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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atie Bomi Son 손보미 Mar 08. 2020

왜 '지적인 여성을 위하여' 인가?

3/8 여성의 날을 기념하며...


나는 지적인 여성이 되고 싶었다.


왜 지적인 여성일까? 아름다운 여성, 섹시한 여성, 우아한 여성, 멋진 여성 등 여성을 표현하는 다양한 형용사가 세상에 존재하는데…! 그리고 각 분야에 대해서는 수많은 롤 모델과 전문가들이 있다. 그러나 내가 꿈꾸는 ‘지적인 여성’에 대한 이야기는 요즘 세상사의 관심사에서는 멀어진 듯하다.


이 땅에서의 젊은 여성들의 롤 모델은 어려운 환경에도 불구하고 성공하거나,  뛰어난 외모와 끼로 대중의 사랑을 받는 스타가 되거나, 부자 남편을 만나 여유로운 부유층 며느리로 사는 것이 대부분인 것 같다. 그래서인지, 아름다운 모델과 걸그룹, 사업에 성공한 여성, 재벌가 청담동 며느리 등의 이루기 힘든 확률의 여성들은 온갖 미디어에 관심이 되고 세상의 이슈가 된다.


고백컨대 나는 요즘 세상에서 주목하는 ‘롤 모델’과 같은 사람은 아니다. 그들만큼 뛰어나지 못하다는 것을 인정한다. 사실, 조금 우스울 수도 있지만 이를 인정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다.  가진 것에 비해 어릴 적 꿈 혹은 야망이 컸던 나는, 세상에서 보다 특별한 존재로 얼른 성공하고 인정받고 싶은 마음에 조급했다. 우리 부모님은 내가 스무 살 초반부터 선을 보아 좋은 집안에 결혼하기를 바라는 마음이셨다. 좋은 남자 만나 결혼해서 아이들 건강하게 길러 내는 게 여자의 본분이라고 믿었다.


나는 싫었다. 한 번뿐인 인생을 내가 선택하고 주체적으로 살아보고 싶었다. 그 덕에 다양한 경험들을 하면서 나를 좀 더 알아가고, 내가 원하는 여성상에 대해서 고민하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물론 때로는 부모님 말씀이 왜 그랬었는지에 대해 깨달음과 동시에 뼈져린 후회도 같이 하면서 말이다.




지식은 암기하면 되지만 삶의 지혜는 경험이 있어야 한다.


지적인 여성의 이미지는 단순히 많은 지식을 갖고 있다고 쉽게 나타나지 않는다. 내면의 지혜가 쌓여서 외면으로 자연스럽게 표출된다. 세상의 성공 혹은 행복이라는 것에 획일화된 기준이 있는 것이 아니라, 보다 다양한 가치와 기준이 있다는 것을 깨닫고 있다.  


진정으로 행복한 사람들은 독종처럼 성공을 쟁취한 사람이 아니라, 자신을 잘 알고, 일과 가정, 사회에서 삶의 균형을 잘 누리며 살아가는 지혜로운 여성들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내 인생의 행복은 지식을 암기하는 삶이 아니라, 경험을 통해 지혜로워지는 것이다. 내가 생각하는 ‘지적인 여성’이 바로 그러하다.


이를 깨닫는 데까지는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렸다. 때로는 너무도 무념무상으로, 때로는 너무도 조급한 마음이 가득했던 20대가 지났다. 팍팍한 실무와 현실에 정신없이 30대를 살아내다보니, 이제야 인생에 대한 가치관과 일에 대한 안정, 내가 어떤 식으로 삶을 만들어갈  행복한지를 시행착오를 통해 깨닫고 있다.


"빛나는 교양으로부터 우러나오는 빛이 외모에 표현되는 아름다움이야말로 진주 빛보다 더 깊고 은은한, 참으로 부드러운 여성의 아름다움이다."



내가 태어날 때쯤, 한국 사회에서 같은 제목의 책이 몇 년간 베스트셀러가 된 적이 있다. 우연히 어머니의 오랜 서가에서 발견하게 된 이 책. 2,800원이라는 가격표에 낡고 누런 종이, 수동 타자기로 찍어낸 듯한 활자를 읽으면서 나는  너무 즐거웠다.


감미로운 음악처럼 들리는 단어 단어들과 지금의 인식과 비슷한 부분, 혹은 차이가 많이 나는 부분을 발견하면서 때로 크게 웃기도 하고, 때때로 연신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이다.


