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추석 때 그런 말 하지마.“
지인이 자기 딸이랑 동생을 맺어주자고 한다면서 ”쟤가 살만 빼면 내가 소개해 줄 사람 많은데 답답해 죽겠어.”라고 했을 때 내가 한 말이다.
”이모, 추석에 그런 말 하면 안 된대요. 신문에 나왔어요.“
이모가 이십대 후반인 자기 아들에게 “어릴 땐 영재였는데 왜 이렇게 됐니?”라고 했을 때 내가 말했다. 이모가 웃으며 무슨 말인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어머니, 추석에 그런 말 하면 안 된대요.“
어머님이 현관에서 작별 인사하는 조카에게 ”장가 가라.“ 했을 때 내가 어머님 어깨 위에 손을 얹고 밖으로 끌고 나가며 속삭였다.
추석 때 그런 말 하면 안 된다. 김영민 교수가 ‘추석이란 무엇인가’라는 칼럼에서 했던 말이다. 취업했냐 묻지 마라. 결혼했냐 묻지 마라. 애 안 낳냐 묻지 마라. 둘째 안 낳냐고도 묻지 마라.
나는 시할머니께 들었다. 하나만 더 있으면 얼마나 좋아. 나중에 외로워서 어째. 올해도 나는 숙달된 미소를 지어보였다.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 어차피 일 년에 두 번 뵙는다.
아직도 ‘추석이란 무엇인가’ 칼럼을 안 읽은 사람이 많은 것 같다. 어르신들이 읽어야 하는데 오히려 청년층이 더 많이 읽은 듯하다. 칼럼아 널리 퍼져라. 특히 어르신들에게 퍼져라. 널리널리 퍼져서 추석이 무엇인지 널리 알려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