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기대했었는지 잊을 만큼 다사다난했던 시간들
어린이집을 다니던 두 어린아이들을 데리고 북반구에서 남반구로 약 12시간의 비행을 한지 어언 1년 하고도 반이 되었다. 지금 돌아보면 사람이 직접 겪어 보지 않고는 알 수 없었던 것들을 그저 인터넷을 통해서 또는 지인들의 경험담이나 카더라 통신을 통해서 많이 알아내고 해결해 내려고 했던 것 같다.
아침 6시에 일어나 20분 만에 급히 준비를 하고 커피 한잔을 들고 집을 나서 밤 9시-10시나 돼서야 집에 돌아와 늦은 저녁 또는 야식을 먹던 남편과 함께 가족들과의 시간은 소중하다며 계획했던 이민이었건만... 여기서도 내 시간을 쪼개어 아이들과 남편과 시간을 보내야 한다.
1. 가족과 함께 할 시간이 많은 뉴질랜드는 야근이 없다?
그렇지 않다. 시간당 수당을 받을 수 있기도 하고 (wage) 연봉으로 (salary) 수당을 받을 수 있기도 할 뿐.. 보통 관리자급 이상 연봉으로 받는 경우 추가 수당 없이 야근을 하기도 한다. 다만 나라 전체적인 분위기가 법적으로 일하는 사람들을 많이 보호하고 있기 때문에 야근은 하되 주 45-50시간을 넘기는 경우는 거의 없다.
하지만 워홀로 들어와 캐주얼하게 일하는 친구들을 통해서는 만족도가 높음을 느꼈다. 한국에서는 늦게까지 일하는 경우도 많았다며 시간에 맞게 수당을 꼬박꼬박 받고 야근 없이 제시간에 끝나고 본인의 시간을 즐길 수 있어서 좋다고 했다.
카더라 통신에 의하면 다들 저녁에 집으로 들어가기 때문에 가족들과 함께 하는 사람들이 많아 좋다고 하는데, 꼭 가족들과 식사하는 것이 아니더라도 많은 사람들이 외식이 비싸기 때문에 집에 들어가 식사를 하기도 한다. 테이크 아웃을 하는 사람도 많지만 메뉴가 다양하진 않다. 패스트푸드나 초밥, 피자, 샌드위치 그리고 인도 카레 정도가 대표적이다. 나라 전체 인구가 우리나라 서울 인구의 3분의 1 정도다 보니 레스토랑의 수나 종류가 다양하지 않다. 물가가 높아 재료도 비싸긴 하지만 그래도 집에서 만들어 먹는 것이 훨씬 경제적이고 건강하다.
게다가 거의 모든 상점들이 6시면 문을 닫고 한국처럼 밤에 아주 안전하게 돌아다닐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보니 집에 일찍 귀가하는 경우도 많다. 밤거리는 한산하고 할 일이 없다. 어떻게 보면 조금 심심하다. 친구들과 술 한잔 하러 나오면 2-3명이서 쉽게 100불을 내게 된다. 길거리에서 술을 마시는 것이 불법이라 술과 간단한 안주를 사서 어디 공원이나 바닷가에 가서 먹을 수 없다. 그러다 보니 홈 파티나 집에서 식사를 하는 것이 자연스럽다는 것이 내가 느끼는 현실이다.
2. 아이들을 위한 천국, 교육도 좋다?
아이들을 위한 혜택이 많은 것에 대해서는 공감한다. 여기저기 공원시설이 너무나 잘 되어있고, 박물관이나 작은 갤러리를 가도 항상 아이들을 위한 공간이 따로 마련되어 있다. 심지어 어떤 경우는 아이들을 위해 놀 수 있는 시설이 참 잘 갖추어져 있다. 놀이터도 예쁘고 안전하게 잘 꾸며져 있고, 국가에서 아이들에게 지원하는 혜택도 많다. 단적인 예로 영주권 및 시민자의 경우 아이가 만 18세까지 수당을 받을 수 있다. 병원도 무료로 지원받는다. 병원 이야기가 나와서 말이지만.. 엄마로서는 이 곳 의사들이 답답하기만 하다. 얼마 전 둘째 아이가 열이 펄펄 나 응급실에 갔었다. 5일 이상 열이 나는 지라 항생제가 필요하겠다 싶어 문의를 했지만 해열제만 줄 뿐 타들어가는 내 속은 해결할 수 없었다. 한국에서는 항바이러스도 처방받을 수 있었는데... 여러모로 의료 쪽은 취약하다. 의사의 수도 모자라, 예약 한번 하려면 3일 기다리는 것은 기본이다.
