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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어는케이트쌤 Aug 17. 2020

너는 커서 뭐가 될래?

아이들에게 단순히 장래 희망을 직업으로써만 규정할 수 없는 이유

 직장에 다니느라 주중에 시간을 내기가 쉽지 않은데, 모처럼 건강검진 휴가로 주중 시간을 얻었다. 올해 7살인 아들의 이름으로 꼭 펀드를 들어줘야 겠다고 생각했는데, 뉴질랜드에 있을 때는 해외여서 들어주지 못했고 한국에 와서는 도무지 시간이 나지 않았다.


 모처럼 생긴 귀한 시간을 낭비할 수 없기에, 하루 안에 할 일들을 차곡히 적어 보았다. 그리고 단순히 펀드를 들어준다는 것이 아니라, 아이에게 이 세상을 살아가는 교육을 도대체 어떻게 해주면 좋을 지에 대한 고민을 하게되었다. 워킹맘이 된 이후로 나 스스로에게 가장 핫한 키워드는 #시간관리.. 1분 1초도 아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시간은 곧 돈이었고, 행복이었고 만족이었다.


 단적인 예로, 남편이 대학원 학생 신분이었던 지난해에 비하면 올해 맞벌이인 우리 부부의 엥겔 지수(가계 소비지출에서 식료품비가 차지하는 비율. 25% 이하는 소득 최상위, 25∼30%는 상위, 30∼50%는 중위, 50∼70%는 하위, 70% 이상은 극빈층으로 정의하고 있다.) 는 어마어마하게 차이가 난다. 뉴질랜드에서의 생활 당시 소득의 50프로 이상이 월세로 지출되었고, 소득의 30%가 식비였다..  현재 한국에서의 맞벌이 생활에서 우리집의 엥겔지수는 5%채 되지 않는다. 삶의 질이 높아졌고, 돈 버느라 힘은 들지만, 그만큼의 자유가 생겼다. 시간적 여유와는 또 다른 의미가 되겠지만 사회복지국가인 뉴질랜드에서는 시간적 여유는 상대적으로 많았으나, 국가에서 지원을 많이 해주었음에도 불구하고 경제적인 부분은 딱 먹고 살 수 있을 만큼만 지원이 되었다.


 자본주의 국가에서는 아이가 커서 무엇이 될 것인지에 대해 단순히 직업의 선택만으로 장래희망을 규정해서는 안된다. 부모님 모두 교육공무원이셨고, 평생 연금을 받으시기에 노후 준비도 해결이 되신 우리 친정집에서 자란 나는, 돈 걱정은 없이 자랐지만 그렇다고 아주 많이 풍족하진 못했다. 부족함이 없었다는 표현은 어울리겠으나, 단점이 있다면 '금융'에 대해서 '자본주의'에 대해서 배울 기회가 없었다는 것이다. 유학생활을 하며 홀로서기 중에 어렵게 돈에 대해 배웠고, 지금도 책을 통해 유튜브들을 통해 배우고 있는 중이다. 그래도 요즈음이 좋은 점은, 컨텐츠의 질을 잘 구분할 수 있는 눈만 있다면 비용없이도 얼마든지 양질의 정보로 그 교육의 기회를 누릴 수 있다는 것이다.

# 좋은 학교를 나와 좋은 직업을 갖는 것은 돈을 버는 많은 '수단'들 중 하나이다.

 송파/강남에서 자랐고, 해외 유학까지 다녀온 나는 그나마 질 좋은 노동자가 될 수는 있었겠지만, 그 동안 내 교육에 들어간 비용 대비 내가 뽑고 있는 가치는 크지 않다. 미국도 마찬가지고 한국도 교육의 큰 문제중 하나는, 들어간 교육비에 비해서 직업을 통해 버는 돈이 점점 적어진다는 것이다. 학자금에들어가는 빚이 점점 커지고 그 빚을 갚느라 돈 모을 시간이 없고, 그 빚을 다 갚으면 언제 모아서 언제 그 비싼 부동산을 살 수 있겠냐는 말이다.. 그래서 나는 단순히 "엄마로써 아이가 스트레스 받을까봐 무조건 시험을 잘보라고 하지 않겠다." 가 아니라 정말 합리적으로 생각했을 때 공부를 잘해서 좋은 학교에 가는 것은 돈을 잘 벌 수 있는 방법 중 하나이기 때문에 혹여나 이 방법이 안되면 다른 방법도 있다는 것을 염두해 두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생각하면 아이의 등수에 연연하지 않아도 되는 지극히 이해 가능한 이유가 생긴다.

