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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른청년 Jan 02. 2022

2021년 푸른청년 추천 책 목록

2021년 한 해는 총 47권의 책을 읽었다. 작년 53권의 비해 6권이 줄었는데 원인은 넷플릭스 때문인지, 애플 tv 때문인지. 재작년엔 56권이었는데 점점 추세가 줄어들고 있다니 정신 차리자. 순서는 읽은 시간 순이다.


베스트 책 5권  

    서머싯 몸 ‘인생의 베일', 소설  

    버트런드 러셀 ‘행복의 정복'  

    마크 롤랜즈 ‘철학자와 늑대'  

    김금희 ‘너무 한낮의 연애', 소설  

    유시민 ‘청춘의 독서'  


추천 책 10권  

    애덤 그랜트 ‘오리지널스'  

    권석천 ‘사람에 대한 예의'  

    에밀 아자르 ‘자기 앞의 생', 소설  

    커트 보니것 ‘제5도살장', 소설  

    2021 제12회 젊은 작가상 수상 작품집, 소설

    브라이언 그린 ‘앤드 오브 타임'  

    이철승 ‘쌀 재난 국가'  

    장기하 ‘상관없는 거 아닌가'  

    빌 게이츠 ‘기후재앙을 피하는 법’  

    에릭 와이너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  




# 인생의 베일 - 서머싯 몸, 337p, 소설

‘달과 6펜스'의 작가로 유명한 서머싯 몸의 작품으로, 불륜을 저지른 부인에게 복수하기 위해 콜레라가 창궐한 지역으로 데리고 가는 고상한 세균학자 월터와 저속한 부인 키티의 이야기다. 부인은 오히려 그곳 수녀원에서 애들을 돌보며 깨달음을 얻지만, 남편은 질투심과 번민에 괴로워하다 죽는다. 처음엔 단순 치정극인 줄 알았는데 사랑과 용서에 대한 묵직한 주제를 던진다. 무엇보다 재밌다.


# 행복의 정복 - 버트런드 러셀, 271p

러셀의 행복론은 관념적인 철학서이기보다는 실용서에 가까워서 좋았다. 사람들은 만족과 행복을 구분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행복은 자극이 아니라 권태를 견디는 힘에서 오는 것이란 관점이 새롭다. 행복하지 못한 사례를 들고 그걸 극복하는 방법을 알려주는데 많이 공감했다. 나 자신과의 소통뿐만이 아니라 세상에 대한 폭넓은 관심이 러셀이 말하는 행복의 비결이다.


# 철학자와 늑대 - 마크 롤랜즈, 343p

작가가 10여 년간 직접 집에서 키운 늑대를 통해 영장류 인간을 탐구하는데 작가의 통찰력이 놀랍고도 재밌다. '야생동물을 인간이 길들여 키우는 게 옳은가?'라는 질문부터 시작해서 늑대와의 생활 속에 작가가 던지는 철학적인 질문들이 자연스럽고 심오하다. 영장류 인간의 본성은 계산적이어서 사회를 이루고 지금의 문명을 이루었지만 행복하지 못하다. 그 이유를 계산적이지 않고 현재만을 사는 늑대를 통해서 배우고 깨닫는다.


# 너무 한낮의 연애 - 김금희, 286p, 단편 소설집

가장 인상 깊었던 단편은 ‘개를 기다리는 일' 마치 한 편의 스릴러 같았다. 표제작인 ‘너무 한낮의 연애'는 어릴 때 아무것도 모르고 무작정 기다리던 시절이 떠올랐고, ‘세실리아'는 대학 동아리 동창생들 사이의 기억의 왜곡에 관한 이야기로 왠지 모를 찔림이 있었다. 김금희 소설을 읽다 보면 인물들에 대한 짜증과 답답함 속에 어떤 불편함이 가슴을 서늘하게 했다. 이 느낌은 뭐지?


# 청춘의 독서 - 유시민, 317p

유시민이 읽었던 책들 중에 큰 영향을 준 책 14권을 다시 읽고 딸에게 전하는 책이다. 독후감은 이렇게 써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이 돈을 벌려고 하는 이유, 부자가 명품을 사는 이유, 가난한 사람들이 보수주의가 되는 이유 등을 설명한 ‘유한계급'을 쓴 베블런은 천재 같았다. 기술발전을 해도 대다수가 가난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설명한 헨리 조지의 ‘진보와 빈곤'도 꼭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오리지널스 - 애덤 그랜트

독창성은 어디에서 오는가? 애덤 그랜트는 조직심리학 교수답게 어떤 조건 속에서 독창성이 더 발휘되는지 사례를 드는데 우리의 상식을 깬다. 독창성은 위험을 감수하는 데서 오는 게 아니라 위험을 회피하는 데서 오는 것이고, 서두르지 않고 꾸물거리면서 점진적으로 아이디어를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는 주장이 그렇다. 무엇보다도 절박함이 독창성을 만든다는 주장에 공감했다.


# 사람에 대한 예의 - 권석천, 323p

우리나라 사람은 회식자리에서도 회사 걱정을 하는데 회사는 사람 걱정을 안 하는 것 같다. 이 책은 조직에 대한 비판과 부조리에 반기를 든 사람들을 위한 찬가 같다. 회사에서 살아남으려면 생각을 하면 안 되고 ‘좋은 게 좋은 거'와 ‘다 회사를 위한 거'라는 이데올로기를 잘 따르면 된다. 이런 부조리를 몇 번 겪다 보면 입을 닫거나 환멸에 빠져 각자도생의 길을 걷게 된다. 그래도 인간 속에서 구원을 찾아야 할까?


