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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atie Bomi Son 손보미 Mar 14. 2020

교양은 고독에 대한 처방전

혼자있는 시간의 힘 - 사이토 다카시

혼자 있기를 두려워하는 사람이 많다. 소속된 집단이나 가까운 친구가 없으면 자신을 낙오자로 여기며, 관계에 필요 이상으로 힘을 쏟는다. 외로움을 견디지 못하고 관계에 휘둘리는 사람은 평생 다른 사람의 기준에 끌려다닐 수 있다. 나 또한 그런 경험을 해본 적이 있었는데, 그때 이 책을 읽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사람은 혼자일 때 성장한다고 말하는 저자 사이토 타카시. 그는 일본 메이지대학 교수로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하다. 혼자 수업을 받는 학생이 친구들과 함께 몰려다니는 학생에 비해 학습 에너지와 몰입도가 높다는 것이다. 실제 저자도 10여 년이 넘는 시간 동안 혼자서 공부에 몰입하며 내공을 쌓았다.


인생의 중요한 순간일수록 왜 혼자가 되어야 하는가?


혼자가 되는 순간 마치 다른 사람과는 다른 시공을 살아가는 것 같은 신비로운 쾌감을 안겨주었다. 나는 고독의 암흑 속에서 한 줄기 빛을 향해 떠다니고 있었다.


혼자가 아닌 함께 있다고 다 좋은 영향을 주고받는 것은 아니다. 뭔가를 배우거나 공부할 때는 먼저 홀로서기를 해야 한다. 머리의 좋고 나쁨이나, 독서의 양보다는 단독자의 자질이 필요하다. 여기서 단독자란 키에르케고르가 설명한 개념이다. 현대인은 자신의 자유와 주체성을 버리고 집단 속에 묻혀 자기를 잃어가는데, 그 전체, 즉 집단의 반대편에 서는 존재를 '단독자'라는 개념으로 설명했다.


© StockSnap, 출처 Pixabay


혼자여도 괜찮다는 마음


이 마음이 있으면 조금씩 고독을 두려워하지 않는 강인함이 생긴다. 시인이자 작가인 메이 사튼은 <혼자 산다는 것>에서 '고독은 도전이며 그 속에서 균형을 유지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라고 썼다.


몇 주 만인가. 겨우 혼자가 될 수 있었다. ‘진짜 생활’이 또 시작된다. 기묘할지도 모르겠지만 내게 있어서는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이나 이미 일어난 일의 의미를 찾고 발견하는 혼자만의 시간을 갖지 않는 한, 친구뿐만 아니라 정열을 걸고 사랑하는 애인조차도 진짜 생활이 아니다 <혼자 산다는 것> 메이 사튼


인생에 승부를 걸어야 할 때, 온전하게 혼자만의 시간을 즐겨라.


실패하지 않으려면 교제를 완벽하게 끊고, 하고 있는 일도 철저히 정리하여 생활 전체를 점검해야 한다. 그렇게 하면 거의 모든 시간을 온전하게 활용할 수 있다고. 물론 평생을 철저히 고독 속에서 살 순 없고, 혼자서도 살 수도 없다. 하지만 중요한 시험이나 일의 마감처럼 특별히 집중을 필요로 하는 기간에는 이 방법이 효과적이다.



원치 않던 고독에 빠지면 외롭고 쓸쓸한 기분이 든다. 하지만 적극적으로 고독을 직면하면 강해진다. 모두가 부러워할 만한 일을 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틀림없이 혼자 있는 시간에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고 있다. 모든 사람들과 잘 지내 보여도 젊은 시절에 몇 년 정도는 고독의 시간을 경험했을 것이다. 그 단독자의 혼이 밑바탕에 수맥처럼 쉼 없이 흐르고 있기 때문에 혼자가 되면 되는 대로, 충실하고 창조적인 시간을 만들어 낼 수 있다.



© Bertsz, 출처 Pixabay



혼자 있는 시간을 어떻게 활용해야 할까?


1. 자신을 돌아본다.
2. 교양을 쌓는다.
3. 일기를 쓴다.

