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이라 지하철 타고가는 출근길에 무인예약함에서 도착한 책을 찾아왔다. <사천원 인생-열심히 일해도 가난한 우리 시대 노동일기>는 한겨레 기자 4명이 2009년 7월부터 경기 안산의 가전제품 공장, 서울의 갈빗집과 인천의 감자탕집, 경기 마석의 가구공장, 서울 강북의 대형 마트의 현장에 직접 들어가 한달씩 일하며 써내려간 노동일지다.
1999년 첫 아르바이트를 시작했을 때 내 시급은 1600원이었다. 그마저도 최저임금 1,525원보다 많다며 좋아했던 기억이 난다. 책 속의 이들이 일했던 2009년은 무려 10년이 지난 후이지만 최저임금은 겨우 2000원 가량 오른 4000원이었다.
여기에 다시 또 10년쯤이 지난 지금의 우리는 어떤 시대를 살고 있나? 지난달 경북 경산시 소재의 씨유 편의점에서 야간알바생이 봉투값을 달라고 했다는 이유로 괴한에게 살해당했다. 명백한 산업재해지만 CU본사는 사고가 일어난 매장이 직영점이 아닌 가맹점이라는 이유로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비정규직 일자리를 원해서 비정규직으로 취업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누구나
이 일은 잠깐 하는 거야, 여기서 일하면서 경험 쌓고 틈틈이 공부해서 꼭 더 좋은 곳으로 이직해야지.
하는 생각으로 취업 전선에 뛰어들게 된다. 하지만 상황은 그렇게 녹록치 않다.
아르바이트생들도 마찬가지다. 생계에 쫓겨 급히 아르바이트 일선으로 내몰리는 청년들에게 그러게 왜 알바만 하고 있냐고 채근할 권리가 우리에게 있는가.
올해 정규직과 비정규직 임금차는 54%에 육박했다. 비정규직 임금이 200만원이 채 되지 않는 시대. 알바노조가 설립된 지 4년차, 이들이(그리고 우리가) 시급하다고 외치는 시급 1만원은 그래서 더더욱 중요하다.
오늘은 127주년 노동절이다. 민주노총은 오늘 '지금 당장'을 슬로건으로 내걸고 전국적으로 <2017노동절 대회>를 연다. 이번 집회에서는 최저임금 1만원으로 인상, 비정규직 철폐, 재벌체제 해체, 노조 활동할 권리 보장 등을 요구한다.
요구 사항이 참 한심하다. 1970년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를 외치며 분신한 전태일 열사의 요구와 1886년 8시간 노동 쟁취와 경찰의 무력 탄압에 항의하기 위해 시작된 mayday(노동절)에서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한 느낌이 드는 것은 나 뿐일까.
ps. 굳이 따지자면 반에 반 발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