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과 문과가 문제가 아니라 훈련이 필요했던 것
아줌마들끼리 수다를 떨다 보면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는 공대생 남편들의 의문의 1패; 공감 능력치 0 또는 사회생활을 잘 못해서... 공대생만 그런가요^^; 많은 사람들이 그런 것 같습니다만.. 공감능력 없고 사회생활 못하는 여자들도 있습니다. 성별의 문제만은 아닐지도..
내가 스위스 호텔학교를 다닐 시절 첫 프레젠테이션 과제로 미국의 유명한 심리학자 '다니엘 골먼'의 EQ를 과제 주제로 받게 되었다. 벌써 10년도 더 된 일이라.. 아주 자세히 기억하진 못하지만 당시 나의 프레젠테이션은 점수는 괜찮았지만 분명 그 콘텐츠는 부끄러운 수준이 었을 것이다. 당시에 5개의 요소로 나누어 설명하던 것을 최근 다니엘 교수님이 그 이론을 더 발전시켜 크게 4가지로 나누시고 세부 요소를 더 나누어 놓으신 것을 보았다. 최근 회사에서 리더십 교육을 받았는데 강의 중 하나가 역시 EQ였다. 다니엘 골먼은 리더십에 있어서도 빠지지 않는 분이다.
EQ라고 하면 조금 어려울 수도 있으니, 우리가 단순히 생각을 해보자. 감수성이 풍부한 사람이라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는가? 어떤 영화를 보거나 슬픈 이야기를 듣고 슬프다고 울 줄 하고 자기감정을 표현할 줄 알며 그 슬픈 이야기의 주인공의 상황을 안타까워할 줄 아는 모습이 떠오를 수 있다. 벌써 이 장면 하나에서 읽을 수 있는 것은 EQ 즉 감수성 지능이 높으면 나 자신의 감정을 잘 알고, 그것을 표출하거나 억제할 결정을 할 수 있으며 내가 아닌 다른 대상 또는 사람의 입장도 내일처럼 여길 수 있는 능력이다.
다니엘 교수님이 나눈 EQ의 4가지 요소에는 'Self-Awareness'(자기감정을 아는 능력), 'Self-Management'(감정조절 능력), 'Social-Awareness'(사회적 인식능력) 마지막으로 'Relationship Management'(관계나 인맥을 관리하는 능력)이 있다. 4가지로 나눴고 영어단어이다 보니 어렵게 다가올 수 있겠지만 간단히 이야기하자면, 자기감정이 어떤지 알아차리고 그 감정을 억제할 줄 알거나 자연스럽게 표현할 줄 알고 사회생활을 할 때에도 나와 함께 생활하는 사람들의 상황을 이해하고 그 사람들이 속한 조직을 이해하며 그 안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고 문제가 생길 때에도 평화적으로 잘 해결해 나갈 수 있는 역량. 그러한 능력들을 통틀어 EQ라고 부르는 것이다..
좋은 머리를 타고나듯 성격적으로 좋은 EQ를 타고나는 아이들도 분명 있을 것이다. 엄마 아빠의 EQ가 뛰어나다면 물론 더욱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런데 EQ는 또 훈련도 가능하다. 보통 집에서 아이들과 지내다 보면 아이들은 어른들 보다도 자연스럽게 자기감정을 표출한다.
우리 첫째는 아들이고 둘째는 딸이다 보니, 딸은 타고나기를 애교 있게 타고났지만 막내로서의 특권도 있었다. 딸 병신 아빠가 너무 감싸주는 것도 있고.. 눈치가 빠르고 엄마나 아빠가 화가 났을 때는 본능적으로 아는 것 같았다. 하지만 우리 아들의 우직한 성격은 아빠랑 종종 부딪혔다. 화가 났다고 소리를 치거나 펑펑 울 때면 아빠는 남자가 운다고 또 우는 소리가 시끄럽다고 '참아!'라고 말했다. 물론 아들과 성별이 다른 여자인 내가 남자답게 못 키울지도 모르겠으나, 내가 아이에게 EQ를 키워주고 싶으니 그 상황을 말려야 했다. 울면서 아빠에게 혼나고 있던 아들을 조용한 곳에 데려가 왜 혼났는지, 그리고 왜 눈물이 나왔는지 물어봤다. 사실 만 4세 정도 때 이 과정이 가장 수월하게 돌아갔던 것 같고.. 만 6세가 다 돼가는 요즈음은 유춘기가 왔는지 말을 붙이기가 조금 힘들다. 혼자 있고 싶어 할 때도 있기 때문에 그럴 때는 그냥 시간을 조금 주고 함께 산책을 나가거나 레고를 만들면서 자연스럽게 묻기도 한다.
1단계: Self-Awareness 자기감정 알기
내가 물어본다고 해서 늘 아이가 자신이 왜 울고 속상했는지 모두 다 알고 표현하지는 못한다. 어른들도 슬프고 힘든 감정이 있을 때 그 속을 깊게 파보자면 정확히 뭐 때문인지 모를 때도 있지 않은가. 그래도 대략적으로 속상했던 상황을 설명한다. "아빠가 오줌 쟁이라고 놀렸어.." (기저귀 뗀 지가 한참 되었는데 침대에 실수로 지도 그린 날) "오줌 싼 것도 속상하고 아빠가 놀린 것도 속상했어.."라고 이야기를 한다. 예전에는 엄마가 이래서 속상했는지 저래서 속상했는지를 먼저 물어보고 Yes or No를 물었었다면 지금은 자연스레 본인이 무엇 때문에 울었는지 화가 났는지 자세히 얘기를 할 수 있게 되었다. 물론 대화중에 내가 끼어들 부분도 있었다. 더 깊게 분석을 하기 위해서 "그런데 동생이랑은 왜 말 안 해? 동생도 같이 놀려서 화가 났어?"라고 하면 가만히 생각해 보다가 그렇다고 동의한다. 이렇게 여기까지가 'Self-Awareness' 즉 자기감정을 아는 것을 훈련할 수 있었다.
