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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he Tree Sep 25. 2021

코로나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

이제 세상은 코로나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 


아직 코로나는 끝나지 않았지만 코로나 2년 차에 이미 달라진 세상을 여기저기서 경험한다. 월스트릿에서 수십 년을 일한 지인은 내게 이런 말을 했다. “그동안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세상이 올 거다“라고.  영화나 드라마 홍보문구 같은 이 말이 나 같은 늙은이한테 무슨 상관이 있을까 했는데 요즘 나는 전에 경험하지 못한 AFTER 코로나를 경험하고 있다.  


미친 부동산 전쟁 


미국은 지금도 일일 확진자가  많게는 16만 명에 이르지만 코로나가 한창이던 작년, 대다수는 재택근무를 했고 아이들도 집에서 온라인 수업을 들었다. 각자 일하고 온라인 수업을 들을 수 있는 나만의 공간이 필요했기에 그 어느 때보다 내 집이 필요했다.


그러면서 부동산에 거센 불이 붙기 시작했다.  한국처럼 자고 일어나면 몇 만불씩 올랐다. 캘리포니아 쾌적한 동네의 방 2개짜리 타운하우스 가격은 60만 불에서 100만 불을 찍었고, 작은 주택도 150만 불에 시작되어 3백만 불짜리도 널렸다. 매매가에서 몇만 불은 기본이고 좀 큰집은 15만 불을 더 얹어주겠다, 거래기간을 단축시키고 중간에 일이 틀어지지 않게 은행융자 없이 현금거래를 하겠다는 오퍼가 하루 만에 15-20개씩 들어온다.  그래서 몇 백만 불짜리 집도 일주일 만에 팔린다. 원래 미국의 주택매매 방식대로 ‘20-30% 다운페이를 하고 나머지는 은행융자를 받겠다’고 했다가는 이 미친 부동산게임에 끼어보지도 못한 채 탈락이다.  


미국에서는 집을 구입할 때 주택 내부, 외부에 하자가 없는지 전문가를 고용해서 일일이 점검하는 '인스펙션'을 한다. 주로 주택 매매가 깨지는 경우는 인스펙션에서 큰 문제를 발견하거나 은행융자가 나오지 않는 경우다. 보일러나 지붕, 지반 등 굵직한 것에서 수도꼭지나 문고리같이 작은 것까지 세심히 점검해서 하자가 있으면 집주인이 수리를 해줘야 한다.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가계약을 취소한다. 그만큼 인스펙션은 중요하다.  


그런데 미친 부동산 전쟁에서는 이 중요한 인스펙션 없이 집을 사는 사람이 허다하다. “인스팩션 없이 집을 사고 이사했는데 집 바닥이 기울어 공이 굴러간다, 지하에 물이 고였다, 수만 불이 들어가는 지붕공사를 해야 한다, 에어컨 작동이 안 돼서 무더위에 개고생이다, 천장에 물이 새는데 공사비가 15만 불이고 공사기간은 5개월이다 …” 등 수많은 하소연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월세도 마찬가지다.  우리 동네 방 2개짜리 아파트 월세가 코로나 이전에는 $2,400-$2,700이었는데 지금은 $3,400-$3,700이다. 그런데 이 살인적인 월세에도 대기자가 널렸고 전에는 살던 사람이 나가면 페인트, 카펫, 마루 등 여러 날 수리를 하고 새로운 세입자를 기다렸는데 요즘엔 하루 이틀 새단장을 하기가 무섭게 한밤중에도 이사를 온다. 


쏟아진 공적자금과 일하지 않는 사람들 


미국은 코로나 동안 개인과 기업에게 어마어마한 공적자금을 풀었다. 86주간 실업수당을 지급했고 작년에는 6개월간 실업수당 외에도 일주일에 $600 씩 추가 수당을 지급했다. 추가 실업수당은 올해까지 연장되어 지난 9월 초까지는 주당 $300씩을 추가로 받았다. 거의 실업자들의 축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예를 들어 한 달 급여가 $2,000이던 사람은 실직수당으로 $1,000 + 추가 실직수당 $2,400 (주당 $600x4)=$3,400을 일하지 않고 꼬박꼬박 받았다. 그러는 중간에 초고액 연봉자를 제외한 전 국민들은 연방 정부로부터 각 개인당 최소 $2,400의 경기부양금을 받았다. 자녀가 있는 경우 이보다 훨씬 많은 경기부양금을 받았기에 자녀가 많은 가정은 거의 화수분같이 돈을 받았다. 


