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영어는케이트쌤 Aug 08. 2020

내가 '나'와의 추억을 깊이 쌓아 갈 때

내 자존감이 더욱 견고해진다.

 요즈음 계속해서 오는 비... 장마에 유치원 방학이라고 엎친데 덮친 격으로, 차가 없는 워킹맘에게 더 힘든 2주가 되었다.

처음에는 힘들고 짜증이 나기도 했는데, 점차 아이들과 나는 익숙해져 갔다.


 어김없이 아이들과, 비바람 그리고 횡단보도에서 조차 위험하게 달려들지 모를 자동차들을 피해 가며 유치원을 향하고 있을 때 문득 내 아이들이 어렸을 때 내 품에 안겨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던 시절이 떠올랐다.


 부서질듯한 유리를 가슴에 품은 듯, 나는 그렇게 아이들을 품에 쌓아 안고 조심조심 걸어 다녔던 것 같다. 나를 의지 했던 아이들이었는데, 이제는 내가 이 아이들을 의지하는 것 같았다.


 아이들을 보고 힘을 얻고, 힘든 여정도 함께 이겨내서 기쁘고 내가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에 힘이 나는 것 같았다.  



 워킹맘의 삶을 시작하고부터는 전업주부에서 벗어난 해방감도 있었지만, 나를 위한 시간을 거의 가질 수가 없어 힘이 많이 들었다.


 주중에는 남편의 도움을 거의 받을 수가 없기에 마치 아이 둘 싱글맘의 생활을 간접적으로나마 경험하는 듯 한 하루하루였다.


 힘든 엄마를 도와주겠다고 발 벗고 나서 빨래라도 거둬다 주는 일곱 살 첫째를 보자면, 나는 정말 복이 많은 엄마였다.


 아이들에 대한 고마움과 동시에 내가 결혼 전 혼자였을 때, 20살의 나를 잠시 추억해 보았다.


 낯선 해외 땅에서 처음으로 독립적인 생활을 시작한 어린날의 나를 기억해 보자니, 나와의 추억들이 하나둘씩 떠올랐다.

 밀라노. 이탈리아어 초급이었던 내가 그나마 할 줄 알았던 영어로 처음으로 부동산에 가서 집을 구하던 그날.. 프로젝트 때문에 학교에서 늦게 끝난 날, 혼자서 트람을 타고 두근대는 가슴을 부여잡고 주변에 낯선 사람들을 경계하며 집까지 뛰어들어왔던 나... 그렇게 나는 늘 살기 위해 애쓰고 나를 보호해주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 그동안 그렇게 잘 살아왔고 힘들 때 버텨왔고 이렇게 어른이 되고 부모가 되고 네가 수고가 많구나 하고 나 자신에게 한번 속삭여 보았다.


 그래서인지 나는 주변에 시선이나 누구의 의견에 크게 흔들리지 않는 내가 되었나 보다. 나는 내가 가장 잘 안다는 사실.. 그리고 30년이 넘는 내 인생 동안 나의 가장 중요한 동반자는 나 자신이라는 사실..


 하루하루 잠시 잠깐 잊을 때도 있지만, 나는 그렇게 내가 지켜온 존재라는 걸 기억해야 하겠다. 고맙고 또 고마운 나라는 존재..


 그 고마움에 보답하기 위해 또 하루를 살아본다. 행복하게 해주고 싶기에..



작가의 이전글 왜 우리나라에 수많은 정치인 자살이 생기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