저자가 추천하는 이 세 가지 방법은 자신의 상태를 파악하기 위한 방법이라고 말한다. 혼자인 시간에 이런 기회를 갖는다면 도전의 불꽃은 꺼지지 않을 것이다.


혼자 있는 시간에 어떻게 정신적인 풍요로움을 배양하느냐에 따라 매력의 차이가 생긴다



하지만, 요즘에는 지성이나 교양을 그다지 매력적으로 생각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지성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으니 일부러 고생하여 공부하거나 교양을 쌓으려고 노력하지 않는다. 이것은 참 이상한 일인데, 사실 누구나 지적이고 교양 있는 사람을 좋아한다. 남녀를 막론하고 똑똑하고 현명한 사람에게서 내면의 풍요로움이 느껴지면, 그 사람에 대해 더 알고 싶어진다.



지성이란 자신의 내면 깊숙한 곳에 있는 맑은 샘과 같다. 어떤 사람이든 혼자가 되어 그곳에 몸을 담가야 계속해서 빛날 수 있다. 단독자로 보내는 시간이야말로 타인이 쉽게 넘볼 수 없는 고고함을 만들어준다. 그렇게 생긴 고고함은 타인을 배제하는 고립과는 전혀 성격이 다르다.



우리는 힘든 순간에 주어지는 감정을 '특별한 선물'로 받아들여한다

살아 있음을 실감하기 위해 맛보는 살을 애는 듯한 슬픔
-페르디낭 (프랑스의 정치인, 대학교수)


시도 한창 괴로울 때 탄생한다. 사랑을 잃었을 때는 신기할 정도로 감성이 풍부해진다. 인간적인 감정이 끝없이 표출된다. 그래서 역사적으로도 이별의 슬픔이나 아픔이 주는 풍요로운 감정을 인정하고, 그를 위로하기 위해 많은 노래들이 불러졌다. 사랑이 고독을 주었다면, 두려워도 사랑의 고독을 견뎌라. 그렇지 않으면 사랑이 주는 의미 있는 순간들을 충분히 누릴 수 없다.



저자는 일을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인생의 의미를 깨닫기 위해서는 감정의 세계가 훨씬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감정의 세계가 있어야 비로소 삶이 성립되는 것. 단순히 일하고 '생산'에만 몰두하는 것은 인생의 본질이 아니니. 잃어야 알게 되는 사랑의 무게. 사랑이 끝났을 때 우리는 나에 대해 더 잘 알 수 있고, 세계를 풍부한 감성으로 접할 수 있다. 그때 세계가 급격히 넓어진다. 기묘한 내면의 변화들을 알아볼 수 있게 된다.



성장의 기회가 되는 이 시간을 충분히 누리기 위해서는 일정 기간 새로운 만남을 갖지 않는 것도 방법이다. 마음이 정리되기 전에 다른 이성을 만날 경우, 같은 문제를 반복하기도 한다. 헤어진 원인과 자신의 반응 등. 한 번의 사랑을 통해 알게 된 나의 문제를 반추하고 해결하지 않으면, 향후 다른 사랑이 와도 비슷한 경험을 하게 될 뿐이다.



© fabrizioverrecchia, 출처 Unsplash


깊은 혼돈을 빠져나와 슬픔을 극복한 사람만이 갖는 상상력, 아름다움, 이해력, 포용력, 사랑을 통해 그 모든 것을 갖춘 어른스러운 사람이 되는 것이다. 이런 사람은 겉으로 보기에 아름다운 사람과는 깊이가 다르다. 인생의 단맛과 쓴맛을 다 보았기 때문에 그 흔적이 배어 있다. 체념과 활기와 여유로움과 섹시함. 이런 성숙의 결과는 사랑이 주는 고독의 힘 없이 얻을 수 없는 것들이다.


어쩌면 실제로 교양이 있고 없고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그것과 만나고 싶은 마음이 있느냐는 것이다. 교양이 있는 사람들과 잘 사귀면 그들이 외로움을 함께 극복해주는 조력자가 되어준다. 교양은 고독에 대한 처방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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