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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른청년 Jun 27. 2021

세상에 대한 폭넓은 관심

행복의 정복 - 버트런드 러셀

행복과 만족을 잘 구분하지 못했을 때는 행복이란 욕심을 버리면 얻을 수 있는 거라 생각했다. 그래서 더 이상 행복을 추구할 필요는 없다고 말해왔는데 만족을 착각한 것이었다. 행복은 당연히 만족보다 크고 욕심만 버린다고 해서 얻을 수 없다.


현대 철학자들의 책은 특히 관념적인 글들이 많아 읽기 어려운 경우가 많은데 러셀의 이 책은 행복에 대한 실용적인 주장이 담겨있어 좋았다. 1부는 행복하지 못한 사례들을 들고 극복하는 방법을 제시한다. 2부는 행복으로 가는 길을 제시한다.


사람들은 별다른 이유 없이도 불행하다. 보통 내향적인 사람들이 세상에 관심을 가지기보다 공허한 자신의 내면만을 바라보기 때문에 불행하다고 한다. 백상현이 쓴 ‘라깡의 루브르’라는 책에 따르면 자아를 탐구하다 보면 '삶은 의미가 없다'는 진리에 도달하게 되어 깊은 허무를 느낄 수밖에 없다고 한다. 따라서 행복의 비결은 세상에 대한 폭넓은 관심을 가지는 것이라고 러셀은 말한다. 채사장의 책 '우리는 언젠가 만난다'에서도 자아와 세계와의 관계를 어떻게 보느냐가 가장 중요한 철학적 주제라고 말한다.


허영심이 지나친 사람은 무기력과 권태에 빠지기 쉽다. 자극이 지나치게 많은 삶은 밑 빠진 독이나 다름없다. 따라서 어느 정도의 권태를 견딜 수 있어야 행복할 수 있다고 말하는데. 이런 관점이 신선했다. 행복은 자극이 아니라 권태를 견디는 힘에서 온다.


사람을 상하게 하는 것은 육체적 피로가 아니라 걱정이나 불안 같은 두려움이라고 한다. 사람들은 두려움을 느끼게 되면 본능적으로 피하려고 하는 데 잘못된 방법이다. 두려움은 직시하지 않으면 더욱 심해진다.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계속 마주하여 무뎌지게 만드는 것뿐이다.


부모의 자녀에 대한 사랑, 그리고 자녀의 부모에 대한 사랑은 행복의 가장 큰 원천의 하나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요즘 부모와 자녀의 관계는 대부분 양쪽 모두에게, 혹은 어느 한쪽에게 불행의 원천이 되고 있다고 말한다. 가장 가까운 사이가 가장 깊은 상처를 주기 쉽다. 따라서 ‘가화만사성'은 그냥 흔한 속담이 아니다(삶의 진리다). 대부분의 노력을 가족 사이의 행복에 쏟는 것이 현명하다.


러셀은 가장 행복한 조건을 가진 직업은 과학자라고 말한다. 그들은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일을 가지고 있고, 남들도 그 업적을 인정해 준다. 예술가보다 과학자가 행복해 보이는 이유는 일반인들은 그림이나 시를 이해할 수 없으면, 나쁜 그림, 나쁜 시라고 결론 내리지만, 상대성 이론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지식이 부족하다고 결론 내린다고 말한다.(여기서 빵 터졌다)


가장 깊은 충족감을 줄 수 있는 목적이란 한 가지 성공이 다음 성공으로 끝없이 이어지기 때문에 결코 완전한 종결이 있을 수 없는 목적이라고 말한다. 어떤 목적을 달성하고 나면 또 허무가 온다. 그래서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하다고들 말한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목적 자체가 끝이 없는 목적을 추구해야 하는 거였다. 니체의 ‘영원회귀’나 시지프스의 신화가 불행이 아니었다.


러셀에 따르면 행복은 부분적으로 외부적 환경에, 부분적으로는 자기 자신에게 달려있다. 외부적 환경이 불행하지 않은 경우라면, 열정과 관심을 자기 내부가 아니라 바깥 세계에 쏟는 것만으로도 누구나 행복을 성취할 수 있다고 말한다. 외부적 환경은 우리의 의지로 통제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결론적으로 러셀이 말하는 행복한 사람은 “자아의 내적인 통합이나 자아와 사회가 이루는 통합의 실패로 고통받지 않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자아가 분열되거나 사회와 통합하지 못하면 불행하니, 행복하려면 자아와 사회와 잘 소통해서 화합해야 한다는 뜻 같다. 자극보다는 권태를 견뎌야 행복이 온다는 주장이나, 내면의 자아보다는 외부세계에 관심을 가져야 행복이 온다는 주장들이 1930년대에 쓰인 책이라고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신선했다.


후기를 쓰다 보니 나이 들어도 인간이나 세상에 대한 호기심을 놓지 않고, 주위와 소통하면서 계속해서 공부해 나가자는 다짐으로 행복해졌다.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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