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푸른청년 Jan 09. 2022

철학은 실용적 기술이다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 - 에릭 와이너

정보와 지식과 지혜의 차이를 아는가? 정보는 사실이 뒤죽박죽 섞여 있는 것이고, 지식은  이 정보를 체계적으로 정리한 것이고, 지혜는 이 지식을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는 것이라고 한다. 결국 지혜는 지식을 실천하는 기술이라는 것이다.


이 책에서 저자가 말하는 핵심은 원래 철학은 실용적 기술이기 때문에 누구나 습득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철학이 누구나 습득할 수 있는 기술이라니 신박하다. 철학은 ‘무엇을’이나 ‘왜’가 아니라 ‘어떻게’라고 주장한다. 아! 그럴듯하다.


철학을 고상하고 관념적인 어떤 것에서 실용적인 기술로 끌어내린 것이 바로 이 책의 장점이다. 또한 작가와 딸의 대화가 너무 재밌다. 딸에게 스토아학파의 최후의 상황에 대한 개념을 설명하자 ‘멍청한 짓’이라고 말할 때는 빵 터졌다.


나이 들어서인지 1부 ‘새벽’이나 2부 ‘정오’보다 3부 ‘황혼’이 너무 좋았다. 인생 황혼이 다가올 때 정말 필요한 게 지혜 아닐까? 특히 에픽테토스의 스토아 철학이 많은 위로가 되었다.




‘소크라테스처럼 궁금해하는 법’에서 작가는 키케로의 말을 인용하여 ‘소크라테스는 철학을 하늘에서 끌어내려 마을과 집안에 정착시켰다’라고 말한다. 철학은 우주에 대한 불확실한 추측을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삶에 관한 것이고, 어떻게 하면 이 삶을 최대한 잘 살아내느냐는 것에 대한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자신이 모른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그리고 질문해야 한다. ‘좋은 아빠’가 무슨 의미인지 정말 아는가? 잘 모른다면 ‘좋은 아빠’란 무엇인가 질문해야 한다. ‘좋은 아빠’가 무슨 뜻인지 진정으로 이해하지 못하면 ‘좋은 아빠’가 될 수 없다.


좋은 질문은 똑똑한 대답을 끌어내기도 하지만 침묵을 끌어내기도 한다고 한다. 어떤 질문에 대해 난감해서 말할 수 없을 때, 그때가 바로 사유의 순간이다.


‘소로처럼 보는 법’에서는 지식보다 시력이 훨씬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지식은 언제나 불완전하고 오늘의 확신은 내일의 헛소리라고 말한다. 확신만큼 위험한 것도 없다. “그게 무엇인지 누가 말할 수 있는가? 우리가 말할 수 있는 건 내가 그것을 어떻게 보는지뿐이다.이게 진실이다. 이게 작가가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다. 어떻게 볼 것인가?


‘니체처럼 후회하지 않는 법’에서는 현재의 삶이 영원히 되풀이된다면(영원회귀 사상),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것은 행동이 아니라 태도라고 말한다. 만약 지금 이 순간 어떤 행동을 하고 후회한다면 우리는 영원히 후회하는 것이고, 만약 즐거워한다면 영원히 즐거워하는 것이다. 이건 지금 선택을 신중히 하라는 의미일까? 아니면 무슨 선택을 했던 좋게 생각하라는 의미일까?




‘에픽테토스처럼 역경에 대처하는 법’에서는 스토아 사상의 본질이자 정수를 말해준다. “어떤 것들은 우리에게 달렸고 어떤 것들은 우리에게 달려 있지 않다.너무 당연한 말이지만 내가 통제할 수 없는 것들에 연연하지 말라는 위로를 준다. “운명에 체념하지 마라. 운명을 그저 받아들이지 마라. 운명을 사랑하라. 운명을 욕망하라. 운명이 허락한다면”


운명이라는 것은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외부 환경들이 있고, 나의 많은 선택들은 나의 살아온 배경과 성격과 세계관이 맞물려 80% 이상 예측 가능한 결과물들을 만들어 낸다. 이것이 운명이라면 운명은 있는 거다.


‘보부아르처럼 늙어가는 법’에서는 실존주의에 대해서 말한다. 실존주의자들에게 사람은 곧 그 사람이 하는 행동이라고 말한다. 추상적인 개념의 사랑이란 없으며 오로지 사랑하는 행동만이 있을 뿐이고, 천재란 없고, 천재적인 행동만이 있다고 말한다.


마크 롤랜즈는 '철학자와 늑대'에서 실존은 본질에 앞선다고 했다. 누군가를 무언가를 사랑한다면 그냥 사랑하자. 보부아르의 “ 너를 위해 살지는 않지만  덕분에, 너를 통해서 살아라는 말이 인상 깊었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관계는 이런 것이리라. 사람은 혼자   없다. 나이 들수록 ‘ 덕분에, 너를 통해서 사람이 필요하고, 그런 사람이 되어야 한.

작가의 이전글 2021년 푸른청년 추천 책 목록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