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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atie Bomi Son 손보미 Mar 18. 2020

살아가는 이유

뉴욕에서 만난 사랑의 의미

출장차 찾은 뉴욕 맨해튼의 밤거리를 걷다 스타벅스에 들렀다. 커피를 주문하려는 참인데, 배경음악으로 흐르던 신나는 음악에 주문을 하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음악에 맞추어 콧소리를 내며 가볍게 몸을 흔들흔들 즉석에서 웨이브와 그루브를 선보였다. 모델 같기도 하고 발레 무용수 같기도 한 예쁜 여성은 찡긋 나에게 윙크를 하며 은근 수줍은 눈빛을 보냈다. 


커피 한 잔을 들고 뉴욕을 걷다 만나는 많은 풍경은 영화나 드라마의 한 장면 같다. 오늘날 뉴욕은 교외를 포함해 인구 약 1,600만 명의 미국 최대 도시이자 세계 중심 도시라는 것은 이제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늘 높이 치솟은 빌딩들, 일류 박물관 및 미술관과 공연예술극단, 금융, 패션, 출 판, 방송, 연극, 뮤지컬, 광고 등 세계적인 문화의 중심지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고, 모든 여행자들의 요구를 만족시킬 수 있을 만큼 흥미로운 문화 예술로 가득하다. 거기다 여기를 구성하는 사람들이 재미있다. 세계 곳곳에서 저마다의 꿈을 가지고 온 뉴요커들의 자유분방하면서도 당당한 태도, 이국적인 모습, 세련된 패션 스타일과 열정 가득한 눈빛도 나를 사로잡는 풍경이다. 


거리를 걷다 보면 뉴욕을 떠올리는 상징적인 공공 미술 작품을 만나게 된다. 



© renolaithienne, 출처 Unsplash

‘LOVE(사랑)’ 어찌 보면 지극히 단순한 조각 작품 앞에 사람들이 연신 줄 을 서서 사진을 찍었다. 그러나 한 번 보면 잊히지 않을 만큼 강렬한 특색 이 있다. 작품의 주제는 숫자나 영문 단어인데 입체적인 표현과 어울려 한눈에 화려하다는 생각이 번뜩 들어서일까. 마치 글자 놀이 장난감 같은 알루미늄으로 만든 조각 작품은 ‘이것이 정말 미술일까?’라는 질문과 함께 사랑이라는 말을 시각화한 것에도 불과하고 그 자체로 보는 사람의 마음을 흔든다는 사실에 놀라게 된다. 


이 작품은 미국의 대표적인 팝 아티스트이자 추상 미술가인 로버트 인디애나 Robert Indiana 의 것인데, 1928년 미국에서 태어나 20세 때부터 미술 공부를 시작한 주로 추상화를 그리다가 1961년부터 뉴욕에서 작업하면서 일상적인 문자나 숫자의 다양한 형태에 관심을 갖고 본격적으로 Love, Eat, Hug 등의 단어나 숫자 조각을 깨끗하고 모던하게 디자인하여 선보였다. 현대인의 일상적인 생활 속에서 미술의 주제를 찾고자 했던 팝 아트의 흐름에 따라, 그는 매우 화려한 색을 즐겨 사용하여 지극히 평범한 재료를 아주 특별한 미술품으로 둔갑시켰다. 




‘LOVE’는 순수 미술과 디자인이 혼합된 방식으로 제작되어 강렬한 빨강과 파란 원색을 사용하여 일정한 두께의 입체적인 작품을 만들어 사람들의 눈길을 끌었다. 그의 작품이 시각적, 형식적 '단순함'에도 불구하고 빛을 발하는 이유는 아마도 이 단어가 인간의 삶에 마치 공기와 같이 보편적으로 자리하기 때문일 것이다. 


또, 전 세계의 시리즈로 제작된 작품에는 각 지역이나 스토리에 맞게 각기 다른 색을 부여함으로써 LOVE에 다양성과 보편성을 불어넣었다. 현재 세상에 존재하는 사람들의 수만큼 다채로운 사랑의 색깔을 표현한 것이기도 하고, 한 사람이 겪은 하나의 사랑조차 늘 한 색깔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평범한 진리를 작품으로 보여준 것이다. 


경쟁과 반목으로 치닫고 있는 인류에게 희망과 사랑을 전달하는 작가의 작품을 보자니 하나의 시가 떠올랐다. 그리고 나를 사랑하는 것을 넘어 아무도 미워하지 않고 나에게 주어진 일상을 사랑하자고, 모두 사랑만 해보자고 꿈같은 말을 결심해본다. 


사랑. 우리가 인생을 살아가는 이유가 아닐까. 



하루는 인생의 축소판

아침에 눈을 뜨면 하나의 생애가 시작되고

피로한 몸을 뉘여 잠자리에 들면

또 하나의 생애가 끝납니다.


만일 우리가 단 하루밖에 살 수 없다면

나는 당신에게 투정 부리지 않을 겁니다.

하루밖에 살 수 없다면

당신에게 좀 더 부드럽게 대할 겁니다.


아무리 힘든 일이 있어도

불평하지 않을 겁니다.

하루밖에 살 수 없다면

더 열심히 당신을 사랑할 겁니다.

아무도 미워하지 않고 모두 사랑만 하겠습니다.


<하루 밖에 살 수 없다면> 울리히 샤퍼 Ulrich Schaff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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