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발점에서.
글을 시작하면서 어두운 이야기를 하나 해야겠습니다. 저는 고등학교 때 행복하지 않은 아이였습니다. 산에 박혀 공부만 해야 하는 특목고의 교육환경을 견딜 수 없었습니다. 입시를 이해할 수 없었고 많이 예민했으며 자존감은 바닥이었죠. 입시의 게임에서 저는 부적응자였지만 기권할 수 있는 용기가 없어서 매일 억지로 달리는 시늉을 했습니다. 그 시기에 하루를 끝내고 눈을 감으면서, 내일 내가 세상에 없다면 어떨까?라는 상상을 하곤 했었습니다. 그리고는 한 가지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내가 세상에서 사라지면 남는 건 글 뿐이겠구나.
그때 이후로 시간이 많이 흘렀음에도 버릇처럼 '오늘이 마지막이라면 어떤 글을 남길까?'라는 질문을 가끔 스스로에게 던지곤 합니다. 내가 가족에게 어떤 말을 하고 친구들 그리고 나보다 더 어린 친구들, 어른들에게 어떤 마음을 전하고 싶을까? 어떤 글로 나는 기억되길 바랄까? 꽤나 오랜 기간, 이 질문들에 대한 저만의 답을 꾸준히 적어왔습니다.
그 과정에서 원하는 것이 분명해졌습니다.
지금 남기는 글이 마지막 기록일 수도 있다면, 저는 제 말들이 따뜻한 것이기를 바랍니다.
제 글을 보고 저를 따뜻한 사람으로 기억해주고 - 그래, 이런 사람도 있었지 하면서 왠지 모를 힘이 솟을 수 있다면. 현실의 중심을 잃지 않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해주고 세상의 여러 요소 중 결국 빛을 발하는 것은 함께하는 존재의 아름다움임을 이야기할 수 있다면 얼마나 뿌듯할까요?
과거에 아파서 던졌던 질문들이 이제 아름다운 순간을 찾아주는 행복의 씨앗이 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조금 더 사람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졌습니다. 바삐 굴러가는 현실의 굴레 속에, 고된 삶의 길 위에서 결국 우리는 서로에게 공감하고 따뜻한 흔적을 남기기 위해 살아가는 존재라는 것을요. 우리가 넘어졌던 순간이 아름다운 기회로 바뀌고, 이상과 현실의 줄다리기 속에서 행복의 균형점을 찾는 과정을 이야기하기 위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