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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른청년 Sep 12. 2020

사업을 하려면...

승려와 수수께끼 - 랜디 코마사

이 책은 배달의 민족 김봉진 대표가 추천해서 관심을 가지게 된 책이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창업을 하거나 투자를 받으려는 사람들이 읽어보면 좋을 책이다. 2012년도에 우리나라에 번역 출간된 책인데 실제 쓰인 건 2000년도 초반, 한참 닷컴 버블이 일던 시기다. 나도 98년 IMF 때 졸업해서 1년간 놀다가, 99년도에 처음 개발자로 들어섰는데, 이 시기를 생각해 보면 뭐든 온라인 사업을 하면 잘 될 거 같은 때였다.


전체적인 책 내용을 간추려 보면 장례식 물품을 온라인으로 판매하는 서비스로 투자를 받으려는 사람에게, 저자가 벤처투자가로서 조언해주는 과정을 실제처럼 그리고 있다.


이 책을 통해 저자가 말하고 싶은 핵심은 ‘사업을 하려면 돈을 버는 거 말고, 뭔가가 더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실패하더라도 여기에 쏟은 시간과 노력이 아깝지 않을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 아니면, 절망적인 상황을 버틸 수 없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가치 있는 비전이 있어야 한다는 것인데, 이것만 놓고 보면 특별한 것은 없어 보이는데 실제 온라인 서비스로 투자를 받으려는 사람의 예를 들면서, 누구나 알고 있지만 놓치기 쉬운 부분이라는 걸 깨닫게 해 준다.


저자의 통찰력이 빛나는 부분은 ‘사업의 핵심을 변화'라고 규정한 것이다. 사업과 관련한 모든 것은 변한다. 세상이 변하고, 경쟁자가 변하고, 제품이 변하고, 사람이 변한다. 지속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따라서 이런 변화된 환경에 적응하고 살아남으려면 창의력이 필요하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인생도 사업과 마찬가지다. 저자가 불교에 관심이 많았나 보다. 불교의 핵심도 변화 아닌가?


벤처투자가가 궁금해하는 건 크게 세 가지라고 한다.

1. 시장의 규모가 큰가?

2. 제품이나 서비스가 시장 대부분을 점유할 수 있는가?

3. 이런 일을 수행할 수 있는 팀이 구성됐는가?


아무리 굉장한 서비스나 아이디어가 있어도 이것을 수행할 수 있는 팀이 없으면 소용이 없다. 이런 팀을 만들고도 수없이 겪게 될 어려운 상황을 헤쳐나가기 위해서는, 그들에게 열정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가치 있는 비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많은 창업가들이 헷갈리는 게 열정과 의욕이라고 한다. 열정은 내 의지와 상관없이 저항할 수도 없게 빠져드는 것이지만, 의욕은 내 의지로 끌고 가는 것이다. 의욕만 가지고 사업을 할 수는 없다. 왜냐면 쉽게 지치기 때문이다. 지금 내가 하려고 하는 일이 의욕으로 하는 것인지 열정을 불러일으키는 것인지 잘 살펴봐야 한다.


벤처투자가들에게 중요한 것은 위험부담이나 수익모델이 아니라고 한다. 그 이유는 10번의 실패보다 1번의 성공으로 얻는 이익이 몇십 배, 몇백 배 커서 10번 실패한 걸 상쇄하고도 충분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에겐 남들과는 아주 다른 아이디어가 필요하다. 하지만 창업가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수익모델이고, 위험부담을 줄이는 것일 거다. 이 차이를 아는 게 정말 중요하다.


인생 2막을 준비하는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자기가 열정을 불태울 수 있을 만한 일을 찾는 것이다. 그리고 그 안에서 사업화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찾아내야 한다. 하지만 이런 일을 찾는 것이 가장 어렵기 때문에 무엇보다도 절박해야 한다. 그리고 다르게 바라볼 수 있는 시각이나 관점이 정말 필요하다.


프롤로그에서 저자는 미얀마에서 오토바이 여행을 하다가 만난 노 승려에게 수수께끼를 하나 듣는다. 1미터 높이에서 계란을 떨어뜨리는  깨지지 않으려면 어떻게 하면 될까? 답은 여러 개가 있을 수 있겠지만 중요한 것은 규정된 조건을 다르게 바라보아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가 말한 답은 콜럼버스가 달걀을 세운 것과 비슷하다.


기존에 규정된 조건에 갇히게 되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문제를 뒤집고 비틀고 깨야한다. 그래야 틈이 생기고 여지가 생긴다. 창의력은 다른 게 아니라 기존 틀을 깨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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