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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른청년 Oct 17. 2021

형식에 진심 담기

삼삼 독서단 6기(2021/09/01~10/15) 읽은 책 감상 및 추천

이번 삼삼 독서단 6기에는 총 14명이 45일 동안 103권의 책을 읽었고, 난 총 10권의 책을 읽었는데 그중에 장기하 산문 '상관없는 거 아닌가?', 김금희 '너무 한 낮의 연애', 유시민 '청춘의 독서' 3권의 책을 추천한다. 비추한 책 빼놓고는 다른 책들도 다 나름 읽어볼 만한 의미가 있었다.


01. 밤으로의 긴 여로, 유진 오닐, 235p

플리처상 수상작인 작가의 자전적 소설로 여름 별장에서 3일 동안 일어나는 가족 간의 일을 희곡 형식으로 보여주는 소설이다. 가족 불화의 끝을 보여주는데 보는 내내 불편하고 답답했다. 가장 가까운 가족이 서로를 비난하고 후회하고를 반복한다. 엄마 메리가 한 대사 중에 ‘과거가 곧 현재이고, 미래다’라고 말한 부분이 인상 깊었는데 지금 벌어지는 일들은 다 과거에 기반했다는 걸 의미한 거 같다. 사랑한다면 지금 당장 비난을 멈춰라.


02. 상관없는 거 아닌가?, 장기하 산문, 263p

그냥 ‘상관없는 거 아닌가?’라고 말한다면 너무 개인주의적이고 이기적인 거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렇게 결론 내리기까지 그의 생각의 흐름들을 따라가 보다 보면 꽤나 논리적이다.  사람들에게 얘기할 때 그냥 내 주장을 하는 게 아니라 밑밥이 중요한 이유다. 쉽고 어떤 큰 통찰력을 주지는 않지만 그의 생각에 많이 동감한다. 추천한다.


03. 너무 한낮의 연애, 김금희, 286p

이 단편 소설집 속의 김금희 소설은 속 시원하지 않다. 무언가 답답한 것이 현실을 닮아 있다. 소설 속의 아버지나 오빠는 폭력을 휘두른다. 하지만 그들에게 그대로 돌아온다. 특히 '개를 기다리는 일'은 한 편의 스릴러 같았다. 최은영 소설보다 더 강력하다. 추천한다.



04. 유혹하는 글쓰기 - 스티븐 킹의 창작론, 351p

스티븐 킹은 창작론도 이야기로 풀어낸다. 글쓰기를 좋아하는 이유가 통찰의 순간이 있기 때문이란 거에 동감한다. 거기에 어떤 희열이 있다. 마지막 글쓰기 예제는 사족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많은 작가들이 소설은 쓰는 것이 아니라 작품 속 인물들에 의해 쓰여진다고 하는데 그런 경험들이 신비롭고 상상이 잘 안 간다. 아무튼 작가에게 재능이 필요한 건 맞다.


05. 내가 죽어 누워 있을 때 - 윌리엄 포크너, 311p

노벨상 수상자에다 스티븐 킹이 추천해서 읽어보았다. 각각의 인물들이 일인칭 시점으로 스토리가 이어진다. 등장인물 별로 이야기가 계속 이어지니 헷갈리고 정신없다. 엄마가 병으로 죽었는데 폭풍우에 다리가 끊어졌는데도 아빠가 그렇게 먼 길을 돌아 묻으려고 한 이유가 황당하다.


06. 빌 게이츠, 기후재앙을 피하는 법, 349p

빌 게이츠가 전문가들이랑 공부한 내용을 일반인들에게 알기 쉽게 설명한다. 이 정도 되는 부자가 공부해 나가며 해결책을 모색하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그의 생각과 논리의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현실적이면서도 합리적이다. 거기에다 올바른 방향처럼 보인다. 2050년까지 탄소제로를 달성하지 못한다고 해서 지구가 당장 멸망할지 않을지 아무도 모르지만 이런 경각심을 가지고 준비해야 한다는 건 분명해 보인다. 다만 기술적인 낙관주의에 기반하는데 그가 개발자 출신이라 그럴지도 모른다. 원자력이나 핵융합, 수소기술 등도 다시 봐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07. 밝은 밤, 최은영, 343p

최은영 소설은 전작도 그랬지만 관계에 대한 이야기 같다. 딸, 엄마, 외할머니, 외증조할머니로 이어지는 일제강점기부터 현재까지 4대에 걸친 이야기다. 가까운 사이일수록 상처 주고받고 후회하고를 반복한다. 시간이 지나면 회복될 수 있겠지만 그 공백은 너무 크다. 어쨌든 이 모든 오해는 할머니의 이야기를 통해 기억되기 때문에 풀린 것 같다. 기억하면 죽은 사람도 내 마음속에 살아있는 건가?


08. 청춘의 독서, 유시민, 317p

유시민이 읽었던 책들 중에 큰 영향을 준 책 14권을 다시 읽고 딸에게 전하는 책이다. 독후감은 이렇게 써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이 돈을 벌려고 하는 이유, 부자가 명품을 사는 이유, 가난한 사람들이 보수주의가 되는 이유 등을 설명한 ‘유한계급'을 쓴 베블런은 천재 같았다. 기술발전을 해도 대다수가 가난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설명한 헨리 조지의 ‘진보와 빈곤'은 꼭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추천한다.


09. 앞으로 올 사랑 - 디스토피아 시대의 열 가지 사랑 이야기, 정혜윤, 287p

코로나 같은 위기의 시대를 극복할 수 있는 힘은 사랑밖에 없다고 작가가 말하는 거 같다. 당장의 이익만 생각할 때 모든 것을 돈이 지배할 때 디스토피아는 우리 앞에 있고, 무지와 무관심이 디스토피아를 유지시킨다. 이제는 방향을 바꿔야 할 때라는 말에 동감이 됐다.


10. 무라카미 T - 내가 사랑한 티셔츠 , 무라카미 하루키, 190p

자기가 모은 티셔츠 이야기로도 책 한 권을 낼 수 있다니. 하루키가 예전엔 소설보다 에세이가 좋다고 느꼈었는데, 최근에 읽으려고 했던 호주 마라톤 취재기인 ‘시드니'는 중간에 포기했고 이 책은 대부분 티셔츠 사진으로 도배하니 짧아서 그냥 읽었다. 비추한다.



또 이렇게 6번째 삼삼 독서단이 지나갔다. 이제 어느 정도 자리가 잡혔나라고 생각되면서도 매너리즘에 빠진 건 아닌가 반성한다. 2021년 제12회 젊은 작가상 수상자인 김지연의 ‘사랑하는 일'에서 작가는 ‘나는 형식이 진심에 우선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이다'라고 했는데. 삼삼 독서단이 나에게 이런 형식이며, 여기에 진심을 담을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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