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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케이트 스페이스 Oct 20. 2017

로드아일랜드 뉴포트, 레드우드 도서관


미국에서 가장 작지만 가장 아름다운 주로 꼽히는 로드아일랜드 뉴포트는 사시사철 언제 와도 정겨우면서도 동시에 이국적인 분위기를 느끼게 된다. 뉴포트의 경치는 정말 말로 표현할 수없을 정도로 아름다워서 예로부터 동부의 재벌들이 어머어마한 저택들을 지어 별장으로 이용하던 곳이었다. 그 별장들은 오늘날까지도 그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뉴포트 벨뷰  애비뉴 Bellevue Avenue 맨션 투어는 전 세계 수많은 여행객들을 끌어들이는 관광명소가 되고 있다. 그 맨션들 가운데서 오늘날 투어로 오픈하면서 가장 인기가 많은 곳은 그랜드 센트럴을 세운 철도재벌 코넬리우스 반더빌트 가문이 지은 마블 하우스 Marble House와 더베이커스 The Bakers이다. 뉴욕 퍼블릭 라이브러리의 기초를 세운 재벌 존 제이콥 아스터 가문의 여름 별장 비치우드 Beechwood도 이 곳에 있다. 또한 명문 듀크대학의 최고 후원자였던 재벌 상속녀 도리스 듀크의 저택도 이 곳에 있었는데 수잔 서랜든과 랄프 파인즈 주연의 [도리스와 집사]라는 영화를 보면 당시 분위기를 잘 알 수 있다. 또한 뉴욕 명문가 출신 여류작가이자 미국 역사상 최초의 퓰리처상 수상작가인 이디스 왈튼의 [순수의 시대 The Age of Innocence]에 보면 이 맨션들이 세워졌던 화려했던 길드 시대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이 뉴포트는 19세기 아이리쉬 이민자들이 대거 정착한 곳이기도 한데 그래서 아이리쉬의 가장 큰 축제 가운데 하나인 세인트 페트릭스 데이 St.Patricks' Day 가 되면 이 곳은 초록물결이 넘친다. 아이리쉬 이민자 출신인 케네디 부부가 1953년 9월 12일 결혼식을 올린 곳도 뉴포트 스프링 애비뉴의 세인트 메리 교회 St. Mary's Church 였는데, 양대 명문가의 결혼답게 성대하게 치러졌다. 사실 케네디는 결혼 전 재키에게 자신이 바람둥이이며 결혼에 뜻이 없다는 것을 여러 번 고백했다고 한다. 하지만 재키는 책과 역사와 문학을 좋아하던 지적이고 혈기 왕성한 남자에게 완전히 빠져버렸다. 대학 졸업앨범의 자신을 소개하는 난에 "평범한 가정주부가 되지 않는 것이 나의 소망"이라고 썼다고 하는데 사랑 앞에는 눈이 먼다는 말이 맞는 것 같다. 뉴포트를 너무나 사랑한 케네디 부부는 대통령 시절에도 이곳을 자주 찾았고, 아이젠하워 대통령 역시 이 곳에 자주 머물렀다. 그래서 뉴포트는 한 때 여름 백악관 Summer White House라는 별명이 붙기도 했었다. 이번에는 오래전부터 와보고 싶었던  레드우드 라이브러리를 방문했다. 1747년에 설립된 레드우드 도서관은 미국의 가장 오래된 커뮤니티 도서관으로 기록되어있으며, 1962년에는 국가 사적지로 지정되었다. 무엇보다 270년 전 지어진 건물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정원의 꽃들도 이쁘고 나무들도 멋지다.



현재 일반에게 오픈하고는 있지만, 철저히 멤버십으로 운영되고 있어서 일반인들에게는 $10의 입장료를 받는다. 눈이 부리부리하고 코가 불그스레한 할아버지가 입구에서 방문객을 맞이한다. 이분이 도서관 창립자인 애브라함 레드우드이다.



18세기 말 미국의 존경받던 교육개혁가였던 에즈라 스타일스 Ezra Stiles 가 이 레드우드 도서관의 사서였다고 하니 얼마나 오랜 역사와 전통을 가진 곳인지 짐작할 수 있다. 스타일스는 로드 아일랜드 뉴포트에 첫 터를 잡았던 브라운 대학 창립자 가운데 한 사람이며, 예일대학의 7대 학장을 지내기도 했다. 미국의 대표적인 서머캠프인 예일대 SIG 나 YYGS, 예일대 캠퍼스 투어를 할 때도 예일 대학의 열 두 개 기숙사 가운데 하나인 에즈라 스틸스 얘기를 가끔 듣게 된다.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는 그의 초상화가 전시되어있다.



각각의 독립된 방처럼 나눠진 리딩 룸 곳곳에는 조지 워싱턴, 앤드루 잭슨, 존 퀸시 아담스 등의 초상화가 많이 걸려있다. 분위기가 아주 고풍스러우면서도 웅장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아이들 책 공간은 따로 마련이 되어있고, 창가 쪽에는 뉴베리 수상작들은 따로 모여있다. 열심히 찾아봤지만 2017년 뉴베리 수상작인 [The Girl Who Drank the Moon] 은 찾을 수가 없었다. 각 방마다 아주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고 초상화, 조각품 등이 어우러져있어 꼭 뮤지엄에 온 듯한 느낌이 들었다. 고서, 희귀본, 초판들이 많아 멤버십으로 운영할 만하다는 생각을 했다.