2단계: Self-Management 자기감정 조절 능력
여기서는 엄마가 두 가지 방법으로 접근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울면 우는 대로 놓아두면서 감정을 표출하게 하는 것.. 아니면 참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방법. 아이들의 성격마다 다를 텐데 우리 아이는 울었다고 해서 본인의 우는 모습에 자존심이 상하거나 하는 성격은 아니기에 우선 울면서 푸는 쪽을 선택했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한국 나이로 7살이 돼가면서 우는 모습을 보이기가 싫은지 이불을 뒤집어쓰고 나오지 않기도 한다. 그럴 때는 그 상황을 존중하며 조심스럽게 다가가게 된다. "아들, 운다고 창피한 거 아니니까 마음속이 조금 후련해지면 울어도 괜찮아. 이야기하고 싶을 때 엄마한테 와."라고 이야기해주었다. 상황에 따라 좋아하는 장난감으로 같이 놀아주면서 기분전환을 시켜주기도 하고.. 꼭 말로 설명하지 않아도 스트레스받는 상황에서 어떻게 빠져나갈 수 있는지 아들과 함께 행동하니 도움이 많이 되었다. 우는 아가들을 '우르르르 까꿍!' 하며 달래어 웃게 해주는 것도 Self-Management를 자연스럽게 가르쳐 줄 수 있는 좋은 예이다.
3단계: Social-Awareness 내가 속한 사회에 대해 이해하는 것
아이가 속한 첫 번째 사회는 엄마와 아빠 (또는 형제자매) 일 것이다. 그래서 엄마 아빠의 사이가 좋고 화목한 것이 무척 중요할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어쨌든 집안의 구조를 이해하려면 (회사 다니면 회사 안에서 누가 권력자이고 아니고를 알아가는 것처럼..) 엄마 아빠가 어떤 상황인지도 어느 정도 아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엄마랑 아빠가 둘 다 어제 너무 피곤했어. 그런데 아들 옷이랑 이불을 아침 일찍부터 빨아야 해서 아빠가 많이 힘들어서 그런 거야.. 그러니까 다음에는 조심하자. 아니면 빨래하는 거 배워서 도와줄래?" 어쨌든 내가 속한 사회에서 한 가지 사건이 일어나면 도미노처럼 나에게도 영향이 온다는 것을 단편적으로 설명하기도 수월하다. 사실 최근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슈퍼마켓뿐이 갈 수 없고 학교도 쉬고 엄마가 회사도 쉬고 있다는 걸 아들도 이해하고 있다. 그 설명으로 우리는 홈스쿨을 함께 계획하고 실행해 나가고 있다.
어쨌든 아이는 이렇게 대화를 마치고 마음의 위로도 받고 세탁기와 건조기가 다 돌아간 뒤 엄마를 도와 이불을 다시 침대로 옮기는 것을 도왔다. (조금만 더하면 내 인생도 조금 편해질 수 있을지도 몰라.. 집안일을 잘 도와주는 아이^^;; -엄마 속셈-)
4단계: Relationship Management 관계를 관리하는 것, 사회성 업그레이드
이불 정리를 마치고 마지막으로 아들이 아빠를 찾아갈 수 있게 용기를 주었다. 우리 첫째는 아빠가 힘들었다는 것을 이해했고 아빠는 아들에게 미안해했다. 그리고 아무리 유전자를 물려받았다 하더라도 나와 다른 아들의 성격을 한번 더 이해하는 계기도 되었다. (놀리는 거 싫다잖아;;) 그리고 동생은 아직 너무 어려서 뭘 모르니까 이해해 줘야 한다는 것도..
어떤 아이들은 이 Relationship Management를 본능적으로 하는 것 같기도 하다. 첫째가 어린이집과 킨디 (뉴질랜드에서의 유치원 / 지금은 만 5세가 넘어 학교를 다닌다.)에서 골목대장 같은 리더의 면모가 있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는데 교우관계가 좋다는 이야기를 듣는 아이들도 꽤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아이들도 꾸준히 자기 역량을 개발해 나가면 좋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Relationship Management에는 영향력, 팀워크, 문제 해결 능력 (타인과 문제가 생겼을 때 해결해 나가는) 등등 있기 때문에 학급에서 또는 친구 또래 중에서 리더 역할을 잘하는 아이들이 이 능력이 타고나긴 했을 텐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히 Conflict Management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생기는 문제들을 해결에 나갈 때에는 부모의 적극적인 도움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럴 때야 말로 수십 년간 쌓아온 어른의 지혜와 현명함이 빛나는 순간일 테니..
그러고 보면 엄마 아빠의 행보 하나하나가 정말 아이에게 큰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것이 아닌가 싶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한마디 한마디 아이와 소중하게 나누어 보려 한다. 매일 조금씩 연습하다 보면 나중에는 이 능력들이 아이에게 자산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스펀지처럼 흡수할 수 있는 어릴 때일수록 엄마에겐 수월한 것 같다. 지식도 지식이지만 조금씩 삶의 지혜를 함께 공부하며 쌓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