# 자기 앞의 생 - 에밀 아자르, 357p, 소설

늙은 유태인 창녀에게 맡겨진 아랍 소년 모모의 이야기다. 프랑스에선 창녀들이 자식을 키울 수가 없다. 사회적 약자들은 자식을 키우면 안 되는지 묻는다. 또한 가난한 사람은 존엄하게 죽기도 쉽지 않다. 로자 아줌마의 모모에 대한 집착이 사랑인지, 수단인지 헷갈린다. 모모의 아줌마에 대한 사랑은 아이 같으면서도 서늘하고 아련하다.


# 제5도살장 - 커트 보니것, 276p, 소설

드레스덴 폭격을 직접 겪은 작가의 정신분열증 적인 시간여행 소설. 전쟁 속에서 개인은 자유의지 없이 운명에 의해 어쩔 수 없이 끌려다닐 수밖에 없다. 그걸 깨닫게 되면 ‘뭐 그런 거지'하고 체념할 수밖에 없는 상태가 된다. 그러니 전쟁 책을 재밌게 쓰면 안 된다. 과연 나는 인생에서 끔찍한 시간을 무시하고 좋은 시간에 집중하면서 살 수 있나?


# 2021 제12회 젊은 작가상 수상 작품집

대상 수상작인 전하영의 ‘그녀는 조명등 아래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는 좀 아쉬웠다. 내가 좋았던 작품은 김지연의 ‘사랑하는 일'과 서이제의 ‘0%를 향하여'였는데, ‘사랑하는 일'은 레즈비언 딸을 둔 아빠와의 갈등을 직설적이면서도 유머스럽게 표현해서 좋았고, ‘0%를 향하여’는 독립 영화판에서 힘들게 살아가는 청춘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풀어가는데, 꿈을 향해 달려가는 청춘을 위한 다짐 같아서 좋았다.


# 엔드 오브 타임 - 브라이언 그린

물리학자가 바라본 우주와 생명의 역사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일반 독자들이 알기 쉽게 설명한 빅 히스토리 과학 교양서다. 우주와 생명과 의식의 기원을 엔트로피와 진화라는 두 가지 축으로 설명해 낸다. '생각'과 '자유의지'도 진화의 산물임을 깨닫게 해 준다. 우주와 생명은 우연의 산물이고 멸망할 수밖에 없지만 어쨌든 그 속에서 인류의 영생은 추구할만한 가치라고 설파한다.


# 쌀 재난 국가 - 이철승

한국의 품앗이나 두레와 같은 협업 네트워크의 전통을 벼농사 체제에서 기인한다고 보고, 코로나와 같은 재난 상황에서 국가적으로 대응하는 밑바탕이라고 하면서, 밀농사 체제와의 비교로 설명하는 데 기가 막힌다. 다만 한국사회 불평등의 원인을 연공제로 꼽는데 부족함이 느껴져 좀 아쉬웠다.


# 상관없는 거 아닌가?, 장기하 산문, 263p

그냥 ‘상관없는 거 아닌가?’라고 말한다면 너무 개인주의적이고 이기적인 거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렇게 결론 내리기까지 그의 생각의 흐름들을 따라가 보다 보면 꽤나 논리적이다.  사람들에게 얘기할 때 그냥 내 주장을 하는 게 아니라 밑밥이 중요한 이유다. 쉽고 어떤 큰 통찰력을 주지는 않지만 그의 생각에 많이 동감한다.


# 빌 게이츠, 기후재앙을 피하는 법, 349p

빌 게이츠가 전문가들이랑 기후 재앙에 대해 공부한 내용을 일반인들에게 알기 쉽게 설명한다. 이 정도 되는 부자가 공부해 나가며 해결책을 모색하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그의 생각과 논리는 현실적이면서도 합리적이다. 거기에다 올바른 방향처럼 보인다. 2050년까지 탄소제로를 달성하지 못한다고 해서 지구가 당장 멸망할지 않을지 아무도 모르지만 이런 경각심을 가지고 준비해야 한다는 건 분명해 보인다.


#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 - 에릭 와이너

에릭 와이너는 서두에서 철학이 실용적인 기술임을 강조한다. 철학의 어원이기도 한 지혜는 지식을 실천하는 기술이기 때문에 다른 기술과 마찬가지로 습득할 수 있다고 말한다. 특히 아빠의 철학적 질문에 '멍청한 짓' 또는 '왜 걱정을 사서 하는지'라고 대답하는 딸의 대답이 재밌다. 철학자처럼 듣고 보고, 즐기는 법을 따라가며 읽다 보면 철학이 좀 더 가깝게 느껴진다.




2021년이 또 이렇게 지나갔다. 무슨 일을 했는지 도통 기억이 나지 않았지만 이렇게 읽은 책을 정리하고 추천하다 보니 그래도 가만히 있지는 않았구나 하고 위안이 된다. 지천명을 아는 나이가 됐으니 부끄럽지 않게 좀 더 노력하자고 새롭게 다짐해 본다.


내가 2021년 읽은 책 47권 목록은 아래 구글 문서에 있다.

https://docs.google.com/spreadsheets/d/1RD96NbS85-KsTLhDPYqn4Ks8QSYiWg15S4LmLyxE46A/edit?usp=shar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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