거기에다 캘리포니아는 저소득층과 그 자녀들에게 1차 경기부양금을 지급했고, 현재는 2차 부양금으로 2020년 소득이 $75,000 미만인 가정에 부부 기준 $600, 그리고 자녀가 있으면 추가로 $500씩 더 준다. 이 뿐 아니라 코로나 동안 월세와 공과금이 밀린 사람들에게 그 비용을 지원해주는 프로그램도 많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일하지 않는다, 변이 코로나 때문도 있지만. 가는 곳마다 사람 구한다는 구인광고가 붙어있지만 사람을 구하지 못해서 사업을 접는다는 거짓말 같은 현실도 있다. 전에는 우버 앱을 열면 개미같이 여기저기 많이 움직이던 드라이버를 찾기 어렵고 $15이면 가던 거리도 이제는 $35을 내야 한다.  


치솟는 소비자 물가와 생필품 부족 현상  


미국의 7월 소비자 물가지수는 작년 동월 대비 5.4% 상승했다고 하는데 체감물가는 그보다 훨씬 높다. 그리고 식재료와 생필품의 부족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코로나가 창궐하던 시절에 경험했지만 요즘 마켓에 가면 또다시 텅 빈 선반이 많아졌다. 9월23일, 대형 유통체인 코스코는 화장지와 병물 등 주요 품목의 구매를 1인당 1개로 제한한다고 발표했다. 공급망 문제로 배송이 지연되면서 충분한 물량 확보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실지 나는 흔한 알카 셀처 (Alker Salzer)라는 소화제를 사기 위해 3군데의 마켓과 약국을 돌아야 했다. 그 흔하던 베이컨이나 고기가 비싸서 못 사 먹는 경우도 많다. 인상폭도 무시무시하다. $10에서 시작된 가격이 $13, $16,  $20, $26… 이런 식으로 올라가버렸다. 


한국에서 오는 식료품에도 비상이 걸렸다. 한국 마켓에 가면 없는 물건이 많고 가격이 두 배 이상 인상된 것도 많다. 코로나 사태 이후 항만 노동력 부족 등으로 화물 하역 작업에 심각한 정체 현상이 심해졌기 때문이다. 얼마 전 신문기사에는 수출 화물을 싣고 캘리포니아주 앞바다에 도착한 컨테이너선 40여 척이 현재 LA와 롱비치 항구에 짐을 내리지 못하고 발이 묶인 상태라고 한다. 


자동차 없는 미국


자동차 없이는 우유 한 병 사러 가기 어려운 미국에서 요즘 자동차 구입은 하늘의 별 따기다. 반도체 칩 공급 부족으로 생산을 못한다니 새차 그리고 덩달아 중고차도 없다, 있어도 가격이 무시무시하다.  자동차 딜러 주차장에는 보통 120-150대 정도의 차들이 있었는데 이젠 고작 5대의 차가 덩그러니 세워져 있다.  인기 종목은 많게는 $15,000의 프리미엄이 붙었고 서너 달은 기다려야 한다. 


차가 어느 정도로 부족한지 텍사스에 사는 사람이 자기가 원하는 차를 2,000 마일 (3,218 Km) 떨어진 매사추세츠주에서 구입했다는 신문기사도 있다. 리스하던 자동차를 카멕스 (Carmax) 같은 중고차 거래 업체에 가져가면 리스 잔존가치 금액보다 수천 불씩 높은 가격을 쳐준다. 그래서 리스차를 딜러에 반납하지 않고 팔아버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오늘도 라디오에서는 "중고차를 파시려면 꼭 저희 딜러로 오세요. 최고의 가격으로 신속히 처리해드립니다. 물론 저희 자동차를 구입하지 않아도 됩니다"라는 절실함 넘치는 광고가 계속 흘러나온다. 자동차가 신발인 미국에서 자동차를 살 수 없다니 이것도 경험하지 못한 세상이다. 


의. 식. 주에 모든 비상등이 켜진 것 같고, 미국의 인플레이션은 이미 시작됐고 여기에 중국발 경제위기가 닥친다면  누군가 말한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세상을 경험할 것“같다. 벌써 숨이 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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