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 그 냄새가 그립다

나는 오늘 공항에 가고 싶다

by The Tree

공항에 들어서면 냄새가 난다. 내가 가본 하와이, LA, 미네소타, 텍사스, 시애틀, 뉴욕, 보스턴, 시카고, 샌프란시스코, 코네티컷 공항에서는 '미국 공항'냄새가 난다.


미국 공항에서는 좀 오래된 카펫 냄새, 버터 냄새, 꼬리꼬리 한 치즈 냄새, 햄버거 냄새 그리고 찌든 냄새를 없애려고 뿌린 방향제와 코를 찌르는 클로락스 소독약 냄새가 난다.


'한국 공항' 냄새도 있다. 그 옛날 눅눅한 장마철, 김포공항에 내리면 퀴퀴한 냄새가 나곤 했다. 인천공항에서는 집 냄새가 난다. 터미널 중심에 위치한 식당에서 각종 음식 냄새가 날 수도 있는데 나에게는 집에 돌아왔음을 알리는 정겨운 냄새다. 실지 새벽 5시에 도착하는 인천공항에서는 넓은 공간을 스치는 바람 같은 좋은 냄새가 난다. 아마도 특수 공기청정기가 설치된 것 같다.


그런데 공항에는 내 마음의 냄새도 함께 있다.


한국을 가기 위해 미국 공항에 들어서면 조금은 흥분되고 붕 뜨고 그리고 즐거운 마음의 냄새가 난다. 그리고 한국 공항에 도착하면 내 마음의 냄새는 집에 무사히 돌아온 '안도감'이다. 그냥 안심이 되고 마음이 편안해진다. 무슨 일이 없을 것이고 설사 무슨 일이 벌어져도 잘 해결될 것이라는 여유가 생긴다. 공항 입국심사도 늘 순조롭다, 친절하고 무섭지 않다.


미국 공항에 내리면 내 마음의 냄새는 무조건 긴장되고 불안하고 무섭다. 거대한 체구에 총을 차고 있는 보안요원과 고압적인 입국심사 요원을 만나면서. 요즘엔 컴퓨터를 이용해 입국심사를 하지만 여전히 미국 공항은 무겁고 구멍이 뻥 뚫린 타향의 냄새다.


내가 미국 대학을 다니던 시절에는 컴퓨터와 인터넷 그리고 핸드폰도 없었다. 나와 비슷한 처지의 친국들은 한국과의 단절감을 해소할 뾰족한 방법이 없었다. 카세트테이프로 이선희의 'J에게'와 이용의 '잊혀진 계절'을 즐겨 듣는 게 고작이었다. 장시간 버스를 타고 코리아타운에 가서 김치찌개와 불고기를 배불리 먹는 것이 한국에 가장 가까이 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우리는 LA 국제공항에 가보기로 했다. 한국에서부터 날아온 공항 냄새를 맡으러.... 대한항공 서울발 비행기의 도착시간에 가서 한국에서 온 사람들을 보면 한국 냄새를 맡아볼 수 있을 거라는 웃픈 생각이었다. 드디어 한국에서 도착한 사람들이 쏟아져 나왔지만 그때 그 공항 냄새는 더 깊은 쓸쓸함이었다.


낡은 카펫 냄새도 꼬리꼬리 한 치즈 냄새도 좋다, 그 어떤 냄새라도 좋다. 나는 오늘 공항에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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