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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른청년 Nov 06. 2021

기술적 낙관주의

빌 게이츠, 기후재앙을 피하는 법

가장 최근의 빙하기 때 지구의 온도는 지금보다 겨우 섭씨 6도 낮았을 뿐이라고 한다. 18세기 중반 산업혁명 이후 지구의 평균 온도는 1도 올랐다. 200년 동안 1도 올랐는데 20년 후에는 1.5도로 올라갈 것이라고 예측된다.


수많은 데이터가 온실가스 배출량과 기후변화가 연관이 있음을 보여준다. 인류가 멸망하지 않으려면 온실가스 배출을 멈추는 방법밖에 없다. 하지만 자본주의 사회에서 인간은 지금과 같은 생산과 소비를 멈추고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


그렇다면 방법은 청정에너지를 기존의 화석에너지만큼 싸게 만드는 수밖에 없다. 이것이 빌 게이츠가 말하는 기후재앙을 피하는 법의 핵심이다.


서두에서 밝히는데 빌 게이츠가 기후변화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아프리카 지역의 ‘에너지 빈곤 문제'를 고민하다 생겼다고 한다. 빌 게이츠 정도 되는 부자가 끊임없이 인류의 문제 해결을 고민하며 세계적인 석학들에게 배우고 자신의 생각을 확장시키려고 노력한다는 게 놀라웠다.


빌 게이츠의 불륜이나 새로운 투자처일 뿐이라는 도덕적인 비난에도 불구하고, 그가 주장하는 말들은 굉장히 현실적이고 합리적이며 옳은 방향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탄소 제로가 단순히 배출을 줄이는 것뿐만 아니라, 제거하는 것도 포함한 개념이라는 건 이 책을 통해 처음 알았다. 빌 게이츠는 공기 중의 탄소를 포집하는 기술에 투자하고 있음을 책에서 밝히는데 꼭 돈을 벌려는 목적보다는 문제 해결을 위한 기술 기업에 투자해 준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국 기준으로 석유가 탄산음료보다 싸고, 최근 석탄보다 천연가스를 많이 쓰는 이유가 시추기술의 발달로 가격이 더 싸졌기 때문이라는 사실은, 이 모든 것이 환경의 문제가 아니라 경제의 문제라는 통찰을 보여준다.


나 자신도 굉장히 부정적이었던 원자력에 대해 빌 게이츠가 바라보는 관점은, 탄소중립을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하며, 체르노빌이나 후쿠시마 같은 사고와 폐기물 문제는 기술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으로 본다. 그래서 핵분열이 아닌 핵융합 기술에 대해서도 간단히 언급하는데 반감기가 수천 년에 달하는 플로토늄에 비해 100년 정도이고, 방사선 양도 병원에서 쓰이는 정도라고 말한다.


빌 게이츠는 문제가 있으면 그것을 멈추거나, 그만두는 것이 아니라 기술을 발전시켜 해결해야 한다는 게 기본 입장이다. 아마도 개발자 출신의 엔지니어가 가질 수 있는 근본적인 낙관주의가 그 바탕인 거 같다.


나도 기술발전이 기후재앙 같은 전 지구적인 문제의 거의 유일한 해결책이라는 것에 동의한다. 하지만 빌 게이츠도 말했듯이 기술과 함께 정책, 시장이 같은 방향으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도 백 프로 해결이 가능할지 모른다. 이것이 의미하는 것은 기술이 발전해도 정부 정책이나 경제적인 이득이 없으면 해결이 불가능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결국 기술은 도구일 뿐이고 쓰는 사람이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앞에서도 기후재앙이 환경 문제가 아니라 경제 문제라고 말했다. 모든 가치가 돈으로 환산되고, 다른 모든 가치 위에 서는, 지금 현대 자본주의 사회가, 기후재앙을 기술발전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빌 게이츠의 낙관주의에 쉽게 동의하지 못하게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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