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방학입니다.
큰아이는 기숙사에 잔류하고 있으니 일단 눈에 안 보여서 다행이고요 그러나 이제 막 사춘기가 온 작은 아이는 아침해가 너무너무 눈부시게 창문에 내리 꽂혀도 일어나지를 않습니다.
오전 11시를 아침이라고 해도 될까요? 아무튼 그런 아이랑 앞으로 적어도 2주를 매일 같이 있어야 한다는 게 괴롭습니다. 지난주는 방학 시작하자마자 여행을 다녀와서 그 꼴을 안 봐도 됐습니다. 그리고 한 이틀은 잘 참았죠. 그런데 삼일째 오늘도 정오가 다되어서 일어난 아이에게 밥을 먹이고 나서 수학을 설명해 주는데 열불이 났습니다. 발단은 프린터기에 잉크가 없는 것이 문제였습니다. 오늘까지 악보를 뽑아야 하는데 왜 한 달 전에 사놓은 잉크를 아직도 넣지 않았냐고 따집니다. 물론 그 일은 아빠가 했어야 할 일이었지만 당장 회사에 가고 없는 아빠에게는 전화해서 아주 고분고분하게 자신이 그 잉크를 넣어도 되냐고 묻더니 그 일을 반대하는 나에게 화살이 날아옵니다. 내가 어떻게 초등학교 6학년 아이를 믿고 잉크를 넣어도 좋다고 한단 말입니까. 잉크를 제대로 넣지도 못하고 온 방바닥에 뿌려놓을지도 모르는데요.
그래서 일 년에 한 번 정도 분화하는 활화산이 다시 폭발했습니다. 화난다고 때려봤자 내 손만 아프고 멍드니까 소리를 질러봅니다. 3주 전에 걸려서 낫지 않은 여름감기 때문인지 목소리도 안 나오네요.
그냥 관둬. 태권도 안 갈 거면 피아노도 끊을 거야
방학이라고 맨날 늦게 일어나면서 왜 맨날 투덜대는 거야
나는 매일 밥하고 설거지하느라 바빠 죽겠는데 너는 도대체 뭐 하는 거야
공부가 그렇게 하기 싫으면 하지 마
그렇다고 네가 빨래를 하는 것도 아니잖아
저 쓰레기는 왜 안 치우는 거야
분리수거도 네가 해
이제부터 네가 먹은 건 네가 설거지해
그리고 발 디딜 틈 없는 이방 청소해
어떻게 사람이 자기가 하고 싶은 일만 하고 살아, 하기 싫은 일도 해야지
공부 안 하면 피아노도 치지 마
나 나갔다 올 동안 방청소 다 해놓고 검사받아
앞으로 1시간 안으로 청소 끝내
갑자기 신데렐라가 생각났습니다. 신데렐라의 엄마도 이런 심정이었을까요? 말도 안 되지만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밥 먹고 누워만 있는 아들을 일어나게 할 방법이 없네요. 아동학대로 경찰이 잡아갈까요? 정말 그렇게라도 혼.자. 좀 있고 싶네요. 그냥 밥도 안 먹어도 되고 옷도 대충 입고 밖에도 안 나가고 며칠 좀 푹 쉬고 싶어요.
이제 몇 달 있으면 중학생이 되는데 이 아이를 어떻게 해야 할까요?
원래 남자들이 다 이렇게 수동적인 건가요? 우리 집 남자들만 그런 건가요?
도대체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날은 덥고 한숨만 나오는 8월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