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불을 반으로 접고 책상에서 하루 일과를 적는다.
영어에는 ‘Bad habits die hard.’라는 말이 있습니다. 나쁜 습관은 쉽게 죽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나쁜 습관은 반드시 좋은 습관으로 채워 주어야 합니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무엇을 하는 것’을 잘 배우고, ‘무엇을 하지 않는 것’은 배우기 힘들어한다고 합니다.
아침에 일어나 비몽사몽으로 유치원 가기 싫다, 학교 가기 싫다 하던 아이들을 위해서 제가 첫 번째로 실천한 것은 이불 반으로 접기입니다. 7세부터 꾸준히 했고, 이불을 접는 행위를 함으로써 잠을 깨고 그다음 과정으로 넘어가야 한다는 것을 스스로 인지하게 해 주기 위해서입니다. 1년 넘게 꾸준히 진행해 주고, 스스로 할 수 있게 자리가 잡혀가고 있습니다. 물론 매일 실천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니 매일 성공하기는 더더욱 어렵습니다. 하지만 1년 정도 꾸준히 포기하지 않다 보면 자리가 잡힙니다.
이불을 접고 나면 그다음 단계는 책상에 가서 앉기입니다. 책상에 앉아 그날 하루 할 일을 적습니다. 물론 엄마와 함께 주간 계획표가 이미 만들어진 상태여야 더욱 좋습니다. 아이들은 스스로 무엇을 해야 할지는 아직 잘 모릅니다. 저의 경우는 큰아이는 엄마와 상의해서 정한 하루 할 일의 리스트가 있습니다.
주중에 해 야할 것
최상위 수학
센 연산
학습지
영어공부
태권도
*가정통신문 및 클래스팅 스스로 확인
*자기 전에 그다음 날 학교 가방은 챙겨 놓을 것.
이렇게 할 일이 정해지고 나면 아이는, 시간 분배를 하고 언제 무엇을 할지 적습니다. 7세부터 적어보기 시작했는데, 물론 7살 때는 시간 개념은 전혀 없었습니다. 아침에 해야 할 일 및 저녁에 해야 할 일을 TO DO LIST처럼 표에 적고 체크만 했었지요.
초등학교 1학년 때에는 스스로 적어보게 하였습니다. 스스로 적다 보니 빠지는 것들도 생겼습니다. 이제 초등학교 2학년에 와서는 오전 또는 저녁 루틴만 생각나는 대로 적던 아이가 전체적인 스케줄을 보는 눈이 생겼습니다. 물론 엄마가 중간중간 시간을 널찍하게 아침에 일어나는 시간부터 자는 시간까지 나열하며 써주어야 교정이 됩니다.
이렇게 하루 일과를 정리하고 나면 실천을 해야 합니다. 실천을 할 때에도 아이는 시간을 보지 못하고 양치하면서 동생과 장난을 치거나, 학교를 가야 하는 데도 다른 일을 하다가 늦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초등학교 1학년은 조금 지각하더라도 다른 학년에 비해 큰 지장이 없기 때문에 저는 이를 실수할 기회로 많이 활용했습니다. 그래서 사실은 지각을 아주 많이 한 셈이 되었지만, 그 덕분에 2학년 때에는 지각하지 않고 스스로 준비해서 잘 나가고 있습니다. 즉, 1학년 때 스스로 실수한 부분을 고칠 수 있는 기회가 많았기 때문에 자기 생활에 발전이 생긴 것입니다.
이렇게 모닝 루틴이 엄마의 잔소리 없이 자리가 잡히면, 마치 자전거를 밀어주던 손을 놓듯 아이가 혼자 운전을 할 수 있도록 놔두셔도 됩니다. 하지만 사람인지라 매일 똑같을 수는 없겠지요. 잘하고 있더라도 엄마가 칭찬해주고 함께 확인해 준다면 아이는 꾸준히 잘할 수 있을 겁니다. 단, 1년 이상 걸릴 수 도 있다는 점을 꼭 염두해 주세요. 우리의 뇌는 매일 아침 울리는 알람시계처럼 작동하지 않습니다. 반복의 틀 속에 어떤 특정 행동을 넣으려면 꾸준히 반복해서 뇌가 학습하게 해주어야 하고, 학습할 시간을 충분히 주어야 합니다.
그리고, 수정이 필요하다면 언제든 과감하게 수정하기를 추천합니다. 단, 꼭 아이와 상의하세요. 스스로 정한 것이라고 느끼지 않는다면 소용이 없으니까요...
오래 걸린 작업이었지만, 이제 2학년이 된 아이는 7살부터 실천해온 덕분에 만족스러운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엄마와 아침에 큰 소리 내는 일도 거의 없어져서 가족 모두에게도 좋은 분위기를 선물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