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 대한 깊은 통찰, 『콜래트럴 뷰티』

by 케이트 스페이스


아이들을 뮤지컬이 공연되는 타임스퀘어 뉴 암스테르담 극장에 넣어두고, 바로 옆 극장 AMC Empire 25에서 [Collateral Beauty] 영화를 보았다. 톰 행크스 주연의 [인페르노 Inferno]를 보았던 같은 극장이었는데 그때 이 영화의 예고편을 본 뒤로 개봉날을 손꼽아 기다렸었다. 하지만 개봉일에는 투어 중이라 극장에 가지 못했고, 뉴욕집으로 돌아와서야 극장을 찾게 되었다. 좋아하는 명배우들, 헬렌 미렌, 케이트 윈슬릿, 윌 스미스, 등이 대거 출연하는 영화이자, 맨해튼 곳곳을 보여주는 영화라 잔뜩 기대를 하고 있었는데, 역시 기대 이상으로 따뜻하고 감동이 있었고, 예고편보다 훨씬 좋은 영화였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를 만든 데이비드 프랭클 감독의 영화라서 그런지 맨해튼 구석구석을 아주 멋지게 보여준다. 주인공 역을 맡은 윌 스미스, 어쩜 나이가 들어도 그렇게 멋있는지.. 여섯 살 어린 딸아이를 하늘로 떠나보내고 그 억장이 무너지는 아픔과 슬픔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가족도, 친구도 동료도 모두 등진 채 세상에 대한 분노와 슬픔만을 껴안고 살아가는 중년의 하워드 인릿 역을 맡았다. 동료이자 친구인 세 사람, 클레어, 위트, 사이먼은 하워드가 흔들리는 것만큼 회사의 불투명한 미래에 대해 걱정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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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친구 하워드를 잃는 것이었다. 혹시나 하워드가 자살을 하거나 나쁜 마음을 먹을까 두려워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관찰하고 보고하는 사립탐정까지 고용했다. 그리고 그가 세 통의 편지를 써서 우체통에 보내는 것을 알게 된다. 그 세 통의 편지는 각각 사랑 Love, 시간 Time, 그리고 죽음 Death 앞으로 였다. 고용된 사립탐정이 그 편지를 가로채어 이들에게 내용을 보여주었고, 하워드에 대한 걱정은 커져만 갔다.



어느 날 사이먼은 우연히 회사에 면접을 보러 온 에이미를 만나게 되고 뭔가에 홀린 듯 그녀를 따라간다. 그녀가 들어간 곳은 맨해튼의 작은 소극장, 그곳에는 연극은 하지만, 관객은 없이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세 명의 배우가 대본 연습을 하고 있었다. 사이먼은 그들에게 하워드의 상태를 이야기하고, 하워드가 유일하게 대화를 시도하는 세 가지, 사랑, 시간, 죽음을 연기해달라고 부탁을 한다. 그리고 하워드가 보낸 편지를 보여주고 그 역할을 해달라고 한다. 에이미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못한다고 거절하지만, 브리짓 (헬렌 미렌) 은 어떤 역이든 할 수 있다며 하겠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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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도 안 될 것 같은 이런 역할을 실수 없이 하기 위해서 이들 세 사람은 하워드를 좀 더 알아야 했고, 하워드의 친구이자 동료인 세 사람을 통해서만이 가능한 일이었다. 클레어는 말한다. "하워드는 우리의 보스이고, 동료이자 친구이다. 최근 딸을 잃었고, 그는 이제 모든 것을 잃어도 상관하지 않을 사람처럼 살고 있다" 고.. 그렇게 같이 시간을 보내는 동안, 윗, 클레어, 사이먼 또한 하워드와 마찬가지로 고통과 상처를 숨긴 채 흔들리고 아픈 삶을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이들은 그들에게도 사랑, 시간, 죽음을 공유하는 따뜻한 친구가 되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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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먼은 이혼한 전처와의 사이에 하나뿐인 딸과의 관계 때문에 아파하고 있고, 윗은 암으로 시한부 인생을 살아가고 있지만, 갓난쟁이 아들을 돌보며 행복해하는 젊은 아내에게 차마 알리지 못하고, 가족들에게 유산을 더 남겨주고 떠나기 위해 밤낮으로 뛰어다니고, 클레어는 엄마가 되고 싶다는 열망과 절망 속을 시계추처럼 왔다 갔다 하며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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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하워드의 삶을 알게 된 세 사람, 사랑, 시간, 죽음은 하워드를 밤낮으로 쫓아다니고, 하워드에게 이야기를 건넨다. 당신이 보낸 편지에 답을 하기 위해 왔다고, 거부하고 소리 지르던 하워드는 자신이 환영에 시달린다고 생각을 한다. 그리고 조금씩 변화를 겪게 된다. '사랑' 역을 맡은 에이미에게 하워드는 "딸아이의 웃음 속에 사랑이 있었고 사랑을 믿었지만, 사랑은 나에게 상처를 주었다"라고 말한다. 에이미는 "사랑인 나는 모든 곳에 존재한다. 당신 딸의 웃음 속에도 있었지만, 지금은 당신의 고통 속에서조차 존재하고 있다"라고 말하며 "사랑은 모든 것의 근원이고, 사랑 없이 살 수 있다고, 혹은 살아가려고 애쓰지 말라고 충고한다.



그리고 또 하나의 큰 의미를 주는 등장인물은 어린 자식을 가슴이 묻은 이들을 만나 아픔을 함께 나누는 여인인데, 자신의 딸은 여섯 살에 하늘나라로 떠났고, 이름은 올리비아라고 말해준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은 그 여인이 바로 하워드의 아내였고, 딸이 죽은 뒤, 하워드의 요청에 따라 결별을 하고 낯선 이들처럼 살고 있었다. 하워드는 마침내 다시 아내와의 관계를 회복하고, 아픔을 받아들이고, 죽음이 아닌 삶으로, 사랑으로 돌아오게 된다. 이 극본을 쓴 알랜 리옵은 실제 큰 상실을 겪은 후 그 슬픔을 편지로 쓰게 된 한 사람의 이야기를 접하게 되면서 이 이야기가 영화로 만들어지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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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는 딸이 죽던 날 밤 병원에서 한 여인을 만나게 되었고, 그녀의 입을 통해 "Collateral Beauty"라는 말을 들었다는 이야기를 해준다. 그 말은 어설픈 위로가 아니었고, 인생의 오랜 경험에서 나온 진심 어린 말이었다는 말과 함께.. "Collateral Beauty"를 기억하라며, 그것은 "profound connection to everything"이라고 말한다. 그 여인은 바로 '죽음'을 연기했던 브리짓이었다. 하워드 인릿은 그의 편지에 이렇게 쓰고 있다. "사랑, 시간, 죽음은 모든 이들의 삶에 연결되어있다. 사랑을 갈구하고, 시간이 좀 더 있었으면 하고 바라고, 죽음을 두려워한다. We're here to connect. Love, time, death. Now these three things connect every single human being. on earth. We long for love, we wish we had more time, and we fear death" 우리 모두는 시간을 살고 있고, 사랑을 하며, 누구나 언젠가는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내는 아픔을 겪게 되고, 우리 또한 언젠가는 다른 이들의 가슴에 아픔을 남긴 채 떠나게 될 것이다. 사랑과 시간과 죽음, 그리고 삶과 인생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되었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생각도 하며, 오래도록 여운이 짙게 남는 좋은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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