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우리에게 희망이 남아있다면
인간에게 불을 가져다주었다는 이유로 매일 독수리에게 간을 쪼이는 고통스런 형벌을 받은 프로메테우스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굴복하지 않는 투쟁의 상징이기도 합니다.
이에 분노한 신의 제왕 제우스는 신이 만든 최초의 여인, 아름다운 판도라에게 기묘한 상자를 하나 주어 프로메테우스에게 내린 형벌만큼이나 엄청난 고통과 슬픔을 인간에게 선사했습니다. 그것이 바로 판도라가 열어버린 상자의 비밀입니다.
그리스 로마 신화의 한 구절을 떠올리지 않아도 우리가 사는 21세기는 고통과 슬픔, 인류가 인류를 짓밟아야만 살아갈 수 있는 절망의 연속입니다.
세계 질서 헤게모니 장악을 위해 제국주의 국가들이 벌이는 침략 전쟁은 말할 것도 없고 신자유주의 구조조정과 노동유연화를 목적하는 자본주의 체제가 일상적으로 벌여내는 두번째 전쟁이 바로 그것입니다.
구조조정에 먼저 일자리를 잃고 자영업자가 되어 또다시 더 열악한 처지의 아르바이트생을 착취하는 것이 무엇이 잘못인지도 모르는, 그리하여 무지가 분노를 낳고 서로가 서로를 겨냥하게 만드는 현실.
<타임푸어> 중.
가계가 어려워 맞벌이에 나서지만 또다시 가사노동에 시달리면서도 저출산과 양육, 돌봄의 고통과 불안을 모두 떠안고 있어야 하는 여성 노동자들.
연애에도 당연히 돈이 들지, 급여는 오를 생각을 하지 않지, 자연히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하는 3포 세대들.
이것이 일상의 전쟁이 아니라면 무엇이겠습니까.
판도라의 상자에는 아직 나오지 못한 희망이 남아있다고 하는데요. 그래 과연 언제쯤, 언제쯤 우리는 그 망할 상자에서 희망이라는 놈을 꺼내올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