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까스를 먹다 만난 동네#5
부산에 영도라는 섬이 있다. 육지로부터 단 네 개의 다리로만 이어진 섬이다. 한국전쟁 이후 조선업과 제조업을 바탕으로 눈부신 성장을 이뤘지만 2000년대 이후 산업이 축소되며 점점 쇠퇴하고 있다. 남겨진 산업시설들은 마치 시간이 멈춘 듯, 화려한 부산 도심과는 사뭇 다른 경관을 만들어낸다. 오늘은 부산 영도에 위치한 돈가스 가게를 소개하고자 한다.
영도병원 사거리에서 5분 거리에 위치한 '톤섬'이라는 가게다. 2010년도부터 운영했던 '송영희돈까스'를 리뉴얼했다. 녹이 슨 건물 안에 깔끔한 가게 하나가 있다. 마치 일본 공업지대에서 본듯한 가게 같다는 착각이 든다.
저녁 오픈 시간대에 방문했다. 브레이크 타임 사이에 영업을 다시 준비하느라 가게 안은 분주하다. 나름 빨리 온 것 같은데 이미 가게 앞 웨이팅 리스트에 부지런히 이름을 적어놓은 사람들이 있다. 이름과 메뉴를 미리 적는다. 본인은 새우, 안심, 치즈로 구성된 시그니처 메뉴를 주문했다. 멀리 온 김에 다양하게 먹어보고 싶었기 때문.
자리에 앉으면 따뜻한 옥수수 수프가 제공된다. 식욕을 돋우기 좋다. 기다리는 동안 준비된 안내문을 읽는다. 깔끔하게 정리된 설명은 맛있는 식사를 돕는다. 꼭 필요한 건 아니지만 있으면 도움이 많이 된다.
식사가 나왔다. 접시 한가운데를 차지한 새우튀김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당장이라도 살아 움직일 듯 튀어 오를 자세를 하고 있다.
기본기가 탄탄한 카츠다. 밀가루, 계란, 빵가루 근본이 되는 재료로 만든 카츠.
기분 좋은 고소한 튀김냄새에 취해 맥주 한 병도 시켰다. 아사히 맥주병을 배경 삼으니 정말 일본 현지에 온 듯한 기분이다.
부산에 정말 많은 카츠집들이 있지만 고민 없이 추천할 수 있는 곳이다.
사실 뜬금없이 부산을 찾은 것은 아니고 영도 답사 차 다녀왔다. 부산 영도는 앞서 말했듯이 제조업과 조선업의 산업이 저물며 유일하게 광역시 중 인구감소지역으로 선정되었다. 젊은 사람들이 빠져나가고 남은 자리엔 빈집들과 노령 인구가 남았으며 도심은 점점 공동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이런 영도구에 젊은 로컬 크리에이터들이 자리 잡고 있다. 이들이 운영 중인 몇 가지 공간 소개를 덧붙이고자 한다. 부산에서 많은 핫플 중에 굳이 영도를 가야 하냐는 질문에 충분한 답이 될 수 있기를.
모모스커피는 부산 영도에 자리 잡은 로스터리다. 2007년부터 시작하여 오늘날 카페와 로스터리를 운영하고 있다. 산업단지의 모습을 가장 잘 담고 있는 이색적인 풍경과 함께 커피 한잔 마실 수 있다.
아레아식스(AREA6)는 삼진어묵이 세운 공간이다. 3대째 가업을 이어온 기업이 지역 민간 재생을 위해 힘쓴 앵커시설이다. 영도에서 100년 전통을 가진 봉래시장과 인접해 있으면서도 빈집들이 밀집된 노후 지역에 들어섰다. 지상 3층으로 구성된 건물 1층에는 5평 규모의 점포 9개가 들어서있으며, 지역의 로컬브랜드들이 입점해 있다. 2층에는 전시시설과 휴식공간이 마련되어 있으며, 3층은 각종 행사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신기산업은 영도 앞 부산항대교를 한눈에 바라볼 수 있는 언덕에 위치한 카페이자 잡화점이다. 과거 방울공장이었던 곳을 카페로 바꿔 영업 중이고 현재는 선물용품, 캐릭터용품, 사무용품 등을 기획하고 제작해 수출하고 있다.
이런 곳들 외에도 피아크 베이커리, 아르떼뮤지엄 등 크고 작은 문화공간이 영도의 빈자리에 하나 둘 채워지고 있다. 공공기관의 지원과 민간기업의 역할이 더해져 서로 시너지를 내는 모습이 지역 소멸을 앞둔 지역의 좋은 선례가 되고 있는 듯하다. 부산에 간다면 영도에 방문하는 걸 적극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