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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he Tree Feb 16. 2023

기자님, 캘리포니아 어바인은 강남 8 학군이 아닙니다.

리틀 차이나입니다

한국 언론에서 유명인 자녀교육을 언급할 때마다 캘리포니아 어바인 (Irvine, '얼바인'이 맞는 표기 같다)이 등장하고, 어바인은 '미국의 강남 8 학군'이라고 한다. 


그런데 미국과 한국의 8 학군 기준이 다르고, 어바인은 미국의 강남 8 학군이 아니다. 가장 큰 이유는 중국인 부호들이 대거 이주해 오면서 리틀 차이나가 돼버렸기 때문이다. 


우선 어바인을 간략히 소개하자면 이렇다. 


1960년대 민간개발 업체인 어바인컴퍼니를 중심으로 건축가, 지방자치단체, 교육기관 등이 함께 참여해 계획도시로 건설된 살기 좋은 동네다. 녹지 비율은 40%에 이르고 도심 곳곳에 대형 공원과 80여 개의 소공원이 자리 잡고 있어 마치 도시 전체가 공원처럼 느껴질 정도다. 뛰어난 치안 수준은 어바인의 또 다른 매력으로 CNN머니나 비즈니스위크 등이 해마다 발표하는 '살기 좋은 도시', '안전한 도시' 순위에서 매번 톱 10 안에 들곤 한다.


그런데 학교사정은 다르다. 


어바인 30개의 대다수 초등학교를 살펴보면 일단 아시안학생 비율이 50%를 넘는데, 이 가운데 중국학생이 압도적이다. 학교마다 조금은 다르지만 학습능력 테스트 시험 결과를 봐도 영어가 서툰 학생이 많아서인지 과목별로 100점 만점에 56, 64, 68, 75점 정도다. 놀라운 건 대표적인 초등학교 웹사이트를 보면 학교 성적, 학생인종 분포 등을 숫자로 상세히 설명한 (School Accountability Report) 가장 중요한 부분이 100% 중국어로 되어있다. 아래처럼 중국어와 영어가 아니라 중국어로만 되어있다. 

미국의 좋은 학군, 좋은 학교가 되려면 학생의 인종분포가 적당해야 하고 미국이니까 백인이 아시안 (중국인)보다는 많아야 한다. 그래야 균형이 잡히고, 제대로 미국을 배울 수 있고, 학교 분위기도 미국스럽다.  


어바인에 30년 이상 거주하면서  자식교육을 끝낸 어르신은 "아이들이 학교에 가서 중국 애들 속에서   중국 문화를 배우고, 심지어는 식사습관도 중국식으로 배웠다. 

영어가 서툰 아이들이 압도적으로 많다 보니까 고급영어습득에 제한이 많았고 결국 학원 다니면서 점수로 대학은 진학했으나 읽기, 쓰기와 특히 토론을 가장 중요시하는 대학에서 살아남지 못하고 뒤쳐지거나 중도하차한 아이들도 많다."라고 한다. 


실지 내가 인터뷰한 초등학교 교사는 "영어에 제한이 있는 학생이 상당히 많고, 언어로 인한 학습능력 차이도 많아서 학습지도 기준을 정하는데 어려움이 많다"라고 한다. 


학교 내 미국문화가 살아있어야 참다운 미국교육을 받을 수 있고, 학원과 개인교습으로 학교성적만 올린다고 한국에서 말하는 강남 8 학군이 되는 것은 절대로 아니다. 


어바인의 중국화는 곳곳에서 급진행되고 있다. 


어바인 지역의 특정 미국은행을 가면 99%가 중국사람들로 북적이고, 미국은행이지만 영어는 안 들린다. 여기저기서 큰 소리의 중국말만 들리고, 스피커 폰을 켜놓고 쌈박질하는 듯한 목소리로 전화를 한다. 그래서 순간 여기가 베이징인지 미국인지 착각한다. 그리고 은행 상담직원의 대다수는 당연히 중국인이고, 사무실도 중국스럽게 붉은색으로 꾸며져 있다. 은행 입출금양식에도 영어와 중국어가 친절히 프린트되어 있다. 연초가 되면 어바인의 미국 은행은 영어 한 글자 없는, 중국 공휴일만 붉게 적힌 그런 달력을 무료로 배포한다. 


하루는 미국은행에 있는 직원이 이런 말을 한다. "여기 앉아있는 중국 손님들은 중국, 홍콩, 싱가포르 등을 통해 하루에 백만 불씩 송금을 받는다. 엄청난 잔고를 가진 고객이라 내가 이름과 얼굴을 잘 기억해야 하는데 여성고객의 경우 올 때마다 얼굴이 달라져서 알아보기 어려워 난감하다. 퇴근하면 중국어 배우러 다니느라 바쁘다"라고.  


중국 정부가 달러 유출을 제한하면서 돈 많은 사람들이 여기저기에 회사를 설립하고는 미국으로 무더기 돈을 보내온다고 한다.  그래서 어바인에는 좀 부실한 자재로 지은 집도 짓기만 하면 중국사람들이 줄 서서 집을 산다, 그것도 전액 현찰로. 그래서 어바인에서 은행융자받아서 집 산다고 하면 미국인 부동산업자도 바이어를 무시한다. 중국 현찰부자 덕분에 어바인 집값은 적어도 150만 달러에서 400달러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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