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호선 매봉역, 우리 동네 이야기

돈까스 먹다가 만난 동네 #6

by 김범진


3호선 매봉역, 사실 특별한 것 없는 동네지만 <3호선 매봉역> 이라는 노래 하나 덕분에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진 곳 같다. 사실 여기서 오랜 시간을 보냈던 본인에겐 남들보단 각별한 의미가 있는 동네다. 20년도 더 된 파리바게트에선 여전히 생일 케이크를 사고 있고, 지금의 마켓오가 있기 전, 90년대 베니건스 시절엔 가족들과 특별한 날마다 외식을 하곤 했던. 스무 살이 돼서는 동네 친구들을 불러 쓸데없는 술부심을 부리며 부어라 마셔라 했던 것 같다. 정말 오랜 시간 끈끈하게 정을 쌓아온 곳이다.


이직을 하면서 3호선 라인으로 출퇴근 하기 시작한 친구가 퇴근하고 매봉역 근처에서 밥이나 먹자 연락이 왔다. 요즘은 맛집들이 하나 둘 늘어나면서 멀리서도 많이 찾아오는 것 같던데, 사실 이 동네를 오랫동안 누볐던 본인은 아는 곳이 고작 몇 군데 정도다. 대단한 맛집 리스트를 알고 있는 건 아니라 먹고 싶은 걸 하나씩 늘어놓다 결국엔 돈까스를 골랐다.


매봉역 카츠오우에 다녀왔다. 인스타그램에서는 이미 여러 번 언급했던 적이 있는 거 같은데, 맛도 맛이지만 일이 바쁜 시즌에 퇴근하고 멀리 가기는 힘들고 돈가스가 먹고 싶을 때 여기 말고 갈만한 데가 떠오르지 않아서다. 몸과 마음이 지쳐있을 때 모둠 카츠를 안주 삼아 생맥주 한잔 털어 넣는 게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다.


새우튀김, 치킨까스, 안심까스, 멘치까스, 치즈돈까스까지 종류도 다양하고 양도 많다. 솔직히 돈가스를 좋아하는 나지만 1.5인분 정도되는 양에 압도당하기도 한다. 한동안 튀김은 생각이 나지 않을 정도.

모둠카츠 (16,000원)

식사를 마치고 근처 이자카야로 자리를 옮겼다. 스무 살 초반에 동네 친구들과 어쩌다 한 번씩 들렸던 곳. 연애상담, 뭐 먹고살지 같은 진로 고민들로 한참 떠들어댔던 거 같은데 어느새 직장인이 돼서 일 얘기, 결혼 얘기들을 조금씩 꺼내고 있다. 시시콜콜 대화들을 이어가며 하이볼을 한 입씩 마셨더니 조금 취했다.


<3호선 매봉역> 이라는 노래를 어릴 땐 몰랐는데 가사를 곱씹어볼 때마다 너무나도 와닿는 구절이 많다. 돌이켜보면 그때 당시 친구들을 불러 늘어놓았던 푸념과 고민들은 뭐였는지 기억이 흐릿하다. 시간이 흐르면서 자연스럽게 잊혀진 것 같지만 여전히 혼자 떠 앉고 있는 걱정은 많고, 부담은 크다. 나중에 돌아보면 이것 또한 별거 아닌 고민이지 않을까.


돈까스 찾아 삼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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