# 이 세상은 항상 변한다. 그것을 나도 아이도 알아야 한다.

 인지심리학에서 연구한 바에 따르면 사람들은 대체로 세상이 잘 안변한다고 믿는다고 한다. 그러나 현실은 지난 10년간 세상은 많이 변해 왔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젊은 층부터 나이 든 사람들 까지 골고루 세상은 크게 변하지는 않았다고 믿는다. 나이들 수록 세상에 대한 적응력이 떨어지는 것이 현실이다 보니, 슬프게도 노후에 어느정도 보장된 연금이 없다면, 그 삶의 질은 현저히 떨어질 수 밖에 없다. 그래도 일단 이 세상에서 살아남고자 한다면 "세상은 늘 변한다. 좀 귀찮지만 나는 늘 배울 준비가 되어있다."라고 결심을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인지적 구두쇠인 인간은 새로운 것을 배우고 새로 적응하기 싫어하지만, 그것을 반대로 즐길 수 있다면, 잘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 아이들이 새로운 것에 대해 호기심을 느낄 때 많이 칭찬해주고 함께 새로운 것을 알아가는 기쁨을 나누는 것도 정말 큰 교육이다. 그리고 나 역시도 새로운 전자제품이 나오거나 새로운 시스템이 생겼을 때 알아보려고 노력한다. 최근 새로산 로봇 청소기만 해도 이용을 위해 앱을 설치하는 데도 1달이 걸렸다. 시간이 안난다는 핑계로 미루고 미뤄 그저 기계만 쓰고 있는지 한달만에 나는 앱을 깔았다. 새로운 것을 귀찮아하지 말아야 겠다고 한 번 반성하는 계기가 되었다.


# 공부 말고도, 이 세상에서 돈을 벌 수 있는 방법들을 내가 가르쳐 줄 수 있다면..

 인터넷 쇼핑몰, 주식, 부동산.... 요즈음은 자신만의 노하우를 유튜브에  올리는 사람들이 많다. 다만 그 사람의 인생과 노하우는 내 인생에 맞지 않는다. 나의 삶의 모양새와 생김새에 맞게 받아들이고 나만의 방식을 찾는 방법이 매우 중요하다. 인생에 롤모델이 있는 것은 좋지만, 그 롤모델이 되려고 하면 안된다. 그야말로 '참고'만 하는 것이다. 하지만, 내가 집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 한걸음 한걸음 지나며 돈을 쓰며 느껴보는 것이 세상이듯, 아이들도 그저 책으로만 배울 수는 없다. 내가 내 인생을 돌아보았을 때 득이 되는 지식들은 단순히 학교나 책에서 배운 것들이 아니다. 5개 국가에서 비자를 받고 실제로 살아보았고, 4개 국가에서 현지 회사에 취직해 일을 해보았고, 직접 소액을 돌려 투자를 해보면서 직접 경험한 것들이 지식과 어우러져 나에게 득이 된 것이지 단순히 어떠한 학교만 나와서, 아니면 어떠한 회사가 나를 그렇게 만들어 주는 건 없다. 정말 아이들과 산교육을 하고 싶다면 여행을 길게 가보거나 다 같이 어려움을 극복해 보는 경험을 하는 것도 좋을 것 이다.


 펀드하나 들어주러 가는데에도 서론이 길지 않았나 생각한다. 그래도 나는 여전히 아이와 이 세상을 잘 살아가는 방법을 이야기 해보고 매일 매일 조금씩 가르쳐 주려 노력한다. 그래도 엄마 입장에서 동전만 들은 돼지 저금통이 아닌, 어떤 기업의 주식이라도 내 아이가 들고 있다는 것이 마음이 놓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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