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놓고 커피 마시고 마음놓고 연애할 세상을 옥윤에게 주고싶다
입 바른 소리를 하기는 쉽다. 지금이야 누구나 나는 저렇게 살지 않을거야 혹은 당연하게도 자신은 정의로운 선택을 할 거라 확신할 수 있어도 정말 그 자리 그 상황에서 맞닥뜨리는 현실은 막연히 생각했던 것과 확연히 다를 것이다.
코 앞에 죽음이 닥쳤을 때, 죽음과 맞먹는 육체적 고통이 가해질 때 자신의 안위는 안 중에도 없이 신념을 지킬 수 있는 인간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그래서 더 염석진이 안타까웠다. 아니 눈 감고 생각해 봐, 내 눈은 가려져 있고 총소리에 옆 사람들은 픽픽 쓰러지고... 그 상황에서 그래도 네가 죽었어야 한다고, 그래도 난 너처럼 동지를 파는 일 따위는 못한다고 소리칠 자격은 어둠 속 의자에 팝콘통을 들고 앉아 있는 우리에겐 없다.
염석진 혹은 그가 실존 인물인지 궁금해하는 네티즌들의 지식인 질문이 쇄도할 정도로 현실에 존재한 많은 친일파들을 옹호할 생각은 없다.
다만 그 일이 그렇게 어렵고 힘들기 때문에, 인간이기를 포기할만 한 유혹이, 아니 살고자 하는 당연한 욕구가 자신과 생사고락을 같이한 여러 생명을 팔아넘기는 결과로 귀결되는 시대를 살아본 적이 우리는 없기에 그래서 더더욱 독립 투사들이 대단한 것이다.
드라마 <경성스캔들>을 보며 새내기 시절의 치기어린 내가 많이 생각났었다. 조국 해방이라는 큰 일을 앞두고 자꾸 선우완 생각이나 하는 자기를 스스로 꾸짖고 해방되기 전에는 연애는 커녕 심지어 옷도 전통을 고수하며 자기가 이렇게 나약해지니 얼른 조국을 해방시켜버려야겠다는 여경에게 애물단 수장 수현은 우리는 우리를 위한 일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니 조급해하지 말라고 한다.
그래서 커피를 처음 마시는 옥윤이, 결전의 날을 앞두고 동지들 사이에서 춤추며 어색하게 웃던 옥윤이 더 애처로웠다. 조금 더 찬란해도 좋았을 젊음이잖아.
ps 1. 나는 이제부터 지현언니라고 부르기로 했어... 단어와 단어를 뭉개는 버릇을 싹 없애고 또박또박해진 발음, 일인이역을 가뿐히 해내는 상큼함, <엽기적인 그녀>일 때부터 난 그녀가 연기를 꽤 잘한다고 느껴왔다는 것을 고백하는 바이다.
ps 2. 60대 노인 몸을 연기한 이정재의 육체가 너무 리얼해서 짠하기까지 했다. 어딘가에 진짜 그렇게 노쇄한, 평행선에서 너무 많이 이탈해버려 스스로를 속이는지도 자각하지 못하는 친일노므자식들이 딱 그 모습으로 살아있을 것만 같잖아.
ps 3. 곰곰 생각해보면 나는 친일파야 안됐겠지만 독립투사도 못했을 것이다. 사격은 고사하고 뜀박질도 제대로 못하는 나는 동지들에게 방해만 될 것이라서 지레 포기하고 뒤에서 나불대기만 하겠지. 그때도 키보드 워리어였을거야.
ps 4. 하정우님, 그렇게 섹시해도 불법 아닌가요. 네? 합법적인 일인가요 이거..? 차에 올라타고 총 쏘실 때 저, 아이돌을 영접한 여고생처럼 소리질러서 나중에 엄청 쪽팔렸단말이에요. 휴.
ps 5. 영화보는 내내 생각나던 노래, 노래 전 멘트.
http://www.youtube.com/watch?v=KdkVMmdJe_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