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어라 남쪽 비바람~

송악산에서 만난 안개같은 폭우

by 병욱이



갑자기 내린 소나기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뒤꿈치를 들고 조용히 먹이 감을 노리는 한 마리의 고양이 같았다. 우두둑 우두둑 빗방울을 땅으로 내려 보냈다.

떨어지는 빗방울은 안개를 몰고 온 듯 금세 바닷가의 모습을 숨겼다. 세상이 멸망이라도 할 것처럼 공포를 안겨왔다. 급히 가방 안에 든 우산을 꺼내 썼지만 바람과 함께 불어 닥치는 비에 무방비 상태와 가까웠다. 연약한 우산의 방어를 비웃듯 콧방귀를 끼며 우산의 허리를 쉽게 무너뜨렸다. 속절없는 우산은 버틸 재간이 없다. 신발은 어느새 한강이 되었고 바지는 땀과 빗물로 인해 찝찝함이 밀려왔다. 구멍 뚫린 하늘이 퍼붓는 비. 빗속을 헤치며 아기를 안고 걷는 엄마의 뒷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냥 지나친다면 벼락이 용서를 하지 않을 것 같다. 에라~ 모르겠다. 난 이미 젖을 만큼 젖었다. 아기 엄마 머리위로 우산을 스르륵 내 밀었다.

긴 머리는 치렁치렁 비에 젖어 갓 건져 올린 미역줄기 같았다. 혓바닥을 치아로 지그시 깨물고 웃음을 참을 수밖에 없다.


"괜찮아요."


아기를 위한 비를 피하기 위한 방수 덮개가 덮여져 있었지만, 지금 상황에서(비바람이 휘몰아친다.) 모든 것이 무용지물이라 생각되었다. 물론 우산도 마찬가지지만 1/N 라도 도움이 되길 바랐다. 그런 모습 속에서 꼼작하지 않던 아기의 태동은 엄마의 마음을 알아차린 듯 미소를 보내 왔다.


"그래도 비바람이 불어 아기가 비 맞고 감기라도 걸리면..."

"고맙습니다."


얼마 걷지 않아서 자동차 한 대가 다가오더니 이쪽을 향해 경적을 울렸다. 상황을 정리해보니 남편으로 추정되었다. 주변을 살펴보니 아기 아빠가 보이지 않는다. 비가 내리니 먼저 뛰어가 주차된 차를 끌고 왔다. 역시 아빠다.

그렇게 잠시 폭포수 같은 비와 전투에서 승리한 뿌듯한 기분이 온몸으로 퍼졌다. 아기의 피신은 완벽했다. 다시 비를 피하기 위해 앞에 보이는 정자로 달려갔다. 갑자가 몰려 온 비구름에 흠뻑 젖은 내 모습을 훑어보니 물에 빠진 생쥐 꼴. “킥킥킥~” 찝찝했지만 오랜만에 웃음이 나오는 행복에 젖었다. 그 행복은 지금의 옆에 인연이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짧은 만남이었지만 오래된 것 같은 나의 소중한 따뜻함이었다. 세상을 사라져버리게 만든 비바람에 자연의 위대함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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