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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he Tree Jan 24. 2023

사막에도 난방비 폭탄

샤워도 세탁도 줄이라는 

내가 사는 남캘리 지역의 작년 1월 강우량은 고작 0.05인치, 즉 0.13 cm였다. 그런데 올 1월에는 13cm 이상의 비가 내렸다. 원래 흐린 날이 하루 이상 지속되지 않는데 올 1월에는 비 오고, 흐린 날의 연속이었다. 


지난주까지 연일 비가 왔고, 운전도 힘들었고 (여기 사는 사람들은 빗길 운전을 해보지 않아서 비가 조금만 와도 당황한다), 비 온 후 기온이 뚝 떨어졌다. 내가 사는 동네의 1월 평균기온은 섭씨 20도인데 올 1월의 평균기온은 11도밖에 안된다.


남캘리의 건축방식은 따뜻한 기후와 지진을 대비해서 주로 얇은 나무조각을 서로 직각으로 배열해 제작한 목재 가공 패널을 사용한다. 그래서 밖이 추우면 집도 춥고, 밖에 부는 바람도 고스란히 집으로 전해져 온다. 그리고 미국 난방은 히터를 틀면 뜨거운 바람이 몰아치면서 방 기온을 올리는 방식이다. 한참 돌려야 훈훈해지고, 발바닥, 코 그리고 손은 여전히 시리다. 이 바람 난방은 시끄럽고, 건조하고, 나는 여전히 춥다. 


1월 초 난방 가스비 고지서와 함께 가스회사에서 편지가 왔다. 내용은 "2022년 12월부로 자연가스 가격이 81% 인상됐다,  캘리포니아 공과금 위원회에서는 가스요금 인상을 승인했다, 가스비는 전년대비 대폭 상승됐고 1월 사용료는 추가 인상될 것이다"라고. 


따뜻한 남캘리에 살면서 난방비를 걱정한 적은 없었다. 그런데 폭탄이 터졌다. 매월 50달러 미만의 가스비를 냈는데 이번에는 144달러가 나왔다. 고지서를 자세히 보니 사용량은 작년대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런데 1월 사용료는 추가인상된다는 말에 계속 신경이 쓰였다. 


그래서 어제는 가스회사에 전화를 했다. 앞으로 벌어질 정확한 상황을 알고 싶어서. 전화 상담원은 아주 상세히 아래와 같이 안내를 해줬다. 


* 2월 고지서는 사용량이 비슷해도 지난달 대비 130% 상승될 것임

* 샤워는 매일 하지 말 것, 욕조에 물을 받아서 하는 목욕은 꿈도꾸지 말 것

* 세탁기 사용을 자제하고, 미지근한 물 또는 뜨거운 물은 절대로 사용하지 말 것

* 집 난방은 13도에서 최고 19도로 맞추어 놓을 것 

* 난방은 밤새 또는 24시간 돌리지 말고 필요시에만 잠깐씩 돌릴 것 

* 건조기도 가스로 연결되어 있으면 사용을 최소화할 것

* 인상된 가스비가 언제 인하될지는 아무도 모름


이 중 "샤워를 매일 하지 말라"는 소리에 현타가 밀려왔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가스요금 인상과 관련된 웃픈 사연들이 쏟아졌다. "집 온도를 16도에 맞춰놓고 집에서 스키 파카를 입고 지낸다 (그도 그럴 것이 미국 개인집은 아무리 작아도 실평수가 30평이고 70평이 넘는 집도 허다하다. 이런 개인집들의 인상된 난방비는 최소 500달러에서 1,000달러가 넘는다. 문제는 뻥 뚫린 높은 천장의  2-3층짜리 집에 그 바람히터를 종일 돌려도 소용없다), 작은 옷은 손빨래한다, 건조기 안 쓰거나 10분만 돌린 후 널어서 말린다, 식구 모두 샤워는 무조건 10분 이내로 끝낸다" 등등.


이미 거의 3배 가까이 인상된 가스요금에 130%가 추가 인상된다니 집안 온도를 2도 더  낮췄다. 털 스웨터에 패딩조끼 그리고 스카프까지 둘렀다. 그래도 춥고 이 추운 밤은 길기만 하다. 


아무리 생각해도 온돌방은 너무 스마트하고 인간적이다. 한국도 난방비 폭탄이라지만 나는 오늘도 한국의 그 온돌방과 사우나가 미치도록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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