어린이집이나 유치원도 마찬가지이다. 국가 보조는 만 3세부터 주 20시간 보조가 나온다. 육아에 관련된 정보 보조는 한국이 훨씬 좋다. 만 3세 이전에는 어린이집을 보내려면 전액을 부담해야 하는데 1일 65불 정도 된다. 하루 종일 보내는 경우는 80불까지도 나온다. 만 5세부터 학교는 무료로 보낼 수 있지만, 뉴질랜드도 마찬가지로 교육에 열의가 있고 입시에 관심이 많은 부모들은 연 1000만 원 이상하는 사립학교에 보낸다.
사실 아직 우리 아이는 Primary School만 다니기 때문에 (이후 Intermediate과 High School을 가게 된다.) 아주 정확하게 교육의 질은 알지 못한다. 하지만 주변 엄마들의 이야기로는 한국에 비하면 너무나 가르치는 것이 없어서 집에서 보조 수업을 많이 해주기도 한단다. 사교육이 없으니 아이들에겐 행복이겠지만 엄마로서는 염려가 되기도 한다. 아이가 도대체 무엇을 배워서 나중에 무엇을 하려나...라는 생각이 들게 된다.
3. 치명적인 시골집의 매력.. 겨울마다 한국의 보일러가 그립다.
여름에는 선선하니 에어컨 없이도 잘 지냈고, 앞마당이 있는 넓은 집에서 지낼 수 있는 여건이 좋았다. 하지만 둘이 벌면 한 사람의 주급은 (뉴질랜드는 매주 급여를 받는다.) 주세 (월세가 아닌 주 단위로 집세를 지불)로 거의 다 나간다. 월로 치면 200~300만 원은 내야 아이들과 함께 지낼 수 있는 방 3개 이상의 집을 구할 수 있다. 하지만 낡은 시골집이 대부분이고 운이 좋으면 내부 리모델링이 된 집을 구 할 수 있다. 바닥에 전부 카펫이라 아주 가끔 벼룩이 나올 수 있다는 점도 가만해야 한다.
그림같이 예쁜 집이긴 해도 정원관리를 하려면 잔디 깎는 것도 보통일이 아니고.. 특히 봄가을부터 밀려오는 밤바람과 차가움은 온돌을 그립게 만든다. 이곳에서는 히터 정도가 전부기 때문에 겨울에 어찌 보면 한국보다 더 춥게 느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가족에게는 특히 나에게는 기회의 땅이 었기에 지금까지 버티며 지내는 것 같다. 5년간의 경력단절에도 불구하고, 대기업 공채도 볼 수 있었고 합격해서 즐겁게 일 할 수 있었다. 뉴질랜드는 여러 분야에서 인재가 부족한 현실이 있다. 그래서 이민의 문도 그런 쪽에 많이 열려있고... 사실 이민이 날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연봉도 뉴질랜드 달러로 5만 2천 달러 (2019년 8월 기준)가 넘어야 신청할 수 있고, 그마저도 내년 초에는 오를 예정이라고 한다. 직업마다 영주권 신청이 가능한 직업군이 있고 아닌 직업군이 있어 취업할 때도 잘 살펴보아야 한다.
하지만, 무작정 한국이 그저 떠나고 싶어서 오는 것보다는 내 장단점을 분명히 알고 오는 것을 추천하고 싶다. 만일 내가 영어가 부족했고, 내 직업군이 뉴질랜드에서 별로 필요가 없거나 뉴질랜드로 왔을 때도 경력을 인정받기가 힘든 직업군이 었다면 이렇게 옮겨오면서 바로 일해서 월세를 내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매달 200~300만 원이 월세로 나가니 생활비가 정말 만만치 않다.
다음에는 집 구하며 겪었던 일들에 대해서 이야기해볼 까 한다. 돈은 내가 내는데 마치 직장을 구하듯 이력서를 보내고 집주인이 세입자를 뽑는 기이한 현상. 오클랜드에서 웰링턴으로 이사오며 힘들게 겪었던 일들을 지금은 웃으며 기록해 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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