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지도같은 것이 있다면.

by 쌩긋

고등학교때까지의 나는 좋은 게 있어도 말하지 못하고 싫은 것도 바로바로 내색하지 않는 성격이었다. 누가 말 걸지 않으면 하루종일 한마디도 하지 않고 하교할 수도 있었다.

교복 입었던 시절의 나를 떠올리면 물기라고는 조금도 없는 건조하게 얼어붙은 공기가 떠오른다. 나는 내내 메마르고 황량하기 그지없는 풍경 속에 내던져진 것 같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겉에서 보는 나는 꺄르르 잘 웃고 늘 행복해보이는 여자아이였다. 사춘기 서툰 감성을 잘 다독일 줄 아는.

한껏 웃으며 얘기해도 나는 늘 슬펐다. 특별한 이유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 선생님들에게도 신임받고, 친구들과도 원만했던 나는 왜 그렇게 사시나무 떨듯 외로웠을까.
그 나이 때의 여린 감수성이 다 그렇듯, 입시와 앞으로의 삶의 지도 안에서 영원히 헤맬것만 같았다.

그리고 나는 언제쯤 말할 수 있을까. 이제는 눈 감고도 걸어갈 수 있으니 지도 따위 필요 없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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