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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쌩긋 Oct 06. 2015

잔잔한 미소를 선사하는, 영화 <인턴>

모든 영화에 악역이 필요한건 아니죠

이렇다 할 극적 요소도 없고 등장인물간의 큰 갈등도 없는, 다소 밋밋할 수 있는 이 영화는 두시간 내내 제게 시종일관 미소를 선사했습니다.


사실은 보기 전, 시선이 고왔던 것은 아닙니다. 시절이 하수상하여 온갖 형태의 불안정노동이 창출되고, 말이 좋아 "인턴"이지

필요할 때 쓰고 버려도 되는 인력쯤으로 여겨져 정작 일도 배우고 돈도 벌 수 있다며 꿈에 부풀어 들어간 청년들에게 좌절감과 모멸감부터 배우게 했던 제도가 바로 <인턴제>아니던가요. 잘나가는 여성 사업가는 또 어떻구요. 세상에 저렇게 성공한 여성 사업가가 얼마나 된다고. 삐딱한 시선을 가졌던 게 사실이에요.

그러나 이 영화, 편견을 깨끗이 깨뜨려줍니다. 곰곰 생각해보면 현실 세계에서 문제거리에 직면한 사람 모두가 파괴적이고 극적인 방법으로 돌파하진 않습니다. 개개인 모두가 주인공인 이 사회에서 사람들은 모두 한두번씩은 실수하고 힘들어하고 또 그러다가 성공하기도 하고 좌절하고 기뻐하고 아파하고 갈등하고 그렇게 그렇게 온갖 감정이 버무려진 하루하루를 살아가죠.


열정적인 사업가 줄스도, 굽이굽이 한평생 살아온 벤도, 아내를 위해 전업 남편이 된 매트도 자신의 선택에 늘 확신을 가지고 있었던 건 아닐겁니다, 우리가 그렇듯이.


이 영화의 매력은 바로 이것입니다. 내 얘기는 아니네, 하고 넘겼던 일들이 바로 내 이야기로 다가온다는 것. 평범한 사람들이 사는 이 세상엔 그다지 특별히 나쁜 사람도 특출나게 완벽한 사람도 없다는 걸 새삼 깨닫게 해주는 것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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