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트의 아트마켓 16
지난 4월 생중계로 열린 소더비(Sotheby's) 홍콩 경매에서 미국의 추상표현주의 대가 클리포드 스틸(Clyfford Still)의 1965년작 'PH-568'이 1억 8백만 홍콩 달러(한화 약 154억 원)에 낙찰되었다. 이틀에 걸쳐 홍콩에서 열린 이번 현대.동시대 예술 경매에서 이 작품 외에 다수의 대가들과 주목받는 신진 작가들의 작품이 추정가보다 높은 가격에 판매되며 소더비 홍콩 경매 사상 최고 판매액을 기록했다. 최근 홍콩에서 개최된 필립스(Phillips)와 크리스티(Christie's) 경매도 여러 부문에서 새로운 기록을 세우는 등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Photo: G. Starke via Flickr/Creative Commons.
장기화 국면의 팬데믹으로 전반적 세계 경제의 불황이 심화하고 있는 요즈음 아시아의 아트 마켓은 예외적 현상을 보이고 있다. 유럽과 미국의 아트 마켓이 서서히 회복세를 띠는 가운데, 아시아의 아트 마켓은 강한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아시아의 아트 마켓은 역내 아트 비즈니스의 70%를 차지하는 중국을 중심으로 구축되어 있다. 매년 출간되는 아트 바젤(Art Basel)과 UBS의 '아트 마켓 보고서'에 의하면 이미 몇 년 전부터 중국은 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은 예술품 판매액을 기록하며 아트 마켓의 중심지로 올라섰다.
수년째 지속되어 온 미.중 간 무역갈등 이전까지 이어진 중국의 고도 경제 성장으로 중국 내 신흥 부유층이 대거 늘어나면서 이들이 주도하는 예술 작품 소비가 아시아 아트 마켓의 성장을 이끌었다. 특히 밀레니얼 세대의 예술품 소비가 크게 증가하면서 서양 예술과 동시대 예술에 대한 수요가 폭증했다.
세계 제2대 아트 마켓인 중국 시장에 진입하려는 기존의 미국과 유럽 중심의 아트 마켓과 글로벌 예술을 찾는 중국 내 수요가 맞물리며 상승 작용을 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이들의 교두보 역할을 하며 아시아 아트 마켓의 중심 도시로 홍콩이 자리잡게 되었다. 홍콩은 광둥어와 중국어 외에 영어가 공식 언어인 데다 전면적인 면세 정책으로 동.서양의 아트 마켓을 잇는 중요한 거점이 되어 왔다.
Photo: Tim Evanson via Flickr/Creative Commons.
하지만 2020년 중국이 큰 논란 속에 홍콩 안전법을 시행한 후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올해 3월 미국의 대표적인 보수 성향 싱크탱크인 헤리티지 재단(The Heritage Foundation)과 월스트리트 저널(The Wall Street Journal)이 매년 발표한 경제 자유 지수에서 홍콩은 평가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 재단은 그 이유를 홍콩의 경제 정책이 중국 정부의 통제 하에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홍콩은 2019년까지 지난 25년간 경제 자유 지수 상위에 이름을 올려왔다.
예술계는 중국의 국가 안보에 위협적인 행위를 처벌 대상으로 포괄적으로 규정한 홍콩 안전법에 대해 비판하고 있다. 이들이 가장 염려하는 것은 처벌에 대한 두려움으로 예술가들과 예술 기관들이 의식적, 무의식적으로 작품에 자가 검열을 하게 되는 것이다. 자가 검열은 곧 표현의 자유와 예술 교류, 개인의 안전 등에 악영향을 끼쳐 시대 흐름에 역행하게 만든다는 것이 예술계 인사들의 주된 견해이다.
Photo: See-ming Lee via Flickr/Creative Commons.
이러한 홍콩의 불안정한 상황으로 말미암아 새롭게 아시아에 진출하려는 예술 관련 기관들이 홍콩 이외의 도시들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서울을 비롯해 싱가포르와 타이베이 등 비교적 팬데믹의 영향이 홍콩보다 적고, 사회.경제적 회복이 빠른 도시들을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이 가운데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아트 페어의 하나인 프리즈(Frieze)가 내년부터 아시아 진출지로 서울을 선택한 것은 실로 고무적인 소식이 아닐 수 없다. 글로벌 아트 마켓의 한가운데로 발돋움하는 서울의 변화와 활약이 기대된다. 세계 아트 마켓의 주목을 끌기 시작한 서울 예술 시장의 동향과 전망에 대해서는 다음 편에 이야기하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