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푸른청년 Jan 16. 2021

인간이 멸종하지 않으려면

지금 경계선에서 - 레베카 코스타

“우리는 어디에서 왔는가? 우리는 누구인가?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 어디서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이 유명한 말이 고갱이 타히티 섬을 배경으로 그린 유명한 그림의 제목이라는 걸 이 책을 읽고 알았다. 이 질문에 답하기란 정말 어렵다. 하지만 질문만으로도 의미가 있듯이, 이 책이 보여주는 사례만으로도 충분한 가치가 있다. 만족스럽지 않지만 위 질문에 대한 나의 답을 적어보았다.



우리는 어디에서 왔는가? 지구로부터 왔다.

우리는 누구인가? 호모 사피엔스, 자칭 슬기로운 사람이다.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 엔트로피 법칙에 따르면 멸망으로 간다.




우리는 지식을 습득할 수 없을 때 사실 대신 믿음을 택한다고 한다. 종교가 그런 역할을 했다. 믿음은 길러지는 것이 아니라 타고난 것이라고 한다. 믿음이 지금의 인간을 있게 했지만 믿음이 인간을 멸망으로 인도할 수도 있다.


코로나 때문에 인류는 지금까지 겪어보지 못했던 절체절명의 위기의 순간 속에 있는지도 모른다. 아니 인간 멸종의 서막이 오르기 시작한 건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들 때도 있다. 지금 시기에 읽어서 그런지 이 책은 그런 경각심에 기름을 붓는다. 물론 이 또한 지나갈 것이고, 발달한 과학기술이 이를 극복해내리라는 희망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 책의 저자는 3000년간 번영을 누리던 마야문명이 몰락한 이유가 문명의 복잡성이 그 집단 인간들의 인식 한계를 넘어서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문명이 발달하고 복잡해지면 인식의 한계점이 오고, 붕괴하고 마는 패턴이 고대로부터 지금까지 반복되어 왔다는 건데 이를 해결하려면 인간의 통찰력을 발달시키는 방법밖에 없다는 거다.


이 주장을 현대의 여러 문제점에 대입해보면 감이 확 온다. 가까이는 정책을 내놓을 때마다 값이 뛰는 부동산 문제가 있고, 빈부격차, 남북한 통일 문제도 그렇고, 넓게로는 환경문제나 기후변화, 종교 갈등 같은 문제들이 있다. 이런 문제들을 해결할 방법이라는 게 과연 존재하는 건가 의문이 든다.


인간은 자기가 이해하기 어려운 복잡한 문제를 만나면 진실을 포기하고, 그냥 마음 가는 데로 믿으려 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런 것을 작가는 이기적 유전자에서 도킨스가 처음 사용한 개념인 ‘밈'을 차용해서 설명한다. ‘밈'에는 상식, 전통, 편견, 학설, 슬로건 등이 있다. 그중에 영향력이 큰 ‘밈'을 ‘슈퍼밈'이라고 칭한다.


저자가 말하는 문명 붕괴 패턴은 ‘복잡성이 슈퍼밈을 낳고, 슈퍼밈이 단일성을 낳고, 단일성이 멸종을 초래'한다고 한다. 이 악순환을 끊는 길은 슈퍼밈을 지양하고, 다양성을 확보하는 수밖에 없다. 대표적인 슈퍼밈 5개를 설명하는데 지금 사회의 모습을 고스란히 담고 있어 놀랍다.


첫째, ‘불합리한 반대'는 정치판을 보면 된다. 선거 때마다 ‘네거티브 공격하지 말자, 정책 대결하자’고 하지만 ‘내로남불’이다. 왜냐면 가장 싸게 먹히고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반대를 통한 조종이 안 좋은 이유는 ‘자유선택'하고 있다는 착각을 주기 때문이고 반대 전략은 선택을 양극화한다. 두 가지 극단적 선택중 하나를 고르는 것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둘째, ‘책임의 개인화'는 문제가 생겼을 때 정부 또는 회사가 어떻게 하는지를 보면 알 수 있다. 보통 ‘꼬리 자르기’라고 하는데 담당 실무자나 책임자가 처벌을 받거나 물러난다. 대통령이나 사장은 자신의 책임을 대신할 희생자를 필요로 한다. 사실 대부분의 문제는 시스템에 의해 나오는데 그 책임을 개인에게 전가한다. 유명 토크쇼 진행자인 오프라도 다이어트에 실패하는 것을 보면, 비만이 결코 개인의 의지 문제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셋째, ‘거짓 상관관계'도 일상에 많이 퍼져있다. ‘동양인은 지방을 적게 섭취해서 서양인보다 심장병 환자가 적다’는 것이 곧 인과관계라고 말할 수 없다. 상관관계는 두 개의 대상이 동시에 변화할 때 성립된다. 다른 조건은 필요 없다. 가령 ‘지구 온난화가 심해지는 동안에 권총 소지자의 수가 늘었다’고 해서 인과관계가 성립하지 않는다.


넷째, ‘조직 이기주의'는 조직이 거대할수록 많이 보인다. 조직 간의 협동이 필수지만 조직 속에서 큰 그림을 보지 못하는 개인들은 자신의 이익이 더 중요할 수밖에 없다. 미국의 건강보험 문제가 아무리 돈을 쏟아부어도 해결이 어려운 이유는 이용자 입장보다 병원, 의사, 보험회사 각자의 입장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다섯째, ‘극단의 경제학'은 현재 자본주의 사회의 실상을 잘 보여준다. 모든 학술연구나 프로젝트들의 판단 기준은 경제성이 있느냐다. 왜냐하면 돈으로 가치를 따지는 것이 쉽기 때문이다. 그런데 경제성이 없다고 이런 연구들이 도태된다면 인간도 도태될 것이다.


주위를 둘러보라. 이런 믿음이 만연해 있다는 사실이 놀랍고, 이런 현상들이 멸망의 전조일 수 있다는 사실이 더 놀랍다. 작가가 해결 방법이라고 제시한 ‘병행적 점진주의'라는 것이 실상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모르기 때문에, 원인이 무엇인지 정확히 특정할 수 없기 때문에 이 방법, 저 방법 다 써보는 것이고 그중에 한 두 가지가 효과가 있기를 바라는 것이다.


이런 방법은 벤처투자가들의 투자방식에서 기인한다. 벤처투자가들은 80%가 실패하더라도 성공한 20%에서 투자한 금액의 두배, 세배 뽑아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80%가 실패하더라도 버틸 수 있는 자본력과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가장 중요한 해결책으로 제시한 통찰력은 상시적으로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는 게 가장 큰 문제다. 그래서 뇌과학의 발달 특히 무의식과의 연관성에 주목하고, 교육이 도움을 줄 수 있을 거라고 작가는 말한다. 인간은 지금까지 이러한 통찰력으로 위기를 개척해 나갔다. 하지만 이러한 통찰력은 획일적인 사회에서는 나오기 어렵고, 다양성이 확보되었을  가능하다. 슈퍼밈은 다양성의 가장 큰 적이다. 인간이 멸종하느냐 아니냐는 결국 다양성을 얼마만큼 확보하느냐에 달린  아닌가?

작가의 이전글 2020년 푸른청년 추천 책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