 ‘젊은 여성의 필독 교양서’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에는 말 그대로 80년대의 젊은 여성들에게  아름다움, 사랑, 결혼, 성, 교양, 사회참여에 대해 가이드가 되는 이야기를 담았다. 30년이 지난 지금도 유효한 부분이 많아 그 통찰력에 감탄도 하고, 지금은 말도 안 된다고 할 수도 있는 한시적인 이야기들도 굉장히 흥미로웠기 때문이다.


재미도 있고, 쉽게 읽히는 그 책과 달리,  나는 이와 관련된 글을 쓰는 데 꽤 오랫동안 망설여왔다. 나를 지적인 여성으로 정의하기에는 부족함이 투성이고, 내가 알고 만난 지적인 여성을 일반화하기에는 더더욱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호기심이란 참 감사하는 자극이다.


덕분에 나는 2014년부터 더 본격적인 공부를 시작 해왔다. 여성으로서 30년 훌쩍 넘게 살아 내다보니, 현시대의 ‘지적인 여성’은 어떤 모습일까? 하는 호기심이 뭉게뭉게 피어나면서 지적인 여성에 대한 정의와 인물들에 대해 능동적으로 공부를 시작하게 됐다.


여고시절부터 막연하게 꿈꾸어왔던 여성상에 대한 이미지를 다시 떠올렸다. 많은 사례를 찾아보고, 정리하며 구체화하는 계기가 되었다. 타인의 결정이 아닌 자신 스스로 독립적인 결정을 하고  주체적인 생각을 하면서 내 삶을 온전히 살아가면서 그려왔던 여성상.


그런 예시가 될 수 있는 인물이라면, 역사와 국적을 막론하고 시대적 배경과 그 가치에 대해 읽어보고 고민하고 있다.


요컨대 내가 정의하는 '지적인 여성'은 단순히 여러 분야에 지식이 많은 여성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2020년, 현재의 사회는 역사상 가장 빠르고 복잡한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프랑스 소설가 마르셀 프루스트 Marcel Proust는 ‘참된 발견은 새로운 땅을 발견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눈으로 보는 것’이라 말한 적 있다.


이 책을 통해 말하는 것들은 새로운 땅을 발견하는 것은 아닐 수 있다. 하지만, 현재와 미래를 이끌어갈 새로운 여성상의 롤 모델의 특징들이 새로운 눈으로 보는 것이기를 소망할 뿐이다. 그들은 내적으로 또 외적으로 잘 가꾸는 여성이자, 교양과 품위를 갖추었고, 사랑과 봉사의 마음을 가진 진취적이며 전인류애적인 여성들이다.  


무조건 사회적으로 뛰어난 사람들을 이야기하고 싶진 않다. 세상의 1%를 위한 것이기 보다는 99%의 여성이 각자의 삶에서 1%의 특별한 가치의 주체로 주어진 삶에서 귀하고 행복한 마음으로 살아갈 수 있는 이야기들을 담고자 한다.


역사 속에서 실존에서, 국가와 세대를 넘나들며 많은 지적인 여성을 만나면서, 가상과 현실의 대화를 오가며, 그녀들을 알아가는 기쁨이란!


그 기쁨을 문자로 풀어낼 수 있게 내게 주어진 기회. 그녀들의 공통점을 발견했을 때의 희열과 감동이란!!


나는 또다시 소녀와 같은 마음으로 꿈을 꾼다. 그러나 어릴 때처럼 무모하고, 모호하고 현실과 거리가 먼 꿈이 아니라, 좀 더 현명하고 똑똑한 꿈. 지적인 여성을 꿈꾸면서 말이다.


그 기쁨, 희열과 감동을 함께 나누고 싶다. 글을 읽으면 누구는 공감하기도 누구는 비판할 수도 있겠지만, 어떤 의견이든 반갑다. 더 배우고 싶고. 듣고 싶고, 이야기를 나누고 싶기 때문이다.




내가 발견한 중요한 깨달음 중에 하나는 노력한다면 누구나 지적인 여성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내가 발견한 놀랍고 아름다운 이야기를 공유하면서, 함께 지적인  여성이 되는 발걸음을 같이 디딜 수 있는데 힘이 되고 싶다. 교양과 지성, 내적 및 외적 아름다움을 모두 갖춘 지적인 여성이 더 많아지길 소망하며, 글을 계속 써보려고 한다.





작년 2019년 3월 8일 '여성의 날' 111주년을 기념하며 기록했던 인스타그램 포스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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