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영화가 신파여야하는 이유

영화<판도라>

by 쌩긋

때로 우리는 사람들에게 그게 아니라고, 지금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라고 큰 소리로 외치고 싶을 때가 있다. 교육, 언론, 정치. 나 하나만의 노력으로는 꿈쩍도 안하는 현실이 너무나 거대한 물살 같아서 떠밀려가고 싶지 않아도 그럴 수 없는데 거스를 방법이 없을 때.




<판도라>는 목적의식이 분명한 영화다. 원전의 위험성, 반핵의 가치를 한눈팔지 않고 직설적으로 말한다. 얼마나 제대로 말하고 싶었는지 그 장황하고 설명적인 대사들에서도 관객 한명 한명까지도 놓치지 않고 설득하고 싶다는 우직함이 보인다. 그러니까 그래서 더욱더, 신파여야 했다. 호불호가 갈리지만 아직까지 폭넓게 먹히는 것은 슬픔과 가족과 사랑이라는 신파니까.



누구나 비겁할 수 있듯, 누구나 영웅이 될 수 있는 것 아닐까.
무인도에 조난당했고, 인육을 먹어야 살아남는 상황이라면 먹겠느냐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이런 질문을 받았을 때 단호하게 죽는 한이 있어도 같은 사람을 먹을 수는 없다고 단정지을 수는 없을 것이다. 우리는 아직 그런 상황에 처해보지 않았고, 가능한 그런 선택을 하고 싶지 않지만 아무도 닥치지 않으면 모르는 거니까.



돌아올 수 없는 곳으로 자원해서 들어가는 원전 노동자의 태도가 너무 비장해서 비현실적인 것은 역설적이게도 그래서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이건 드라마 <시그널>의 김범주를 보며 느낀 감정이기도 한데, 스스로에게 '어쩔 수 없다'는 정당성을 부여해 가며 잘못을 저지르는 사람들은 상황만 바뀐다면, 조건만 허락한다면 반대로 그렇게 '어쩔 수 없기 때문에' 희생할 용기도 있지 않을까, 하는.



혹자는 개봉 시기와 시국 상황이 절묘하게 맞아 떨어진 것이 영화와 감독의 운이라고들도 하지만 진짜 운이란 건 이 영화를 보고 깨달아 우리나라, 아니 전 세계가 탈핵 노선을 선택하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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