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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케잇 Jul 26. 2021

코로나 병실에서 태교하기

‘안심하세요. 가장 가까운 곳에 있어줄 테니까요.’





외부와 완전히 차단된 코로나 음압 병동에서 시간은 굉장히 더디게 흐른다. 특히 첫날밤은 유난히도 지독히 길게 느껴졌다.


병실 내부에서는 음압기가 24시간 가동된다. 음압기는 바이러스가 외부로 퍼지는 것을 차단하기 때문에 한 순간도 끌 수가 없다. 헬기 소리 같은 소음이 귓가에 웅웅거렸다. 당연히 창문도 열 수 없다. 좁은 공간에서 꼼짝 못 하고 열흘을 버텨내야 한다는 사실이 날 괴롭게 했다. 시원한 바람 한 줄기가 이렇게 그리워질 줄이야.


내가 배정된 다인실에는 먼저 입원한 한 명의 환자가 더 있었다. 처음에는 너무 막막하고 외로워서 말을 걸어보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했지만, 다른 곳도 아닌 코로나 병실에서 적절치 못한 행동인 것 같다는 생각에 포기했다.


하루에 몇 번씩 들어오는 간호사 선생님들만이 유일한 대화 상대였다. 방호복을 입고 있으니 얼굴조차 제대로 볼 수 없지만, 그들은 힘들거나 귀찮은 티 없이 묵묵히 수시로 체온과 혈압을 재고 산소 포화도 검사를 해주었다. 다행히 피검사와 심전도 검사를 포함한 모든 검사 결과가 정상이었다. 증상이 없다는 것에 진심으로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항상 더 필요한 게 없으시냐고 물어 주는 간호사 선생님들에게 나는 그저 고맙고 죄송한 마음에 말끝마다 '감사합니다'를 연발했다.


둘째 날 오전에는 담당의 선생님을 처음으로 만났다. 담당의 선생님은 내가 묻기도 전에 지금까지 이 병원에 다녀간 산모 확진자 중 중증 환자가 세 명 있었는데 모두 깨끗이 나아서 갔다는 희망찬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이유는 잘 모르겠으나 임신 중 면역상태가 코로나 치료에 도움이 되는 것 같다고 했다. 다 나으면 자연분만도 할 수 있다고 했다. 인터넷에 떠돌아다니는 경험담과 후기들도 찾아 읽어 보았지만 의사가 직접 본 케이스 이야기를 들으니 얼마나 희망적이었는지 모른다.


출산 기록 앱을 실행하자 웃고 있는 아기 그림과 말풍선이 눈에 들어왔다.

‘안심하세요. 가장 가까운 곳에 있어 줄 테니까요.’



마치 정말 구름이가 나에게 하는 말인 것 같아서 눈물이 핑 돌았다. 도대체 왜 운 나쁘게 내가 이 병에 걸렸을까 많이 괴로웠었는데, 구름이를 위해 더 강한 엄마가 되기 위한 시련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중에 구름이가 크면 꼭 말해줄 거다. 엄마가 대상포진도 걸리고 코로나도 걸려서 많이 고생했었는데, 너를 생각하며 다 이겨냈다고.


지난밤 유튜브에서 본 영상에서, 코로나를 이겨내는 가장 좋은 방법은 잠 푹 자고 밥 제시간에 먹으면서 침대에 누워만 있지 않고 병실 안이라도 돌아다니며 부지런히 몸을 움직이는 것이라는 내용이 떠올랐다. 바로 임산부 요가를 검색해 침대에서 할 수 있는 운동을 찾았다. 짧은 운동이었지만 몸이 훨씬 시원해지고 개운해지는 느낌이었다. 그래, 이 안에서도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분명 있다. 할 수 있는 걸 찾아서 하자.


태아는 임신 25주부터 외부의 큰 소리에 반응한다는데, 태교 음악은커녕 웅웅 거리는 음압기 소리만 24시간 내내  듣고 있을 구름이를 생각하니 마음이 아팠다. 남편에게 태교 책의 내용을 사진으로 찍어서 보내달라고 부탁했다. 같은 방을 쓰는 환자가 잠에서 깰까 봐 이불을 머리끝까지 뒤집어쓰고 구름이에게 태교 책을 읽어줬다. 엄마 목소리를 조금이라도 더 들려주고 안심시켜 주고 싶은 간절한 마음이 구름이에게 닿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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