미국 최초의 여성 퓰리처 수상 작가인 이디스 월튼의 [순수의 시대 The Age of Innocence] [기쁨의 집 The House of Mirth] 등도 있고, 책장 하나는 그녀의 작품들로 가득 차 있었다. [로빈슨 크루소의 모험] 초판 원고가 전시되어있다. 따뜻한 창가 자리에서 열심히 신문을 들여다보시던 할아버지, 알고 보니 맞은편 창가에서 책을 읽으시던 할머니와 부부셨다. 바로 옆 의자도 있는데 왜 뚝 떨어져 앉으신 걸까.. 나중에 다정히 팔짱을 끼고 나가시는 모습을 보니 싸우신 건 아닌 것 같았는데 말이다. 내가 들어올 때부터 계속 한자리에 앉아계시더니 앉았다 일어나신 자리에 한참도록 자국이 남아있었다.



당시 도서관 카드함도 진열되어 있다. 도서관 자체가 일반 퍼블릭 라이브러리처럼 넓지는 않아서 다 구경하고 나오는데 한 시간 정도면 충분했다. 그래도 돌아 나오면서 아쉬움이 들어 몇 번 뒤를 돌아다보았다. 내부만큼이나 외관도 참 멋지다. 



도서관 바로 옆에도 아주 멋진 건물이 서있는데, 가까이 다가가서 보니 뉴포트 아트 뮤지엄이었다. 그리고 건너편에는 자그맣게 공원이 마련되어있고, 공원 주변을 따라 예쁜 샵들과 작은 뮤지엄, 갤러리들이 줄지어 있다. 특별히 어디를 들어가지 않아도 그냥 걷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로맨틱한 거리이다. 뉴포트의 문학과 예술이 살아있는 거리를 빠져나와 미국의 나폴리라 불리는 바닷가로 갔다. 특히 볼거리도 많고 먹을 것도 많아 전 세계 관광객들이 찾는 보웬스 페리에서 뉴포트 최고의 클램 차우더를 먹기로 했다.

 


날씨가 좋을 때면 야외 테이블에 사람들로 북적이는데, 아직 좀 쌀쌀하기도 하고,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사람들이 별로 없었다. 실내도 텅 비어있었다. 하지만, 식사 시간이 다가오자 금세 사람들로 가득 찼다. 커피부터 한 잔 주문했다. 새로 내려서 주겠다고 했는데, 향이 무척 좋았다. 



클램 차우더와 이 집의 명물인 수제 햄버거, 뉴포트를 방문한 사람들은 아마 많이 맛보았을 것 같다. 



속을 든든히 채우고 밖으로 나와 천천히 걸었다. 아직은 성수기가 아니라 한적하다. 주차요금도 지금은 무료이지 여름부터는 받는다고 적혀있었다.



뉴포트에서 다리를 건너 멋진 풍경을 감상하며 제임스타운 Jamestown으로 넘어갔다. 지도상에서 뉴포트 위의 미들타운 Middletown이라는 마을에는 학교 교정이 바닷가와 맞붙어있는, 놀랄 만큼 아름다운 캠퍼스를 자랑하는 보딩스쿨, 세인트 조지 스쿨 St. Georges School 이 있다. 꽤 멀어 보이지만, 뉴포트에서 제임스타운 끝까지 차로 20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는다. 제임스타운에는 1787년에 세워진 하얀 풍차가 있고, 로맨틱한 등대로 이름나 있는 비버 테일 라잇 하우스 뮤지엄이 있다. 등대도 멋지지만 등대까지 가는 길이 환상적이다. 농장과 와이너리, 멋진 집들과 나무들 사이로 바다가 보였다 말다 하는 꿈결 같은 길을 한참 달리다 보면, 비버 테일 스테이트 팍이라는 사인을 만나게 된다. 



아무도 없는 길을 조금 달리니 저 멀리 등대가 보였다. 말로만 듣던 비버 테일 등대였다. 하늘이 끄물끄물 흐려왔다. 바닷가로 내려가 보았다. 바람이 아주 세차게 불었다. 옷깃을 여미며 차로 돌아가려고 하는 순간, 바위 위에 뭔가가 움직인다는 것을 알았다. 자세히 보니 한 여학생이 바위에 앉아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위에서도 바닷바람이 너무 매서웠는데, 바로 물가에서 그림을 그리다니.. 자그마한 체구의 소녀, 열정이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다. 분명 멋진 그림이 완성되었을 것이다. 바닷가 마을을 따라 따라 쭈욱 달리다 보면, 자꾸만 차를 세우게 된다. 정말 뉴포트와 제임스타운은 그 어느 거리도 멋지지 않은 곳이 없다. 로드 아일랜드는 미국에서 가장 작은 주이지만, 이틀 동안 맨 아래 바닷가 마을만 머물다 떠나게 되었다. 올 때마다 새로운 곳을 오는 느낌이 드는 로드 아일랜드, 정말 아름다운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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