한 번씩 남자친구가 바뀌던 그 선생님은 매번 남자친구가 학원 1층으로 찾아와서 아이들이 선생님의 연사를 다 알게 되었고, 나에게 까지 OO선생님 남자친구 이야기를 하는데 애정행각을 벌이다가 들킨 적인 한두 번이 아니었다.

제발 좀 아이들 보는 앞에서는 조심하라고 원장님이 몇 번을 이야기해도 그러거나 말거나 자기 하고 싶은데로 하는 Z세대 선생님이 꼰대인 나는 이해가 안 된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내가 20대였던 시절에도 나는 현남편이자 구남자 친구가 내가 일하는 학원에 찾아와서 애정행각을 벌인 일이 없었다. 학원의 선생님도 엄연 교육직 종사자이기에 아이들이 보는 앞에서는 행실에 주의해야 할 필요가 있다.


 MZ세대라고 묶어서 통칭하지만 이제는 Z세대가 꼰대라고 부르는 세대가 되어버린 시점에서 그들에게 물어보고 싶다.

"진정 내가 꼰대인 거니 아니면 Z세대가 세상 만만하게 보고 사는 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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