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트의 아트마켓 17
세계 최대 아트 페어(Art Fair)인 아트 바젤(Art Basel)과 함께 세계적 권위를 자랑하는 프리즈(Frieze Art Fair)가 2022년부터 서울에서도 매년 선을 보인다. 프리즈는 영국 예술 잡지 '프리즈(frieze)'가 주관하는 동시대 예술 중심 아트 페어로 2003년 런던을 시작으로 2012년 뉴욕과 2019년 로스앤젤레스(LA)로 확대되어 해마다 열린다. 전 세계 170여 개의 선정된 갤러리들이 참여하고 런던 페어만 계산해도 한 해 68,000여 명의 관람객이 찾는 대규모 예술 축제이자 마켓이다. 세계적으로 영향력 있는 컬렉터들과 큐레이터, 자문가 등 전문가들이 차세대 유망 작품을 찾아 모여드는 곳이기도 한 프리즈가 아시아에 첫발을 내딛는 것이다.
지난 몇 년 동안 프리즈의 아시아 진출 가능성을 놓고 이런저런 예측들이 풍문으로 나돌았었다. 아시아 아트 마켓은 빠른 성장세라는 측면에서 글로벌 마켓을 주도하고자 하는 프리즈의 전략에 들어맞기 진출지이기 때문이다. 많은 전문가들은 홍콩이나 상하이가 첫 진출 대상이 될 것으로 추측했었지만 최종적으로 서울이 낙점됐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글로벌 아트 마켓의 관점에서 회복력 있는 한국 경제 상황이 프리즈 측의 진출 대상지 결정에 큰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다. 비교적 효과적인 팬데믹 상황에 대한 대처로 GDP 감소가 전년 대비 1%에 그쳤고, 한국의 올해 성장률이 약 3%일 것이라는 OECD의 예측 때문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서울이 아시아의 아트 마켓의 진출지로 떠오르는 이유가 또 있다. 이는 예술 작품에 관세와 부가가치세 등 세금이 면제되기 때문이다 (케이트의 아트마켓 15 참조).
'프리즈의 서울 진출'이라는 낭보를 접한 필자는 이에 대한 기대감에서 영국 런던 프리즈 본사의 빅토리아 시달(Victoria Siddall) 보드 디렉터(Board Director)와 서울 진출 시기와 진출 배경, 서울 입성에 대한 기대 효과 등에 대한 이메일 인터뷰를 가졌다. 그녀는 "프리즈는 런던과 뉴욕 그리고 LA와 같이 예술가와 갤러리, 미술관, 컬렉터들의 공동체가 활성화되어 있는 문화.예술적으로 앞서가는 중심지에서 항상 페어를 열어왔다. 그리고 아시아에서는 서울이 이에 꼭 들어맞는 개최지라고 판단하였다. 2022년 9월 서울에서의 첫 페어를 방문하려는 관람객들이 벌써 도시의 미술과 음악, 건축, 그리고 음식 등 많은 것들에 대단히 기대하고 있다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라고 서울이 프리즈의 아시아 진출지로 선정된 이유를 설명했다.
이런 유리한 점들로 인해 국내에는 이미 세계적으로 유명한 갤러리들의 지점들이 위치하고 있다. 리만 머핀(Lehmann Maupin)과 페로탕(Perrotin), 페이스(Pace), 갤러리 바톤(Gallery Baton) 등이 이미 서울에 자리 잡고 있으며, 페이스 갤러리는 지난달인 5월 서울 지점을 확장 이관했다. 이에 더해 쾨닉(König) 서울이 지난 4월 개관했고, 갤러리 타데우스 로팍(Galerie Thaddaeus Ropac)이 오는 10월 서울에 지점을 개관한다.
한국 아트 마켓은 올해 들어 미술 작품의 판매가 급격히 늘고 있는 등 성황을 누리고 있다. 서울 옥션이 역대 메이저 경매 최고 기록의 성과를 올렸고, 지난 3월 열린 아트 페어인 2021 화랑미술제는 역대 최다 관람객 수와 함께 판매액도 예년의 2배를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마찬가지로 5월에 개최된 국내 주요 아트 페어 중 하나인 아트 부산(Art Busan) 역시 역대 최다 관람객과 최대 판매액을 기록했다. 새로운 대체 투자를 모색하려는 사람들과 밀레니얼 세대의 미술에 대한 관심, 그리고 비대면 시대의 실내 활동 증가 등으로 예술을 즐기려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아트 마켓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시기에 2013년 아트 바젤의 홍콩 진출 이후 처음으로 이루어지는 세계 일류 아트 페어의 아시아 진출이 서울로 결정된 것은 국내 예술계의 발전에 실로 고무적인 일이라 할 수 있다. 내년 프리즈 서울에는 전 세계 100여 개의 갤러리들이 참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프리즈의 시달 보드 디렉터는 "과거 런던과 뉴욕, 로스앤젤레스에서 우리는 도시의 갤러리들과 미술관들과 함께 '프리즈 주간(Frieze Week)'을 만들고, 도시 전체에 걸쳐 이벤트들을 열어 각 도시만의 독특한 문화의 현장을 기념해왔다. 서울에서도 우리는 같은 일을 할 것이다. 글로벌 아트 페어는 영향력 있는 관람객들에게 그 도시를 선보이는 아주 좋은 기회이다. 우리는 서울이 다른 도시들처럼 프리즈의 문화.경제적 영향을 잘 활용하기를 바란다. 우리는 프리즈 주간 동안 세계적으로 이미 알려지고 존중받는 한국 예술 현장의 깊이와 세련미가 실현되기를 고대한다"라며 기대감을 내비쳤다.
아트 마켓 분야의 글로벌 기준이 한국에 입성하게 된 것을 계기로 예술 작품의 유통 구조와 판매 방식 등에 여러 가지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가까이서, 또 한자리에서 세계의 내로라하는 수많은 작가들의 작품을 볼 수 있다는 설렘 속에 벌써부터 내년 9월을 손꼽아 기다리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